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내년 4월 3일엔 전국에서 묵념해 새 날 열면 어떨까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요즘 제주는 유채꽃으로 노랗게 물들어 있다. 70년 전에도 똑 같이 섬 전체가 노랗게 덮였을 것이다. 그런데 노란색 유채꽃에 붉은 피가 튕겼다. 검붉은 피는 섬 곳곳을 적셨다. 이름을 찾은 지 불과 20년도 안 되는 4·3항쟁. ‘그날’들을 기념하는 행사가 오늘 제주 전역에서 거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를 대표해 2006년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피해현장을 직접 찾아 영령들을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문했다.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의 책임이라며 이 사건과 관련해 공식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진상규명을 끝까지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두고도 말들이 많았다. 공산주의 사상에 물든 ‘폭도’가 경찰을 죽인 사실도 있는데, 정부가 공식사과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과연 그럴까? 대한민국 정부의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났는데도 말이다.
정부라고 하여 늘 잘할 수만은 없다. 마찬가지로 잘못 하는 것만도 아니다. 잘할 때는 박수를, 못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르면 된다. 당시 섬 인구의 10% 이상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면, 이건 정부가 몇번이라도 용서를 빌었어야 할 일이다.
용기는 거저 생기는 게 아니다. 현상을 정확히 직시하고, 잘못을 더 이상 저지르지 않겠다는 각오를 하고 이를 실천할 때 나온다.
벽 뒤에 숨는다고 잘못이 감춰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 제주 전역에선 1분간 억울한 죽음을 두고 묵념을 올렸다. 그 죽음 가운데는 상관의 부당한 명령을 거절하지 못해 양민들에게 총을 겨눈 군경도 포함돼 있다.
내년이든 후년이든, 제주 뿐 아니라 전국에서 온 국민이 억울한 죽음 앞에 머리를 숙이면 어떨까?
오는 5월 광주의 피해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대구와 부산 등지에서도 당시 비극에 같이 아파주는 일, 이게 바로 새날을 여는 길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