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시인의 뜨락] 유시화 ‘그대가 옆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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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김창수 시인, 녹색대학 교수 역임] 유시화는 시인이자 구도자로도 불린다.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다. <성자가 된 청소부>, <티벳 사자의 서>, <장자, 도를 말하다> 등 명상과 인간의식 진화에 대한 서적들을 번역했다.

캔 윌버는 “인간에게 세 개의 눈이 있다”고 한다. 몸의 눈(육안), 마음의 눈(심안), 영의 눈(영안)이 그것이다.

몸의 눈은 경험되어지는 세계를 보는 눈으로, 동물과 인간이 공유한 눈이다. 마음의 눈은 현상세계를 관찰하는 과학의 눈이기도 하고 동시에 인간상호간에 교류되는 소통과 해석의 눈이며 이성을 초월한 영역을 인식론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눈이다.

영안은 초이성 영역의 눈으로 직관적이며 관조적인 눈이다. 영안은 이심전심, 언어도단, 직지인심, 견성성불도의 눈이다.

이성적 존재인 인간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심안과 영안이다. 그중에서 심안은 소통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형이상학적 가치에 대한 인식에서 주관적인 해석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영안은 전통적으로 종교적 성인들-석가, 예수, 노자 등-이 말한 無我 혹은 大我 그리고 온전한 실재와의 합일 등의 영역에 속한 것인데 그 눈으로 세계를 보는 사람들을 우리는 성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영의 눈을 떴다고 사칭하는 수많은 사이비 지도자들이 사람들을 혼란으로 이끌기도 하였다.

유시화는 “물속에 물만 있는 것이 아니며 하늘에는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자신 속에 자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도 한다. 거기에는 ‘그리움’이 자리한다. 그리움은 분리된 것들의 합일에로의 지향이다.

시인은 남녀 간의 분리에서 오는 그리움, 신과 인간 간의 분리에서 오는 그리움, ‘나’와 ‘나’가 분리되어서 오는 그리움 등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그리움을 말하고 있다.

아마도 구도자로서의 시인의 그리움은 깨달음이 아닐까? “그대가 옆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것은 시인의 영안이 아직은 활짝 열리지 못한 상태를 나타낸 것으로, 어쩌면 그것은 완성을 향한 도상의 존재로서의 구도자의 처절한 실존일 것이다.

그대가 옆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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