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문화방송 최승호 사장께

최승호 사장이 11일 오전 최근 복직한 정영하 기술감독 등 직원들과 꽃다발을 들고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존경하는 최승호 사장님. 취임과 함께 오랜 파행을 겪어온 문화방송이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합당치 않은 일로 해직의 고통을 겪는 동안에도 <뉴스타파>를 열어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하며 ‘준비된 CEO’로서 mbc 사장 직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최승호 사장 취임이 한국방송사, 나아가 한국언론사에 새 지평을 열기 바랍니다.

최 사장님이 우선 하실 일이 방송의 신뢰회복이 아닐까 합니다. 기억하시겠지만, 과거 무슨 일로 시비가 붙으면 “그거 신문에서 봤어. 텔레비전에 나왔어”라는 말은 判官의 그것이나 다름 없었지요.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mbc에 이같은 주문과 기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참 많더군요.

최승호 사장이 선출·취임하면서 방송가는 물론 사회전반적으로 적지 않은 변화가 벌써부터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치권력과 광고주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분위기는 반드시 사라져야 하고 또 머잖아 그렇게 될 것이란 기대가 큽니다. 언론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과거정부처럼 방송장악이라는 ‘어리석은 惡手’를 둘 리가 없겠기 때문입니다. 또 만에 하나 그같은 시도가 있다고 한들 그걸 묵과할 최승호 사장이나 mbc 구성원들이 아닐 것입니다. 정치권력과는 “잘 하는 것은 지지하고, 잘못 하는 것은 비판하는” 말 그대로 잘 ‘不可近 不可遠’ 원칙을 지켜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정치권력보다 상대하기 훨씬 어려운 것은 광고주와의 관계이겠지요. ‘저널리즘의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지금 한국언론 상황도 상당부분 재정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비롯된 것이라는 진단이 유력합니다. ‘mbc號’ 선장인 최 사장이 맞닥드릴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거기에 있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특히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과는 임기 내내 길항(拮抗) 관계 속에서 갈등도 겪게 될지 모릅니다. 이 문제는 ‘위기’ 요소임에 틀림 없을 겁니다.

존경하는 최승호 사장님.
危機는 말 그대로 危險과 機會의 양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동안 언론에 물적 기반을 제공하며 영향력을 행사해온 광고주와, 광고주 즉 기업에 대한 비판 및 견제기능을 갖고 있는 언론은 존재이유가 애초부터 다른 까닭에 긴장관계일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그동안 兩者는 긴장·갈등관계를 바탕으로 한 건설적인 相生이 아닌 相剋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더 많더군요. 심지어 ‘제로섬’이나 ‘마이너스섬 게임’ 같은 결론이 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그럼 광고주와 언론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일까요? 세상사 다 그렇듯 정답을 딱히 말하긴 어렵지만 해답은 틀림없이 있다고 봅니다. 콘텐츠의 다양성과 질적 수준이, 시청률 및 클릭수와 병행해 광고 집행의 잣대가 되도록 하는 것이지요. 아마 시행 초기엔 객관성·공정성 등을 놓고 논란도 있겠지요. 늘 그렇게 안주해 왔듯이 말입니다. 그같은 논리의 연장선 상이라면 최 사장님의 사장 선출도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가 제시한 이 방식이 유용하고 타당성 있는 것은 더 이상 광고시장에 의해 언론 콘텐츠가 하향평준화·저질화돼서는 안되겠기 때문입니다. 최승호 사장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방송 공영성이 높은 독일 등 선진국 어디에 우리같은 광고시장이 존재하던가요? 또 하나 현재 국내 주요 광고주들의 홍보책임자 상당수가 언론인 출신이란 사실입니다. 이들은 언론계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다가 기업으로 옮겼습니다. 그들은 몸은 언론계 밖에 있지만, 한국언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늘 염려하고 기원하는 사람들입니다. 언론이라는 ‘친정’이 잘 돼야 기업이라는 ‘시집살이’가 보람있고 떳떳하기 때문이지요.

더욱이 작년 촛불시위 이후 재확인된 높은 시민의식 역시 언론과 광고주와의 관계변화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일련의 변화가 이뤄질 진대, 언론으로선 재정위기 극복과 저널리즘 본령 회복을, 광고주로서는 안정적인 책임경영을 통해 기업활동을 자유롭게 할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 봅니다.

존경하는 최승호 사장님.
사회 일각에서 최 사장의 취임을 두고 벌써부터 긴장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런 얘기들과 함께 말입니다. “최승호 사장 너무 과격한 것 아냐?” “자신이 당한 대로 보복하지 않을까?” “적폐청산 하다가 시간 다 보낼 것 같아.”

이같은 말들은 ‘PD 최승호’를 잘 몰라서 나온 거라고 봅니다. 문화방송과 뉴스타파 피디로 최승호 사장이 보여준 ‘치열한 PD정신’을 간과한 탓이지요. <공범자들>에서 최 사장이 진실을 캐내기 위해 사건과 사람을 끈질기게 뒤쫓는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저런 언론인 몇 명만 더 있으면 나쁜 짓하는 권력자들 정신 바짝 차릴 텐데’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지요. 투지와 끈기를 갖고 좌고우면 않고 얘기(작품) 될 만한 것을 좇아은 그대로 문화방송 CEO 직책을 수행한다면 세간의 우려는 곧 사그러들 겁니다.

또 다른 사례는 지난달 뉴스타파가 ‘네이버 콘텐츠 제휴’ 심사에서 최고점수를 받고도 월별 기사 건수가 미달돼 탈락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뉴스타파 대표이던 최 사장은 아무 이의제기 없이 깨끗이 승복하더군요. 비슷한 경우 결과에 항의하며 불복하는 경우가 흔한 터라, 최 사장의 태도는 당연하지만, 무척이나 신선하였습니다.

최승호 사장님.
현재 문화방송에는 일할 만한 직원들이 오랫동안 현업에서 떨어져 있던 데다 수년간 충원을 게을리 한 탓에 인력부족 걱정도 있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런 측면도 없지 않겠지만, 지난날 一當百하던 엠비시 구성원들이 본래 실력을 회복하는데 그다지 오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신천교육대’와 영업부 등에서 4~5년 물먹다 이번에 보도국에 돌아온 후배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잃은 것도 많았지만 얻은 것도 참 많다. 그전에는 겉으로만 느꼈던 ‘을’의 입장도 막상 내가 그 신세가 돼보니 이해하게 되더라. 무엇보다 우리 엠비시가 얼마나 소중한 조직인지 깨닫게 됐다.”

최 사장님 곁에는 방송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몸사리지 않을 그와 같은 동료들이 많으니 한편 부럽기도 합니다.

저는 지상파 방송사 사장은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 위치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방송 영역은 사회문화 및 대중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지요. 시청자 즉 국민들이 얼마나 높은 안목과 통찰력, 그리고 균형감각을 지니는가는 전적으로 그 나라의 방송수준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지요. 최근 수년간의 문화방송 등 방송의 盲目化와 우리 사회를 보면 금세 확인할 수 있겠지요.

존경하는 최승호 사장님.
1991년 봄, 한겨레신문 기자로서 mbc 방송민주화 투쟁을 취재하던 때의 기억이 엊그제 같습니다. 당시 여의도 사옥 본관 1층에서 듣던 방송민주화 함성이 4반세기 지나도록 귓전에 남아 돕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그 구호는 떠돌지 않을 겁니다. 아니 떨쳐내야 하겠습니다.

이제 mbc의 구호는 “방송민주화”가 아니라 “통일시대 이끄는 방송” “세계인과 호흡하는 방송”이 됐으면 합니다. 그 길에 최승호 사장님께서 뚝심 있게 뚜벅뚜벅 앞장서주시길 바랍니다.

아시아엔 발행인 이상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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