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시인의 뜨락] 환경문제 ‘천착’ 최승호의 ‘공장지대’

[아시아엔=김창수 시인] 최승호(1954~)는 강원 춘천 출생으로 자본주의의 모순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형상화하는데 능하다. 시집으로 <북극 얼굴이 녹을 때>(2010) 등이 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6월이 장마철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년에 걸쳐 장마가 있는 둥 마는 둥 시심사심 지나간다. 사람들은 덥다고 비가오지 않아서 걱정이다, 라고 말을 하지만 왜 그러는지에 대해서는 그냥 지나치고 있다. 환경문제는 도외시하면서 날씨 걱정을 하는 자신들의 욕망의 결과를 외면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주로 여섯 가지로 분류한다. 도시화와 공업화, 환경오염, 환경파괴, 자원고갈, 인구증가, 지구적 환경문제가 그것이다.

세계적인 기상이변의 주된 요인도 역시 인공적인 것들이다. 자연은 스스로 자기조절작용을 하지만, 작금의 지구온난화와 기후대의 변화를 사람이 저지른 환경적 재앙으로 볼 근거는 오늘날의 무더위 하나로도 충분하다.

아래 최승호의 시 ‘공장지대’는 환경재앙의 단면을 엽기적으로 다루고 있다. ‘무뇌아’와 ‘산모’를 극적으로 대비시키면서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그 끔찍한 결과를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몸 안에 공장지대가 들어선 느낌”은 공장지대에 거주하는 노동자 혹은 노동자 가족으로서 지불해야 할 대가다. 그것을 시적 화자는 “굴뚝과의 간통한” 것 때문이라는 이미지로 표현한다.

젖에서 허연 폐수가 흘러내리고 아이 배꼽에는 비닐 끈들이 매달리는 산모는 하루 종일 ‘왜’를 물으며 “정수리의 털들을 뽑아댄다.”

결국 여기까지 왔다. 빙하가 녹아 해양국가가 물속으로 가라앉고 2040년 즈음에는 뉴욕이 물에 잠길 것이라는 보도에도 사람들은 씩씩하게 자연을 유린하고 있다. 하기사 자기 세대만 잘 살자고 천년고도 경주에 핵폐기물 처리장을 받아들이는 심성에서 절망하지 않기는 쉽지 않다.

“자궁 속에 고무인형을 키워” 내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자연과 소통해야만 한다. 자연의 비명을 들을 수 있는 감수성을 회복시켜야 한다.

공장지대

무뇌아를 낳고 보니 산모는

몸 안에 공장지대가 들어선 느낌이다.

젖을 짜면 흘러내리는 허연 폐수와

아이 배꼽에 매달린 비닐 끈들.

저 굴뚝들과 나는 간통한 게 분명해!

자궁 속에 고무인형 키워온 듯

무뇌아를 낳고 산모는

머릿속에 뇌가 있는지 의심스러워

정수리의 털들을 하루 종일 뽑아댄다.

최승호 시집-<얼음의 자서전>(중앙북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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