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신문 기획] ‘한중수교 20년’⑤ 상처에 소금 뿌리는 ‘악플전쟁’
[진실] 불씨는 어디에서 오는가?
북경대학 조선문화연구소 김경일소장은 “인터넷시대에선 작은 사건이 태풍을 몰고 오는 나비효과가 될 수도 있다”며 인터넷으로 확산된 편견과 오해를 푸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중 학자들은 이 문제의 절박성은 바로 인터넷을 일상으로 삼는 양국 신세대들을 통해 확산되면서 한중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의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어 빨리 치유하지 않으면 오래갈 수 있다고 짚는다.
한국 MBC방송은 한중수교 20주년 기획보도에서 인터넷 악플을 두고 “지금 한중 청소년들이 서로를 잘못 이해하는 것 같아요. 그냥 인터넷에 있는 편견을 그대로 믿고 있어요”라고 한 중국유학생 주양의 말을 인용, 두 나라의 네티즌에게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진 오해와 편견 그리고 갈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썼다.
일찍이 2008년 한국 중앙일보는 재중한국인 설문조사에서 68%의 응답자가 “서로의 이런 갈등들이 10~20대와 인터넷공간을 넘어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단계라 걱정하고 있다”며 시급한 대책을 제의한 바 있다.
한중 네티즌간의 악플갈등을 두고 많은 한중 인사들은 “인터넷 특성상 양국 모두 일부 네티즌들의 소행이 국민 전반의 뜻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진상을 모르는 국민들의 정서에 주는 파괴력은 상당히 크다”고 인정하고 있다.
한국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이지용교수는?“인터넷 댓글을?조사해보니 90%가 중고등학생들이 올린 글들이다. 황당한 말들, 전혀 검증이 없는 정보들이다. 한국민 거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잘못 이해한 정보들도 나돈다. 일부 언론들이 또 끼어들어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다.
장춘에서 유학 3년째인 한 한국유학생회 간부는?“두 나라 네티즌간의 악플전쟁은 심각한 편이다. 문제는 인터넷 특성상 실명제가 아니므로 쉽게 올릴 수 있고 일단 올리면 쉽게 퍼진다. 남 얘기 하기 좋아하고 남 헐뜯기 좋아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재한중국인교류사이트를 운영해오는 허씨는 “손벽도 마주쳐야 소리 나듯이 악플은 두 나라 네티즌이 다 문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중국사이트가 더 깨끗하다. 일부 한국네티즌은 중국기사만 뜨면 무작정 내용도 읽지 않고 때린다”고 말한다.
[해법] “인터넷에 생긴 문제 인터넷에서 풀자”
한중 전문가들은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 주류언론들의 정확한 보도, 인터넷 왜곡기사 적극대처, 민간교류활성화를 통한 상호이해 등을 주문했다.
한국과 중국의 언론인, 전문가들은 인터넷 악플현상해결을 두고 양국 정부차원의 대책을 주문했다. 중앙일보 국제부의 한 기자는 “인터넷상 오해의 경우 정부차원의 권위적인 해석이 오해를 줄이는데 일조하기에 정부의 공식적인 정정이나 해답코너가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국에서는 2009년 중앙대 민병철교수를 대표로 하는 ‘선플달기 국민운동본부’가 결성됐다. 홈페이지(www.sunfull.or.kr)를 만들어 한국청소년과 재중한국인단체가 참가하고 중국 학교의 청소년들도 참가하는 양국 네티즌 선플달기운동도 발기해 한국과 중국 주요매체들에도 보도됐다.
중국에서 사업하며 중국통이라고 불리우는 한국자유기고인 곽대중씨는 중국 관련 인터넷 온바오에 올린 ‘인터넷에 중국어 외교사절단 만들자’라는 제안에서 “진실을 진실 그대로 알리는 소통의 매개체가 필요하다. 재중 한국유학생들을 비롯, 중국어를 사용할 줄 아는 한국인들을 조직해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왕이(?易)나 소후(?狐)같은 사이트에 들어가 특히 중국의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국인들의 생각과 의견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싸우지는 말자, 감정에 치우치지도 말자. 사태만 악화시키는 사건 말고 분명하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한국인들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에도 충분히 현명한 사람들이 많지만 다만 ‘또라이’(모니터앞에 죽치고 앉아 댓글을 달며 불만과 적개심을 나타내는 네티즌)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뿐이다. 꾸준하게 움직이다 보면 그들의 마음과 이성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고 언젠가 한국과 중국의 네티즌들이 하나된 힘으로 ‘또라이’들을 침몰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중국반감정서가 중국인의 한국반감정서의 뿌리일 수 있다”는 한국 서강대 이욱연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중국유학생들이 불량식품과 싸구려제품을 만드는 나라의 국민이라는 모욕을 받다보면 중국내 반한감정의 뿌리가 될 수 있다. 무턱대고 중국을 무시하거나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우리 눈부터 바꿔야 한다”며 “인터넷 사안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발생한만큼 해법도 인터넷에서 찾아라. 인터넷에서 양국 네티즌의 만남과 같은 시도도 하자”고 제안한다.
한국 한 증권사에 출근하는 중국인 마모씨는 한국언론의 취재를 받으면서 “인터넷 각종 괴담이 양국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을 갈라놓는다. 인터넷 속성상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가 확산될 수밖에 없는 감성적매체이기에 자극, 흥분은 쉽게 퍼지지만 한중간의 미담이나 긍정적인 소식은 파묻혀 있다”며 대안으로 “네티즌이 상대방의 실상과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진단] 중국유학생 속내 들어보니
전문가들은 보다 시급한 문제는 한중 양국 유학생들이라고 말한다. 현재 한국 외국인유학생의 반을 차지하고있는 중국인유학생 그리고 중국유학생의 3분의 1을 차지하고있는 한국유학생들은 미래 한중 관계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각각 지한(知韓),지중(知中)인사로 미래 양국관계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11월 24일, 서울 모 대학 앞 커피숍에서 기자는 중국유학생 몇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왕(1)모(석사생, 한국유학 6년째): 한국 지도교수님과 중국전문가들이 함께 국제관계교수토론모임에 참가했는데 중국의 ‘혐한류’ 원인은 한국언론과 한국악플에서 받은 상처가 중요한 원인이라고 모두들 주장하더라. 악플을 단 사람이 학생인가 아니면 성숙한 사회인인가, 장난삼아인가 아니면 정색해서인가를 구별해보아야 한다.
왕(2)모: 크게 걱정할 것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면서도 모두들 중국 것을 쓰지 않나. 때가 되면 좋아질것이다. 1970년대 서구에서 짝퉁으로 무시받던 ‘한국산’인데 지금 ‘삼성’ 것을 쓰고 있지 않나.
뢰모: 우리가 보여주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장예모의 영화나 고대내용의 중국영화만 보고 현대중국을 보는 통로가 적기 때문에 편견이 생긴다.
한국인에 하고싶은 말 한마디씩만 한다면?
뢰모: 작은 마음으로 큰 중국을 보지 마세요.
장모: 중국이 잘살든 못살든 무시마세요, 세계 어느 나라도 무시는 말아야.
왕(1)모: 단일민족의 한국, 넓은 마음으로 다양한 중국을 이해해주세요.
왕(2)모: 글로벌 한국인이 되세요. 더 큰, 더 개방된 마음으로 중국과 세계를 보세요.
<길림신문/한정일·박명화·전춘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