[김창수 시인의 뜨락] ‘설 연휴’ 노래방 한번쯤 부르고파, 문병란의 ‘직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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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김창수 시인, 지혜학교 교장 역임] 문병란은 민주화와 통일을 꿈꾸며 살다간 민족시인이다.

필자가 문병란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광주의 어느 학원에서였다. 그는 정권에 밉보여 해직된 교사였다. 재수를 하던 나는 그의 국어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그렇게 직설법으로 박정희 유신정권을 비판하던 교사는 처음 보았다. 그의 음성에는 군사독재의 숨통을 끊어버리고자 하는 비수가 들어 있었고 그의 가슴에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뜨거운 열정이 들끓고 있었다.

시 ‘직녀에게’는 시로 보다는 노래로 더 잘 알려졌다. ‘직녀에게’를 부를 때마다 나는 통일을 염원하는 시인의 뜨거운 민족애가 온 존재로 느껴진다.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차 북한에 갔을 때, 김정일에게 ‘직녀에게’ 음반을 선물했다고 들었다.

남과 북이 나뉘어 산 지가 70년이 넘었다. 이데올로기가 무엇이길래 혈육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같은 민족끼리 반목을 강요당하면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대동강 물은 해마다 녹아 남으로 내려오고 남풍은 해마다 북으로 불어 가는데 강물과 바람처럼 우리 함께 섞여서 조화를 이룰 날이 언제나 올까? 노둣돌을 놓고 오작교를 놓다보면 그 날이 올 것인데 그 길을 방해하는 귀신들은 물럿거라!

 

직녀에게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을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 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

마지막 머리털까지 빼앗길지라도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우리들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이별은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둣돌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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