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신문 기획] ‘한중수교 20년’② 중국산, 그 불편한 진실은?
[불편한 오해] 동네북 신세가 된 중국산
한국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MBC가 지난해(2011년)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한국인 1016명에게 “중국에 대한 인식”을 물었는데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람 중 무려 23%가 “믿을 수 없는 먹거리, 중국산 농산물”을 부정 인식 중 최대 요인으로 꼽았다고 보도했다.
한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나 다음에 들어가 ‘중국산’이라고 검색해보면 첫페이지부터 “짝퉁”, “국산둔갑”, “중국산 감별법” 등 부정적 내용들이 90%이상이다.
베이징에서 교수직을 퇴직하고 2년 반째 서울에서 생활 중인 장 여사(63세)는 “제일 열받는 광고가 TV만 켜면 나오는 ‘중국산이 아닙니다’라는 말이에요”라며 얼굴을 찌푸린다.
매일 수많은 한국 소비자가 중국산 농산물을 먹으면서도 “중국산”을 버릇처럼 입에 달고 있다. “중국산은 무조건 나쁘다”라는 ‘묻지마 언어폭력’ 속에 계속 두들겨맞는 동네북 신세다.
안전한 중국산 농산물과 문제의 중국산은 어떻게 다르며 중국산이 어떻게 만들어져 어떻게 한국소비자의 손에까지 들어갔는가.
우리 특별취재팀이 중한 무역업자, 수출입 관련 부문,언론인 등 ‘테두리내 인사’들을 만나보니 문제의 중국산의 진상은 공개된 비밀이었다. 즉 대부분 중국산의 ‘시나리오’, ‘감독’, ‘주연’ 모두가 한국인이고 중국측 무역업자들은 ‘조연(助演)’이라는 사실이였다. 문제는 이 진상을 많은 한국소비자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내막탐방] “‘중국산’…‘시나리오’, ‘감독’, ‘주연’은 한국인인데요”
한국 KBS2TV에서 인기리에 방송했던 ‘미녀들의 수다'(2007년)에서 중국미녀 채리나양은 “싼 게 비지떡이다”는 속담을 들며 “중국산이 안 좋다고들 하시는데 한국분들이 중국산 중에서도 싼 것을 찾아서 그렇죠. 좋은 것(중국산) 쓰고 싶으면 비싼 거 사면 됩니다”고 뼈대있는 일침을 가해서 한국시청자들 속에서 화제가 된바 있다.
본사 특별취재팀은 문제의 ‘중국산’이 형성된 데 대한 탐방을 조직, 한중 농산물무역의 수출기지인 중국의 심양, 대련, 청도, 연태 등지의 일부 한중 무역업자들을 만나 내막을 알아보았다. 의외로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중국산’은 한국무역업자들이 직접 ‘시나리오’로부터 ‘감독’, ‘주연’을 했다. 중국무역업자는 시키는대로 한 ‘조연’일 뿐이다. 지난 십여년간 중국산의 이미지를 만든 장본인은 바로 한국무역업자”라고 주장했다.
지난해까지 13년간 청도에서 대 한국 농산물수출을 해온 40대의 류모씨는 “중국농산품이 한국소비자의 손에까지 들어가려면 구입(산지)―가공―중국통관―한국통관―한국유통 등 총 5개 단계를 거쳐 나중에 한국소비자들에게 들어간다. 이 전반 과정에 실제 한국무역업자가 모든 것을 움직이고 중국상인은 보조적 역할만 한다. 한마디로 중국상인은 심부름꾼이다”고 말한다.
무역관례상 수입업자가 수출업자와 계약하고 수출업자가 생산지에 가 구입하고 가공한 것을 받게 되어있으나 “그동안 한국무역업자들은 통역을 앞세우고 직접 생산지까지 내려가 샅샅이 훑으면서 물건 선정부터 챙긴다”는 것. “제일 문제가 많이 생기는 가공단계에서도 철저히 한국바이어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며, 나중에 한국에 수입된 뒤에는 한국측 유통상의 손을 거쳐 한국소비자들 손에 들어가게 되는데 한국 국내산 둔갑도 이 때에 진행된다”는 것이다.
다른 한 무역상 김씨는 “우리가 한국 파트너와 무역할 때 ‘화물권’(??)이 명색상 내 것 일뿐 내가 좌우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한마디로 한국파트너가 중국회사의 이름을 빌어서 무역한다고 할 수 있다”고 정리한다. 김씨는 “한국소비자의 눈맛과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는 한국바이어가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실토한다.
십여 년간 장춘에서 음식업을 해온 한국인 김모(67세)씨는 “중국산 품질이 못하다구요? 그건 무역업자들 탓입니다. 한국산보다 좋은 물건도 얼마든지 있지만 무역업자가 더 많은 이익을 위하여 싸구려 제품을 들여간 것에 불과합니다. 한두 가지를 보고서 중국산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다만 같은 제품이라면 대부분 한국제품보다 저렴합니다. 그 이유는 생산원가의 차이 때문이죠”라고 기자에게 말한다.
대련에서 한국수출 식품가공업을 하고있는 량모씨(47세)는 “한마디로 중국에 좋은 농산물이 얼마든지 있지만 한국상들이 환율 차이 때문에 그 가격으로 한국시장에서 도무지 답이 안 나오니까 싼 농산물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며 “중국농산물 1급은 일본상인들이 가져가며 2급과 3급을 한국상인들이 가져간다”고 말한다.
이를 두고 한국농산물유통공사 관계자도 “중국 현지에서 보면 농산품이든 수산물이든 1등품은 우선 일본으로 들어가고 있고 소위 2등품이 한국 차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론 한국에서 중국농산품이 푸대접을 받는 것도 이와 관계된다고 볼수 있다”고?설명한다.
한국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직원은 “중국은 농산물 종류도 많고 품질적으로도 층차가 많다. 좋은 것부터 저질품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여기에서 무역의 맹점이 생기게 되는데 무역업자들이 가격이 맞는 걸 선택하다보니 어느 정도 품질이 낮은 걸 선택하게 된다. 가격이 싼 것을 가져다가 비싸게 팔아야만 수지가 맞기 때문이다”고 분석한다.
현재 한중 관련 부문의 엄격한 검사와 유통시스템의 개변으로 문제의 ‘중국산’들의 통로가 기본상 막혀버렸다. 여기에 기술까지 따라잡으면서 박씨는 “중국산 김치의 경우 경쟁력은 바로 현지 인건비와 한국보다 싼 식재료의 우세로 거의 한국산 김치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한국시장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며 “언론에서 떠드는 것에 대해 자국 농산품 보호차원에서 이해는 가지만 ‘묻지마식’으로 ‘중국산은 나쁘다’, ‘중국사람이 짝퉁 만든다’고 매도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이런 내막을 한국소비자가 제대로 알게 하는 것이 사실 한국인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김치를 비롯해 여러가지 식품들을 십여 년간 계속 수출하고 있는 박씨는 “나는 양심적으로라도 문제있는 식재료를 쓰지 않기에 우리 공장 김치는 지금 한국시장에서 탄탄하게 입지를 굳혔다”고 말하면서 “중국 국내에서 여러가지 식품문제들이 불거지면서 한국에 중국산을 비하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가 하루빨리 개선해야 하며, 아니면 그런 소리를 계속 듣게 된다”고 했다.
현재 한중 통관시스템에서 세계적 선진수준의 검사검역시설과 엄격한 품질검사로 한국에 수입되는 중국산 농수산물의 품질과 안전성이 뚜렷이 높아져 가고 있다고 양국 수출입 관련 부문 관계자들이 기자에게 말하고 있다. 중국 품질검역부문에서 알아본데 따르면 중국에서는 수출회사들에 대해 돌격검사를 조직하고 상품의 구입, 가공, 출고, 포장 등 과정을 감독하며 수출운수방식, 운수로선 등에 대해서도 감독조치를 강화하고있다.
극히 적은 특정상품에 대해 기술측정을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서는 세계적인 선진기술에 의거하여 검측을 확실하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냉동고추의 경우 검측항목만 96가지에 달하며 불명첨가제, 불명농약잔류 등에 대한 검역은 세계적인 검역기구인 SGS의 중국분기구에 의뢰하여 검측하고있다.
[관련 부문 평가] “아직도 이러쿵저러쿵 중국산 타령 하다니요…”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한국의 관심화제를 가지고 본사기자는 지난 12월 초, 전후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품질안전 T/F팀 김문규팀장과 한국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기획조정과 이병권 수의사무관을 각기 인터뷰했다.
“나는 중국산을 잘 먹고 있습니다”
중국산농산물에 대한 ‘묻지마’ 부정을 두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품질안전 T/F팀 김문규팀장은 “농산품은 중국의 것이 한국의 것보다 더 좋거나 나쁠 수 있다. 국내산이 무조건 좋고 우월하다는 건 편견이다”며 또 “간혹 저질 중국산 농산품 보도가 있지만 중국산이 모두 나쁘다거나가 아니라 단지 주의를 환기시키는 목적으로 언론을 통해 이슈화되다보니 저질품에 대한 문제가 확대된것”이라 했다.
“나는 중국산을 아주 잘 먹고 있다”며 한국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기획조정과 이병권 수의사무관은 “나와 같은 공무원들은 실질을 알기 때문에 언론에서 나쁘다고 보도해도 그렇게 믿지 않는다. 한국산도 간혹 저질품에 대한 보도가 있는데 그렇다고 한국산도 다 나쁘다고 볼수 없지 않는가?”고 반문한다.
“확률적으로 중국식품이 오히려 더 안전합니다”
김문규팀장은 “한국에는 식약청, 농수산검역본부, 농수산물품질관리원 등 부문이 있어 수입품에 대한 검역과 관리가 철저합니다. 통관시스템도 엄격하게 되어 있어 가짜라거나 저질제품들이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또 국제입찰과 공증을 거쳐 들여오기때문에 품질과 안전성은 의심할바 없습니다”고 하는가 하면 이병권 수의사무관은 “일전에 현지고찰로 연태에 가보았는데 검역시설이나 장비가 한국과 별반 차이없는 세계적인 수준이였다. 검역, 통관, 운수 등 면에서도 한중에 선진적인 시스템이 잘 되어있기에 중국에서 저질품이 수입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며 소위 “보따리 장사꾼”(따이궁이라고도 함)들이 평택항, 인천항으로 들여오는 물품까지도 칼로 찢어서라도 전부 검사를 한다. 검사결과를 보면 불합격품이 매우 적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농수산품이 원래 많다 보니 검역에서 더 중시하게 되며 또 그런 까닭에 불합격품은 빠짐없이 검출되어 안전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놓고 볼 때 확률적으로 중국식품은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 중국산에 대한 편견 바꿔야 할 때”
한국 수출입통관부문의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에서 매일같이 중국의 농산품을 먹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며 소모량도 엄청나다. 이후에도 상당부분의 농산품은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농수산물은 그 신선도와 보전성 등 요소를 논할 때 중국과의 무역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편 중국의 발전속도가 엄청 빠르기에 한중 무역의 전망도 날이 갈수록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김문규팀장과 이병권 수의사무관은 한중 양국 관련 부문의 단속 강화, 각종 법률 건전화, 중한 관련 부문의 끊임없는 교류 그리고 양국 무역업자들의 자질과 준법의식의 제고를 주문했다.
특히 “아직까지도 중국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불미스러운 말을 하는것은 서로에게 좋을 게 없다. 이제 한국소비자의 경우 중국산에 대한 안좋은 선입견을 바꿔야 할 때다”고 말했다.
[해법] “가는 떡이 커야 오는 떡도 크다”는데
중국에서 수입한 농산물에서부터 시작된 중국산에 대한 편견은 현재 한국에서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문제는 이로부터 한국소비자들의 편견이 중국제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양국의 정상적인 무역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혐중”, “혐한”으로 파생되는 양국민의 정서적 반감으로 중한친선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점이다.
대한항공회의소가 최근 한국소비자 514명을 대상으로 “국가이미지가 구매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을 조사한 결과 중국산 제품의 선호도는 1.7%에 불과한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산은 저질의 대명사로 계속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방문이 한해 몇백만명에 달하면서 한국에 갔다온 많은 중국인들은 중국산에 대한 ‘묻지마’ 편견을 보고 듣고는 상처를 입는다. 중국사회과학원 한 전문가는 한국민의 “혐중”(嫌中)으로 인기된 중국민간의 “혐한”(嫌?) 정서를 말하면서 한국에서 받는 중국산의 불공정대우를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중국시장서 수천만대의 한국산 핸드폰이 팔리고 현대자동차가 중국 수도를 누비고 한국드라마로 인해 수많은 중국여성들이 눈물 흘린다. 삼성이랑 현대가 세계적기업으로 성장할수 있었던 것도… IMF로 힘들 때… 중국이라는 엄청난 소비시장을 등에 업었기에 회복이 가능할 수 있었다…한국과의 교역량 1위 국가로…한국의 흑자무역 유지에 큰 기여를 하고…매년 수십만명이 한국에 와 관광수입를 올려주고…”그러면서 “세상에 무조건 짝사랑이란 없는 것, 중국산을 무조건 비하하는 풍조가 중국에게 상처가 되고 언젠가는 한국산에 대한 냉대로 돌아올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 연합뉴스 주심양 심민재특파원은 본사 기자에게 “우주항공, 기초과학 등 면에서 과학강국인 중국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가전, 자동차 등 일반 소비자재에서도 그 수준이 최근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게 따라오고 있다”며 무조건 중국산을 비하하는 주장들에 일침을 가했다.
지난 11월 30일,?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와이 호 릉(Wai Ho Leong) 바클레이즈 아태지역 이사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중국 소비확대정책의 가장 큰 수혜국이 될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한국은 한중 수교 20년간 한중 경제교류에서 가장 큰 수혜국이 되였다. 무역도 상호주의원칙이고 윈윈해야 한다. 언제까지 짝사랑이 돼서는 안된다.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 중국산의 우점도 존중하고 공정하게 대해야만이 한국산도 중국에서 후한 대접을 받을수 있다. <길림신문/한정일·박명화·전춘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