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MBC 뉴스데스크 첫 진행 박성호 앵커께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MBC 170일 파업 당시 해고된 박성호 기자가 PD 11일 오전 서울 상암MBC에서 복직 후 첫 출근을 하며 후배들과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박성호 후배. 오늘부터 <문화방송>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게 된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제법 긴 기간 방송을 떠나있었기에 걱정하는 이들도 있지만, 오히려 제3자의 입장 특히 시청자 눈높이에서 더 많은 것을 더 세밀하게 들여다 봤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기대가 무척 큽니다.

박성호 후배께 몇가지 당부가 있습니다. 우선 진실 및 공정보도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랍니다. 박 후배도 이 두가지를 추구하다 해직의 가시밭길을 걸었던 것이니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이 둘과 함께 중요한 것이 정정보도에 대한 태도라고 봅니다. 박 후배가 최종 게이트키퍼로서 앵커석에 앉아 있어 그럴 리가 없겠지만, 혹시 오보가 발생할 경우 정정보도에 대해서는 절대 인색하지 않길 바랍니다. 정정보도일수록 신속·정확하여 피해자가 없도록 해주기 바랍니다. 이것만 잘 됐어도 박성호 후배 등 해직기자들이 그토록 듣기 거북해 한 ‘기레기’란 말이 없었을 것이란 생각을 저는 종종 합니다.

박성호 후배.

어려운 請이 있습니다. 박 후배와 함께 복직한 이용마 기자가 박성호-손정은 두 앵커와 함께 뉴스데스크 진행의 일부를 맡기면 어떨까요? 이용마 기자는 복막암으로 위중한 상태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같은 상황의 이용마 기자가 휠체어에 의지해 뉴스데스크 몇 꼭지라도 진행하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이용마 기자의 투혼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진실과 공정보도를 애타게 갈구하는 시청자들한테 공감을 주리라 믿습니다. 이용마 기자가 언젠가 말한 바 “방송 카메라 앞에서 진실을 다시 얘기할” 기회를 갖길-그것도 뉴스데스크 카메라 앞에서-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박성호 기자, 성직자는 오래 준비된 설교와 기도를 통해 영혼구제에, 선생님은 학생 가르치는 일에, 그리고 기자는 피땀 흘려 취재한 것을 기사로 작성해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보도하는 게 최고의 덕목 아니겠습니까?

박성호 앵커. 우리는 지난 여름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기자협회와 국경없는기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탈진실 시대의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세미나에서 만났지요.

당시 세미나 발표자는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10년 이상 해외에서 망명중인 이란의 시린 에바디 변호사와 천안문 사태 당시 학생대표였던 우얼카이시였지요. 사회를 맡은 박성호 후배는 그들만큼이나 언론자유의 가치를 뼈져리게 느끼는 듯했습니다.

그후 5개월 뒤 뉴스데스크 진행자석에 돌아온 박성호 앵커는 그들이 목숨을 담보로 지켜온 언론자유를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특별히 관심 가져주기 바랍니다. 우리사회는 언론 왜곡현상이 곳곳에 상존합니다. 정치·경제권력을 넘어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에도 귀기울여주기 바랍니다.

2010년 봄, 힐러리 당시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나는 베이징에 머물렀었지요. 중국 CCTV는 힐러리를 스튜디오로 초청해 남성 앵커를 앞세워 인터뷰를 진행하더군요. 두시간 가까운 프로그램에는 서안의 진시황릉 매표소 직원, 시골 차밭의 중년여성 등 전국 여러 일터의 시청자들을 연결해 힐러리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더군요. 잘 짜여진 쇼라고만 보기엔 그들의 방식이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유형의 틀은 무한의 상상력을 가두는 감옥이라고도 합니다.

박성호 앵커. 이제 두가지 당부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하나는 ‘박빠’(박성호 지지자) 대신 ‘박비’(박성호 비판자)를 온·오프라인에 여럿 두십시오. 그들이야말로 박성호 앵커와 문화방송 나아가 한국언론계를 진심으로 아끼는 분들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와신상담'(臥薪嘗膽)과 ‘화이부동'(和而不同) 가운데 어디에 더 방점을 찍을 지는 후배의 몫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 손석희 앵커는 신뢰도와 영향력 등 여러 부문에서 우리나라 최고로 꼽힙니다. 나는 박성호 후배가 손석희 선배를 뛰어넘는 앵커가 돼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는 손석희 선배가 바라는 것이기도 할 겁니다. 언론계 선배들은 후배들이 잘되는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며 자랑해오지 않았습니까? ‘청출어람’. 박 후배의 또 다른 몫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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