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시인의 뜨락] 바이런의 ‘시온성’···”신이 사랑하는 자 빨리 죽는다”

[아시아엔=김창수 시인] 바이런(1778~1824)은 영국 출신의 낭만파 시인이다.

그리스 독립전쟁에 열성적으로 참여해 병사들을 직접 통솔하기도 하고 비용도 댔다. 그 공로로 그는 그리스의 국가적 영웅이 되었다. “신이 사랑하는 자 빨리 죽는다”는 유명한 명구를 남겼는데, 자신의 말처럼 신의 사랑을 받아, 그리스 독립전쟁 중 열병에 걸려 빨리 신에게로 돌아갔다.

스위스에 있는 ‘시온성’은 바이런의 시로 유명해진 성이다. 레만 호숫가 암반 위에 세워진 시온성은 고색창연한 성으로, 성이 마치 물 위에 떠있는 것 같이 보인다. 1818년 바이런은 ‘시온성의 죄수’를 썼는데 시의 소재는 프랑소와 보니바르(1493~1570)라는 정치인의 고난이었다.

보니바르는 영주의 폭정에 저항하다 1530년부터 1536년까지 레만 호수의 시온성에 감금되었다. 자유정신을 외치던 시인 바이런에게는, 자유를 위해 투쟁하다 억압당한 보니바르는 자유와 공화정의 상징으로 보였다.

자유는 “사슬을 맬 수 없는 영원한 정신”이다. 자유정신은 원래 폭정이나 감옥이나 가난이나 질병이나 그 어떤 것으로도 구속될 수 없는 인간이 가진 최고의 정신이다. 신마저도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다. 그런데 그 자유가 권력이나 어떤 힘에 의해서 억압당하고 훼손될 때 거기에 고개를 숙이는 사람들도 많지만 불굴의 저항정신으로 거기에 맞서는 사람들도 있다. 보니바르가 그렇고 바이런이 그렇다.

오직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심지어 자유마저도 무릎을 꿇릴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라는 시인의 말은 낭만주의자로서의 시인의 성정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시온 너의 감옥은 성스러운 곳”에서 폭군에 항거하여 신에게 호소한 자국을 읽어내는 시인의 안목, 그것이 바로 시가 당대의 모순을 뚫고 진실을 들추어내는 작업이다.

 

시온성의 ?죄수

사슬 맬 수 없는 영원한 정신, 자유여!

너는 지하 감옥에서도 환히 밝도다.

그곳에서 네가 머물 곳은 뜨거운 열정

사랑만이 속박할 수 있는 열정이어라.

자유여, 너의 자손들이 족쇄에 채워져

차갑고 습기 찬 햇빛 없는 어둠 속에 내던져질 때

그들의 조국은 그들의 순국으로 승리를 얻고

자유의 영예는 천지에 퍼지리라.

시옹! 너의 감옥은 성스러운 곳

너의 슬픈 바닥은 제단

그의 발자국에 닿은 너의 차가운 돌바닥은

마치 잔디처럼 되어버렸구나

누구도 이 흔적을 지우지 마라.

그것은 폭군에 항거하여 신에게 호소한 자국이나니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