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후안무치’ 금메달을 드립니다···김기춘·이완구·홍준표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이다. 마음이나 행동이 몹시 흉악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말도 있다. ‘뻔뻔하고 부끄러움이 없다’ 또는 ‘낯가죽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이다.

인면수심 유래는 <한서>(漢書) ‘흉노전’(匈奴傳)에 나온다. 한대의 흉노들의 활동 상황이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 흉노족은 중국 북방에 살던 유목민족이었는데, 당시 한나라는 경제적으로 풍부하고 사회적으로도 안정되어 있어 흉노족이 자주 침입하곤 했다.

동한시대 역사가 반고(班固, 32~92)는 자신의 역사서에서 “오랑캐들은 매우 탐욕스럽게 사람과 재물을 약탈하는데, 그들의 얼굴은 사람 같지만 성질은 흉악하여 마치 짐승 같다”고 기록했다. 즉 인면수심은 한족들이 흉노를 멸시하는 말로 쓰였으나 점차 성질이 흉악한 짐승 같은 사람을 빗대는 말로 쓰이게 됐다.

요즈음 성완종 사태에서 보듯 온통 인면수심, 후안무치의 인간들이 판을 치는 것 같다. 성완종리스트 ‘10만 달러 수수 의혹’에 관련된 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건 초반 여러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더니, 자신의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과 증언이 잇따라 나오자 ‘무대응’으로 태도를 바꿨다.

조선일보는 ‘4월23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휴대전화는 종일 꺼져 있었다’라면서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행동한 갖가지가 의혹투성이며 거짓말의 백화점이라고 꼬집었다. 2006년 9월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일행의 독일 방문 당시 “초청한 ‘아데나워재단’에서 항공료를 전부 부담했다”는 애초 설명과 달리,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이 “국제항공편은 지원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0일 ‘성완종리스트’가 처음 보도되자 당일부터 “청와대 비서실장이 된 이후(2013년 8월5일)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며 평소와는 달리 여러 언론 인터뷰에 일일이 응하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당시 김 전 실장은 “개인 돈을 쓸 상황이 아니었다” “약간의 노자를 갖고 갔고, 내 돈으로 5000유로를 환전한 영수증도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실장의 이 같은 해명은 완전히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 외에도 어쩌면 성완종리스트에 연루 된 사람들은 하나 같이 참회나 후회, 반성 같은 것은 눈을 씻고도 찾아 볼 수 없다. 차라리 침묵하며 자숙하는 태도라도 보여주었다면 백성들의 마음이 이렇게 허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완구 총리는 이제 거짓이 명명백백한 지경에 이르러 총리직을 사퇴하고 칩거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나 홍준표 경남 도지사는 아직도 증인을 회유하고 끝까지 결백을 주장한다. 이미 뇌물전달자의 증언이 있었다는데도 말이다. 왜 한 나라의 지도자이며. 여당의 대표를 지낸 최고의 엘리트 그리고 정권의 단 맛은 혼자 다 맛 본 사람들이 어찌 사나이답지 않은 졸장부 티를 벗어나지 못할까?

벼룩이도 낯짝이 있다 하지 않는가? 부패권력에 오염된 부패불감증이 온 나라에 확산 되고 있다. 그들은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이제 그만하라고 말한다. 정치모리배들이 짝지어 국민을 등치고 국가를 더러운 시궁창으로 끌고 들어가 누군 안 먹은 사람이 있느냐고 도리어 목소리를 높이며 다그친다.

정말로 후안무치한 사람들이다. 새누리당의 차기대권후보로 손꼽히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4월22일 ‘성완종리스트’ 파문에 대한 수사 범위를 리스트에 오른 8인 이상으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 수사 대상을 무작정 넓힌다면 자칫 ‘물 타기’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이기도 한 김 전 지사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지역 중견언론인 모임 ‘세종포럼’ 초청 간담회에서 “성완종리스트는 이미 전 국민이 알고 있다. 나머지는 있으면 수사를 해야지만, 뭐가 없는데 하는 건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검찰 수사가 “현직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권의 핵심인사들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또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국민이 신뢰할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하였다.

김 전 지사는 “정권 때마다 정치 부패 스캔들, 정치권 사정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현직 국무총리에, 대통령의 전·현직 비서실장 전원, 집권세력 핵심 인사가 대거 연루된 것은 처음”이라며 “성완종리스트가 불거진 이후 당사자들 대응을 보면서 국민은 ‘인면수심’에도 못 미치는 ‘철면흑심(鐵面黑心)’을 떠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면수심은 사람이지만 사람 같지 않은, 아니 사람이 해서는 안 되며, 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른 사람에게 붙는 수치스러운 칭호다. 표리부동과 헷갈릴 수 있으나, 표리부동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다. 그 역시 뜻은 부정적이지만 그렇다고 인간 이하의 마음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면수심은 후안무치와 일맥상통 하는 면이 있으나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적당한 말이다.

부끄러움에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우치(愚癡)다. 알지 못하되 묻기를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둘째는 외치(外恥)다. 나타난 부족과 나타난 과오만을 부끄러워 하는 것이다. 셋째는 내치(內恥)다. 자기의 양심을 대조하여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의로운 마음을 길이 챙김이다.

하늘은 짓지 않은 복은 내리지 않는다. 마찬 가지로 사람은 짓지 않은 죄를 받지 않는다. 극(極)하면 변하는 것이 천지의 이치다. 그래서 개인이나 가정이나 단체나 국가나 모두 그 왕성한 때를 조심하는 것이다. “나는 단 한 푼의 돈이라도 받았으면 목숨을 내어놓겠다”고 국민을 협박할 일이 아니다. 이제 때가 이르렀다고 하늘인 백성들에게 깊이 사죄하는 모습이 그 동안 국민의 사랑을 먹고 살아온 사람들이 보여줄 수 있는 대장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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