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시인의 뜨락] ‘5.18광주’와 ‘4.16세월호’ 눈물 묻은 ‘빈 무덤’
[아시아엔=김창수 시인] 김창수는 평생 교사로 살면서 교육운동과 환경운동을 하였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땅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부모 된 자로서 그 누가 자식이 앞서가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사는 데에 수많은 어려움과 아픔이 있지만 절대로 겪어서는 안 될 슬픔이 자식이 죽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다 대고 4.16 유가족들에게 “자식 팔아 시체장사를 한다”고 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과연 그를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면수심(人面獸心)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또 다른 한쪽에서는 ‘5.18광주민중항쟁’을 북한의 지령에 의해 일어난 ‘5.18 폭동’이라고 매도하면서 그 때 죽은 열사들을 “빨갱이니 죽어도 싸다”는 망언도 서슴없이 지껄이는 사람도 있다. 하루 빨리 인간성을 회복해야할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세상에 자식 죽음을 표현할 말이 세상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심리학 전공자로, 심리상담을 하는 친구(백수정 교수)가 있다. 백 교수에 따르면, 5.18 당시 행방불명된 자식들을 기다리는 어머니들 중에는 여태까지 대문을 걸어 잠그지 않고 사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행여 자식이 돌아와 집을 못 찾을까 염려 되어 이사도 가지 않고 살기도 한단다. 그럴 때면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자식이 살아 있으면 이사를 가도 행정관청에 물어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고 한다. 그렇게 어머니들을 안심시켜드려서 이사를 하게 한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필자가 ‘한빛고등학교’나 ‘지혜학교’ 교장으로 재직할 때, 5.18 주간이 되면 해마다 학생들을 망월동(5.18묘지) 순례를 보냈다. 그런데 국립묘지로 성역화된 묘지 군 가운데 ‘2묘역’은 행방불명된 열사들의 묘지 군이다. 그 부모님들은 자식이 돌아오는 날을 통곡과 기다림과 기도의 세월로 견디어왔다. 그 빈 무덤들 앞 비석에는 “살아서 못 만나면 죽어서라도 어머니와 아들이 되자”는 부모님들의 간절한 염원이 적힌 비문이 적혀있다.
필자는 5.18묘지에 가면 꼭 거기에 들렸다 온다. 죽임당한 가족들이지만 주검이라도 찾은 사람들은 그나마 부여잡고 통곡이라도 할 수 있지만, 주검도 찾지 못해 애태우는 가족의 슬픔을 더더욱 헤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찾지 못한 주검들과 ‘5.18’의 행불자들이 오버랩 되면서 써진 시가 아래의 ‘빈 무덤’이다. 예수의 빈 무덤은 영광이지만 학살당한 자들의 빈 무덤은 분노와 안타까움과 염원을 담고 있다.
빈 무덤
당신의 빈 무덤은
이곳저곳 예나 지금이나
마르고 닳도록 희망이라 하지만
아직도 내 빈 무덤은
울 엄니 가슴에서 부터
망월동 찾는 모든 이에게까지
멀고 긴 통곡입니다.
당신의 빈 무덤은
종소리 세상에 널리 퍼지고
춤추고 노래하며 기리는 축제이지만
여전히 내 빈 무덤은
울 엄니 대문도 걸지 못하고서
뜬 눈으로 지세 운 밤 35년 되기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는 기다림입니다.
당신은 십자가에 매달려서
사람들 당신의 죽임 당함을
부활로 받을 수 있었지만
대검이나 기관총
그것도 아니면 곤봉이었는지
지금도 내 빈 무덤은
넋 잃은 우리 엄니 저 세상에서라도
우리 다시 엄니와 아들 되자며
결코 멈출 수 없는 기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