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시인의 뜨락] 고은 시인 ‘슬픔’에 겨워 세월호 참사에 울부짖다

3년 만에 물 위로 떠오른 세월호의 선적 현장을 지켜본 미수습자 가족들이 바다로 나간 지 나흘 만인 25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돌아왔다. 단원고 고(故)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 이금희(49)씨가 눈물의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시아엔=김창수 시인] 고은은 초기에는 허무와 무상의 시를 쓰다가, ‘문의 마을에 가서’ 발표 이후 현실에 대한 치열한 참여 의식과 역사성을 담은 시를 썼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있은지 3년이 되어 간다. 박근혜 정부 2년 차에 발생하여 304명이 수장당하는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구체제(앙시앵 레짐)를 지양하고 신체제를 만들어내야만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박근혜 정권은 무슨 이유에선지는 세월호 참사를 덮으려는 행태를 보였다. 참사의 원인규명이나 책임 문제를 밝히는 대신 참사 자체와 유가족의 애곡 행위를 왜곡하고 훼방하는 쪽으로 여론몰이를 하였다. 바다에 가라앉은 세월호 인양도 박근혜 정권 내내 미적거리다가 박 정권이 무너지고 나서야 비로소 인양됐다.

아직도 미수습된 9명의 주검도 함께 인양되었으면 한다.

불교에 애별리고(愛別離苦)라는 말이 있다. 생로병사(生老病死) 4苦 다음으로 5번째 고통이 애별리고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은 참아내기 어렵다. 그 중에서도 부모형제가 죽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런데 세상에서 자식 잃은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이 어디 있겠는가? 그 고통을 세상에 있는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 “애간장이 끊어지다”라는 말로도 모자랄 것이다.

우리 인간의 말로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지만, 사슴 어미도 자식 잃고 그렇게 애간장이 끊어져 죽었다, 라고 시인은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람이건 짐승이건 자식 죽음 앞에서는 그 고통이 같다, 라는 시인은 말을 누가 부정할 수 있으랴!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주에 오면 위로를 얻는다고들 말한다. 5·18 어머니와 4·16 어머니는 꼭 한 세대 차이가 난다. 5·18 어머니들은 4·16 어머니들을 꼭 안아주시고 등을 도닥여 주신다. 그렇게 두 어머니들은 모녀처럼 서로를 보듬고 살아간다. 어미 사슴을 빗대서 자식 잃은 슬픔을 시로 묘사하는 시인의 보살심이 돋보인다.

여러 가지 이유로, 토막토막 끊어진 창자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눈물이 마를 날을 기대해 본다.

슬 픔

내 고향 새끼사슴 두 마리가

한꺼번에 화살에 맞아 죽었습니다.

거기 달려온 에미나이

얼빠진 채 맴 돌다가 맴 돌다가

그냥 죽어버렸읍니다.

그 에미나이 배 갈라본즉

기나긴 창자 열두 발

토막토막 끊어져

그것이 새끼 잃은 슬픔이었습니다.

이 세상 만물 가운데 무릇 슬픔이 있어야 하거니와

어찌 그것이 슬픔만 하겠습니까.

예로부터 창자 끊어지는 슬픔이 슬픔일진데

오늘밤 내 주점부리 슬픔 따위는

쉬쉬 흙구덩이 파묻어야 합니다.

내년이나 내후년 이맘때까지

누구 알세라 파묻어 둔 채

거기 새 다북쑥 돋아나온들

어찌 그것이 어미사슴 죽음만 하겠습니까.

그런 썩지 않을 슬픔으로 새끼 낳고 세상 열고자

해 떠오르는 시뻘건 아침 먼데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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