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이런 분을 총리로 추천합니다”

“평소에는 그가 어떤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지 살펴보고, 가난할 때에는 그가 어떤 것을 취하지 않는지 살펴보며, 처지가 궁할 때에는 그가 어떤 일을 하지 않는지 살펴보고, 현달할 때에는 그가 어떤 사람을 추천하는지 살펴보며, 부유할 때에는 그가 얼마나 남에게 베푸는지 살펴보는 것이 실로 사람을 감별하는 대원칙이다.”(居視其所親, 貧視其所不取, 窮視其所不爲, 達視其所擧, 富視其所與, 實爲相人之大法)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구맹주산(狗猛酒酸)이라는 말이 있다.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뜻입니다. <한비자>(韓非子. BC 280?∼BC 233) ‘외저설 우상’(外儲說右上)에 나오는 말이다. 송(宋)나라 어느 주막에 술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술의 양을 속이지 않았고, 친절했으며 술 빚는 실력 또한 뛰어났다.

술도가임을 알리는 깃발도 아주 높이 걸었다. 그런데 술은 팔리지 않고 모두 시어버렸다. 그 이유를 이상히 여겨 평소 알고 지내던 마을의 어른 양천(楊?)에게 찾아갔다. 양천이 물었다. “당신 집의 개가 사나운가?” “개가 사나우면 어째서 술이 팔리지 않는 겁니까?” “사람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네. 어떤 사람이 자식을 시켜 돈을 품에 넣고 호리병을 손에 들고 술을 받아 오게 했는데 개가 달려와서 그 아이를 물었다네. 이것이 술이 시어질 때까지 팔리지 않는 이유라네.”

이 이야기는 간신배들의 농간에 현명한 선비가 등용되지 못하는 까닭을 설명하기 위해 든 비유다. 한비는 이 이야기 후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라에도 개가 있어, 도를 갖춘 선비가 법술을 품고 만승의 군주에게 밝히고자 해도 대신이 사나운 개가 되어 물어뜯는다면 이는 군주의 가림막이 되어 도를 갖춘 선비가 쓰임을 받지 못하는 까닭이 되는 것이다.”

한비자는 “간신배가 있으면 선량한 선비들이 떠나게 되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는 의미로 ‘구맹주산’을 얘기한 것이다. 이제 또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임명해야 한다. 벌써 몇 번의 국무총리 지명때마다 하나 같이 홍역을 치루지 않은 총리는 없었다.

왜 이 나라의 총리에 오를 인물이 없을까? 그것은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의 주막에 사나운 개들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지난 5월7일 퇴임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7일 공무원연금 개정안 파동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우리나라의 승자독식 구조와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는 소통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면서 “대통령이 되고 6개월이 지나면 거의 제왕이 된다”고 했다. 그는 “정치를 하며 느낀 알파이자 오메가는 이 같은 정치 구조의 문제”라며 “한국은 의식 수준이 높은 나라지만 구조는 삼류다. 대통령이 얼마나 위대하다고 대통령의 한 마디에 나라를 맡기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대통령도 ‘내가 똑똑하니 나를 따르라’라고 하는 것은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까지 직격탄을 날렸다.

우 원내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만기친람 하듯이 하면 안 된다. 뭘 그리 많이 아신다고 그러는가”라면서 “훨씬 똑똑한 사람이 많으니 그 사람들을 적재적소로 배치해야 하는데, 그런 구조가 안 되니 ‘조용히 해! 국민이 나를 1인자로 뽑았어!’ 이렇게 되는 것이다. 주위에서도 ‘각하가 위대하십니다’라고만 하고 함부로 말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안에 이 사나운 개들을 치우지 않으면 청와대의 맛있는 술은 시어 터져 식초가 되고 만다. 불과 몇 달 전의 ‘십상시 파동’도 다 이 사나운 개들이 너무 무섭게 짖으며 물어뜯은 결과가 아닐까? 그 사나운 개들이 버티고 있는 한 나라에 훌륭한 재상을 뽑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훌륭한 재상을 뽑는 방법이 있다. 최한기(崔漢綺, 1803~1877)의 <인정>(人政) 권5에 보면 훌륭한 재상을 뽑는 법이 나온다.

“평소에는 그가 어떤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지 살펴보고, 가난할 때에는 그가 어떤 것을 취하지 않는지 살펴보며, 처지가 궁할 때에는 그가 어떤 일을 하지 않는지 살펴보고, 현달할 때에는 그가 어떤 사람을 추천하는지 살펴보며, 부유할 때에는 그가 얼마나 남에게 베푸는지 살펴보는 것이 실로 사람을 감별하는 대원칙이다.”(居視其所親, 貧視其所不取, 窮視其所不爲, 達視其所擧, 富視其所與, 實爲相人之大法)

조선 후기의 실학자 최한기는 인사 행정 이론서인 <인정>(人政)이란 책에서 위 5가지 덕목을 인재 감별의 대원칙으로 언급했다. 사실 이 덕목들의 출처는 <사기>(史記) ‘위세가’(魏世家)에 나온다. 본래는 나라의 재상을 뽑는 덕목이었는데 최한기는 이를 모든 인사에 적용할 수 있는 광범위한 덕목으로도 보았던 것이다.

<사기>에 의하면,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위(魏)나라의 기틀을 잡은 명군(名君)인 문후(文侯)는 위성자(魏成子)와 적황(翟璜) 중에 누구를 재상으로 삼을지 고민하다가 이극(李克)에게 자문을 구하였다. 이때 이극이 재상을 감별하는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위 5가지 덕목이었다.

이에 따라 결국 위성자가 재상이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적황은 왜 자기가 위성자에게 밀렸느냐며 이극에게 따져 물었다.

그러자 이극이 “위성자는 자신의 봉록 중 9할을 남에게 베풀었고, 그 덕분에 복자하(卜子夏), 전자방(田子方), 단간목(段干木)의 세 현인(賢人)을 초빙할 수 있었다. 임금께서는 이 세 사람을 모두 스승으로 삼았고, 반면에 그대가 추천한 사람들은 모두 그냥 신하로 삼았다. 그러니 그대가 어찌 위성자와 비교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번에 국무총리를 뽑을 때, 가난할 때에는 그가 어떤 것을 취하지 않는지 살펴보며, 처지가 궁할 때에는 그가 어떤 일을 하지 않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사람은 아무래도 가난하거나 처지가 어려울 때 제일 구차해지며 나쁜 유혹에도 빠지기 쉬운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해도 부정(不正)한 것을 취하지 않고 처지가 어려워도 불의(不義)한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일국의 재상으로 삼을 만한 위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세상에 인재는 많다. 다만 술도가의 개들이 물어 뜯을까봐 나서지 않는 것이다.

재상은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다. 박대통령의 주변에 사나운 개들을 물리치지 않는 한 훌륭한 국무총리를 얻을 수는 없다. 그 사나운 개들을 물리치고 착하고 어진 이들을 주위에 두어야 한다. 박대통령이 어서 ‘구맹주산’의 고사를 참고하여 옛 선현들의 말을 실천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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