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신문 기획] ‘한중수교 20년’③ 재한 중국인범죄, 그 불편한 시선
[현황] 부쩍 차가워진 시선들
요즘들어 재한 중국인들은 특별히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느낀다고 한다. 중국에서 간 최녀사(33세)는 “오원춘 수원토막살인사건 이후 조선족들이 집거해있는 구로, 신도림 등 지역에서 중국사람들이 신문에 칼을 싸가지고 다니다가 기분에 따라 아무사람이나 찌른다며 한국인들이 뒤에서 쉬쉬하고 있다”며 “중국인 전체를 모두 범죄자취급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는 조선족 범죄와 관련한 각종 괴담들이 떠돌고 언론에서도 자주 다루어지면서 ‘묻지마 살인’ 등 흉악사건이 터지면 재한 조선족부터 들먹이고 있다.
재한 중국인범죄문제와 관련한 본사기 자의 질문에 <한겨레신문> 국제부 이모 기자는 “근간에 확실히 체감된다”며 “오원춘사건을 전후로 재한 조선족범죄문제가 언론에 자꾸 조명받게 된다. 조선족범죄가 전에는 크게 기사화되지 않았는데…”라면서 “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외국인들한테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불만이 커지던 찰나 오원춘사건이 터지면서 재한중국인 범죄가 표면화되는 도화선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편견] “중국은 재중 한국인을 다 마약범죄자로 보지 않는다”
오원춘사건은 중국에서 노무를 나간 오원춘이 지난 4월 경기도 수원에서 한 젊은 한국여성을 성폭행, 살해하고 잔인하게 시체를 토막내 유기한 사건이다.
오원춘사건을 두고 한 한국신문의 편집장은 “한국의 언론과 주류사회는 경찰의 부실대응으로 막을 수 있는 범죄를 막지 못한 점을 비판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지만 사회적 시각은 개인의 문제를 전반 재한중국인 집단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체류 10년이 넘는 학자이며 언론인인 김정룡씨는?“범죄문제는 이주민이기에 쉽게 표적이 되는 것이다”며 “사실 인구의 범죄비례로 따지면 재중 한국인의 범죄율이 엄청 많다. 중국이 하도 크니까 크게 언론에 다루지 않는다뿐이지, 조희팔을 비롯한 재중 한국인의 범죄도주자, 성매매, 현지처, 사기 등이 너무도 많다”며 “이번 수학여행을 갔던 한국중학생들로 인해 북경에서 ‘슈퍼 집단절도’사건이 터졌는데 중국에서는 ‘한국학생은 모조리 도적놈이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재한중국교민협회 부회장이며 재한중국인신문 <신화보사> 조명권 사장은 “절대다수의 재한 조선족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면서 “주중한국대사관의 집계에 따르면 중국 경내에 마약을 팔거나 마약밀수에 가담해 체포된 외국인 중 한국인이 제일 많은데 무려 86명에 달한다”는 2010년 7월의 한국 <연합뉴스>의 보도를 상기시키며 “그러나 중국에서는 재중 한국인을 다 마약범죄자로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국 <머니투데이>신문은 “인구수 대비 범죄통계를 보면 조선족 범죄률은 한국인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 내 거주 중국인 범죄자는 인구 대비 범죄자 비율은 3.6%로 집계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인 범죄자는 총 193만 5262명으로 범죄자 비률은 인구 대비 4.0%라는 것. 서울 대림동 지역의 한 경찰관계자는 “중국인들이 선술집에서 싸우다가 흥분하면서 병을 깨기도 하지만 소문처럼 흉기를 들고 다니지는 않는다”며 “소수가 저지르는 범죄인데 전체 중국인을 범죄자로 보는 시선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서울영등포경찰서 외사계 이종장 계장은 기자에게 “올들어 오원춘사건부터 시작하여 악성 폭력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현지에서 중국인들에 대한 시각이 차가워지고 특히 언론의 보도 그리고 일부 네티즌들의 비평이 있어 더욱 불거지기도 했다”며 “그러나 현재 외국인 밀집지역의 사회 질서는 매우 좋다. 전에는 주말마다 12기 정도의 사건이 보고되였지만 지금은 거의 없는 상태다. 이 몇 달 사이 엄중한 범죄사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밀집지역이 매우 안정적이다”라고 소개한다.
[진단] 재한 중국인범죄, 왜 늘어나는가?
왜 요즘따라 재한 중국인 범죄가 이렇게 갑자기 불거지고 있는가?
일부 전문가들은 우선 재한 중국인의 인구급증에 따라서 범죄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고 주장, “최근 외국인 범죄 발생의 증가는 범행 가능성이 높은 외국인이 많이 입국하기 때문이 아니라 재한 외국인 증가에 따른것으로 풀이해야 한다”고 말한다.
방문취업제 등 한국입국의 문이 확대되면서 현재 재한 중국인 70만명시대에 왔다. <한겨레신문> 국제부의 한 기자는 “조선족의 경우 수십만 명이 근 20년 이곳에서 살면서 다른 외국인보다 도처에 널려 있다. 곳곳에서 자주 마주치니 확률상 마찰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고 했다.
서울특파원으로 있는 한 중국매체 여기자는 재한중국인 범죄 중 조선족의 범죄비례가 많은 것을 두고 “재한 조선족이 한국에서 언어가 통하는 것이 오히려 범죄가 많은 이유가 되기도 한다”며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은 평소 언행에서 조심을 하게 되나 조선족들은 오히려 언어 때문에 긴장을 늦추고 마찰도 더 많게 된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최근에 재한 조선족 범죄문제와 관련, 경찰부문 등이 조직한 여러 가지 간담회에 참가하고 있다는 한 재한조선족단체 책임자인 김숙자여사는 한국에서 16년간 식당과 함께 경로당도 꾸리는 등 현지사회 봉사에도 적극적인 사람이다. 그녀는 근년에 재한조선족 범죄가 늘어나는 원인을 “신분이 달라졌기 때문이다”며 “옛날에는 불법체류자가 다수여서 숨죽이며 살았지만 지금은 절대다수가 합법체류 신분이기에 한국을 나름대로 어느 정도 안다고 방심을 한 것이다”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한국 관련부문은 재한중국인 범죄자들 중 대부분이 중국에서 전과자들이란 점을 발견, 한때 한국입국규제를 풀면서 많은 결격사유가 있는 외국인들이 입국한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이제 외국인의 입국심사를 엄격하게 하는 등 입국문턱을 높이기로 했다.
한편 전문가와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오원춘사건을 도화선으로 한국사회에 만연하기 시작한 외국인 혐오증(제노포비아)이 최근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재한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범죄사건의 심층적인 원인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한 조선족 범죄사건 중 상당수가 한국사회에서 오래전부터 고질처럼 존재하는 임금체불 등 인권침해 과정에서 피해자인 노무자들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대응을 잘못하면서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점을 지적하면서 “상당부분이 한국인의 태도에서 비롯된 점”이라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영등포살인사건도 체불된 임금을 계속 주지 않는 한국인을 칼로 찌른 우발적 사건이다. 한국 <머니투데이>는 보도에서 “중국에서 몇십 년을 살면서 한번도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한 적이 없다”고 한 조선족 리씨의 말을 인용했다.
수원에 있는 한 공무원 전씨는 “사실 재한 중국인 가운데 열심히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많은데, 외국인이 범죄에 연루되면 사람들이 관심을 더 갖는다고 보면 되죠. 그리고 재한 중국인이 대부분 사무직보다는 노동자나, 일용잡부 등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옛날부터 자기보다 못사는 사람을 깔보는 우리나라의 풍토가 있어서 마찰이 생겨나는 거라고 봐야죠”라며 사회적풍토에서 원인을 찾았다.
[해결책] 매듭 한국인과 함께 풀어가자
이런 와중에 재한 조선족사회는 자성의 목소리와 자기의 이미지개선에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서울에서 열린 “재한조선족 범죄문제 관련 조선족단체장과 언론책임자 간담회”에서 각자 대안을 적극 내놓았다.
<한중상보>?리영한 사장은 “그동안 치정싸움, 패싸움, 주폭, 도박 등 어찌됐던 한국법을 위반한 우리 자신의 반성부터 앞서야 한다”며 “우리 재한 중국인들도 좋은 이미지를 주도적으로 현지사회에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보다 조직적인 대처가 필요하며 한국 단체와 법조계 인사들과의 연대 등 현지사회와 함께 푸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서울 구로구청에서 조직한 재한 중국인 교양프로그램에서 강의를 하는 김정룡씨는 “중국인 실제에 결부해 양국의 법률차이를 알기쉽게 비교강의를 하고 있는데 서울법대 교수 강의보다 귀에 잘 들어온다고 재한 중국인들이 호평이다”며 “우리 재한 중국인들이 법제관념 등 시민의식이 낮은 걸 우선 인정하고 교양프로그램 등 실제 가능한 대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월부터는 영등포경찰서, 산업공단 등은 중국인을 상대로 범죄예방교실을 개강,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고소할 것인가 등 합법권익을 합법적으로 수호하는데 대한 상식 등 법제 관련 교양도 진행, 지금까지 2000여명의 수강자들이 참여했다. 경찰서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법률의식이 현저히 제고되고 법률교양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이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인이 밀집한 영등포 경찰서에서 조직한 재한 중국인과 함께 참여한 여러가지 조치가 좋은 효과를 보고있다. 경찰서 관계자는?“금년 4월에 중국인 단체장, 언론사 및 일부 지명인사들과의 간담회를 실시, 좋은 효과를 보고 있고 지난 10월에는 경찰서장, 구청장이 참여하는 캠페인을 벌여 경찰과 외국인이 함께 안전한 사회질서유지에 참여하는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였다”고 소개했다. 2008년 3월부터 외국인자율방범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자율방범대의 성원은 현재 48명으로 모두 재한 조선족들로 구성, 모두가 사업열정이 있고 책임성이 강하다. 주로 대림 2, 3동, 신길동 등 3개 지역의 치안관리를 책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원춘사건 이후 다문화에 대한 단순한 반감을 표출하는 수준을 넘어 최근 심화되는 한국사회 다문화 혐오주의는 만성적인 경기악화와 밀접히 관련된 집단적 혐오현상이라는데 전문가들은 걱정하고 있다. 전임 한국기자협회 회장이며 아시아엔(The AsiaN)?발행인인 이상기 회장은?“한편에서는 자꾸 마주치니 귀찮고 초기 만남의 반가움 대신 내 일자리 빼앗는다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조선족은 나름대로 자부심 있지만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니 참지 못하면서 터지는 경우가 많다”며 “아직 한중 양국 모두가 경제발전을 추구하면서 균형적인 문화발전이 따라가지 못했다. 국격에 맞는 문화발전이 따라야 하며 교양과 문화소통을 통해야 갈등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중국인들이 밀집되어 있는 구역에서 한마음자원봉사단, 동포자율방범대, 한마음악단동호회, 한마음서예학회 등 단체들이 속속 출현, 여러 종류의 단체들이 합해져 한마음협회가 설립되었다. 협회에는 13개 단체가 있으며 회원수는 1500명을 웃돈다. 한마음협회가 설립되면서 한국에 온 중국인들의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다. 특히 동포자율방범대의 역할로 술 먹은 후 주정하거나 싸우는 현상이 많이 제지되었고 한마음자원봉사단의 봉사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중국인들은 물론 한국인들까지도 찬양을 아끼지 않고 있다.
‘청해’라고 필명을 단 한 조선족은 “중국정부와 한국민에 미안하지 않는 모범 되자”는 재한 중국인들에 향한 공개편지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개울물을 흐려놓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한국의 법률과 제도를 준수하면서 자기의 신근한 노동으로 돈을 벌려하지 않고 한국의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고 지역 주민들의 안전에까지 위협을 준다면 우리는 우리를 보내준 중국정부와 우리를 받아준 한국정부에 모두 미안하게 될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법률과 제도를 준수하고 열심히 일한다는 이미지를 보여준다면 한국사회는 우리를 더욱 포옹해줄 것이고 지역 주민들과도 더욱 잘 어울려 조화로운 사회를 이루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재한 중국인들, 우리 모두 한국의 법률과 제도를 준수하면서 한국사회와 화합, 공존의 사회를 가꾸어 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길림신문/한정일·박명화·전춘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