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시인의 뜨락] ‘섬진강 시인’ 김용택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아시아엔=김창수 시인, 지혜학교 교장 역임] 김용택은 평생을 초등학교 교사로 살았다. 섬진강 시인이라 불린다. 혹자는 그를 김소월과 백석을 잇는 시인이라고도 한다. 그의 시에는 주로 아이들과 자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자연과 아이는 순수성의 측면에서 그 속성이 비슷하다고 보며 그것들이 말라 비뚤어져 가는 세상을 안쓰럽게 바라본다.

한빛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때에 시인 김용택이 아들을 한빛고에 입학시키고 싶다고 찾아왔다. 그리고 함양 녹색대학교에 있을 때에 어쩌다가 한 번씩 그는 특강 강사로 왔는데, 그를 만날 때마다 그의 웃음은 함박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자연 속에서 꼬맹이들이랑 더불어 사는 사람이 지을 수 있는 웃음이었을 게다.

임종을 앞둔 사람에게 가장 즐거웠던 때를 말해보라고 하면 무슨 거창한 것들, 가령 집을 샀다든가 아니면 고관대작이 되었던 때가 아니라, 대부분이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가족여행을 떠났는데 마침 비는 내리고 점심때는 가까워졌는데, 인근에는 음식점 하나 없고 비를 피할 곳도 마땅치 않아 다리 밑에서 온 가족이 라면을 끓여 먹었던 일이라든가, 자잘하지만 오붓하고 정다웠던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목표지향적이고 여자들은 관계지향적이라고 하는데 그 말은 사실에 가까운 것 같다. 나도 꿈을 찾아 나섰다가 놓쳐 버린 소중한 것들이 참 많다. 아이들이 자라지 않고 그대로 있을 줄 알고 다음으로 미루었던 것들도 많았고 아내와 마주보며 차 한잔 여유롭게 마시지도 못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 보니 아이들은 다 자라 내 곁을 떠나갔고 아내는 다리 연골이 망가져 작은 언덕 하나도 쉽게 넘지 못한다. 그렇게 그리운 것들을 산 뒤로 흘려보냈다.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산다면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으련만, 하고 후회를 하여 보지만 시인의 말처럼, 정말로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알기 어렵다. 나이를 먹고 나서야 어렵사리, 할 수만 있으면 산 뒤에 있는 것들을 앞으로 끄집어내어 함께 어울러 지고자 하지만, 남는 것은 고독과 서러움뿐이다. 그래서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이 된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삶의 진실은 그리운 것들과 마주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 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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