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시인의 뜨락] 함민복의 ‘긍정적인 밥’···”국밥 한 그릇 값 내 시집이 사람들 가슴 따스히 데울 수 있다면”
[아시아엔=김창수 시인] 함민복은 충주 출생으로 자본과 욕망의 시대에 저만치 동떨어져 살아가는 전업 시인이다. 인간미와 진솔함이 묻어 있는 시를 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10여 명이 말하는, 좋은 글을 쓰는 데에 필요한 덕목 5가지 중에 첫 번째가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이다. 이어서 ’평론가 말을 듣지 말 것‘, ’위트와 해학을 잃지 말 것‘, 네 번째로 ’가난하게 살 것‘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시인치고 가난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다. 물론 시인 자신이 대학이나 초중고학교 등에서 선생노릇을 하거나 아니면 배우자의 벌이가 괜찮아서 그럭저럭 먹고살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인들도 더러는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시인은 많이 가난하다. 함민복도 역시 가난한 시인이다.
아래의 ‘긍정적인 밥’이 함민복이 쓴 시이다. 세상에서 소중한 것들은 원래 값을 매기기가 어려웠다. 사물로는 공기가 그렇고 물과 하늘 땅 등이 그렇다. 그리고 인간 간의 가치로는 사랑이 그렇고 우정과 공감 그리고 진리, 정의, 아름다움 등이 그렇다. 그런데 정글 자본주의 시대에 널리 통용되는 ‘질을 양으로 환산하는 문화’에서 우리는 사물이나 일의 가치를 숫자로 드러내야만 서로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시인 함민복도 그 문화에서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시인은 사물이나 일이 갖는 본래적 가치로 곧 바로 복귀한다. “시 한 편에 삼만 원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을 생각해 내고,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에서 숨 한번 돌리고 바로 “국밥이 한 그릇”을 생각해 내고서는 오히려 시집을 산 사람들이 자신의 시를 읽고 가슴을 덥혔을까, 를 염려한다.
비록 병든 문명에 살고 있지만, 시인은 삶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시 한 편으로 우리의 머리를 맑히고 가슴에 장작불을 놓는다.
긍정적인 밥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