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시인의 뜨락] 매화는 일생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아시아엔=김창수 시인] 신흠(1566~1628)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송강 정철, 노계 박인로, 고산 윤선도와 더불어 조선 4대 문장가로 꼽힌다.
신흠은, 장남이 선조의 셋째딸 정숙옹주와 결혼할 때 주위에서 좁고 누추한 집을 수선할 것을 권했지만 집이 훌륭하지 못해도 예(禮)를 행하기에 충분하다며 끝내 기둥 하나도 바꾸지 않을 정도로 검소하게 살았다.
아래 신흠의 한시는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도 옳은 소리를 하고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도 뜻을 팔지 않는다. 시세가 바뀌어도 중심을 잃지 않고 어떤 고난도 굴하지 않고 이겨낸다”는 조선 선비의 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제대로 된 조선의 선비는 가난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고 깐깐한 기개와 의리를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았다. 修身齊家 연후에 공직을 맡았을 때는 권력 앞에서도, 돈의 유혹에도 절대 무릎꿇지 않으며, 대의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초개처럼 버렸다.
2016년 겨울항쟁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지도자라고 불렸던 사람들의 부패상과 후안무치를 보면서, 새로운 나라의 지도력을 조선의 선비상에서 찾으면 어떨까. 자신을 성찰하고 공의를 존중하고 겸애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중요한 책임을 맡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동천연노 항장곡
桐千年老 恒藏曲(동천연노 항장곡) 하고
오동나무는 천년이 지나도 항상 그 곡조를 간직하고
梅一生寒 不賣香(매일생한 불매향) 이라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 餘本質(월도천휴 여본질)하고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이 남아 있고
柳經百別 又新枝(유경백별 우신지)이라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