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시인의 뜨락] 간이식 수술 앞둔 내 생명 건져준 아내의 ‘셈법’
[아시아엔=김창수 시인] 2012년 9월 12일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에, 수술을 둘러싸고 의사와 아내(나를 포함) 간에 의견 차이가 발생하였다. 의사들은 통상적으로 수술 도중 사망확률이 5%가 넘으면 수술할 수가 없다고 하는데, 아산병원 주치의는 필자가 수술 도중에 시망확률이 20~30%에 달해서 수술을 할 수가 없다고 말하였다.
주치의가 수술을 망설인 이유는 필자의 상태가 간경화 말기에다가 심장판막 3개가 심하게 오그라들어 있어, 간 이식 수술 도중에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주치의의 그 말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반대로 읽혔다. 사망확률 20~30%가 오히려 생존 확률 70~80%로 해석된 것이다. 그러니 수술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입장을 바꿔 집도의사의 입장에 서보면 자신이 집도한 환자가 수술 중에 사망하는 것이 그리 달가울 리가 없을 것이다.
간이식수술, 심장판막수술, 뇌수술을 연이어 받으면서 환자로서 필자가 느낀 것은 외과 의사들에 대한 고마움이다. 수술 도중에 사망확률이 있다 해도 최선을 다해 환자를 살리려는 그 마음이 읽혀졌기 때문이다.
결국 아내의 ‘이김 질’에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아내가 나를 안심시키려고 고안한 셈법이 참 눈물겹다. 사망확률을 무릎으로, 기도로 보충할 수 있으니 염려 말고 수술 받고 나오라는 아내의 셈법에 나도 꼭 살아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래 ‘아내의 셈법’은 간 이식 수술을 앞두고 들었던 생각을 수술 후 1년이 지나서 회상하며 쓴 시다.
아내의 셈법
-간 이식 수술을 앞두고-
수술 도중 사망 확률 이삼십 퍼센트!
네 사람 중 한 사람이나 죽는 수술을 할 수가 없다고
의사는 난색을 표하며 안타까워 하지만
아내는 칠팔십 프로나 살 확률이 있다고 희색이 만면하다.
네 사람 중 세 사람이나 산다니
당신은 거기에 속하니 수술 길 부활의 길 잘 다녀오란다.
당신 깨어날 때까지 온 무릎으로 기도할 터이니
부족한 확률은 충분히 매우고도 남는다고
백 프로를 넘는 확률은 다른 환자들과 나누겠다며
새로운 셈법 만들어 아내는 환하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