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망국적 경조사비’ 놔두곤 사회통합 ‘백년하청’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에서 경조사비 상한선을 기존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추는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명절 등 선물비는 5만원에서 농수산물에 한해 10만원으로 상향조정됐다.
김영란법 ‘제정’이나 이번 ‘개정안’이나 다소 늦었지만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 사회가 나름대로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터놓고 얘기하면 경조사비는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모순이며 癌 덩어리다. 좀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경조사비는 부와 권력을 쥔 사람들에게는 더 많이 쏠리고, 없는 사람들은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을까봐 혹은 뭔가 기대라도 하며 더 가져다 바치는 구조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런 현상을 부익부빈익빈에 빗대 ‘强益多 弱益少’라고 부른다.
본인이나 주변을 둘러보시라. 그같은 경험 몇 번은 다 했을 것이다. 한두 번 스친 사람(그건 만난 게 아니다!)에게 받은 청첩장, 부모상 심지어 형제상 소식을 계좌번호와 함께 받은 문자메시지. 이 얼마나 황당한가? 이제 그칠 때가 됐다.
누구는 말한다. “그럼 그동안 갖다 바친 ‘본전’은 어떻게 하느냐”고. ‘본전 보상’은 그동안 힘들게 번 돈을 과도한 경조사비로 지출한 사람들 선에서 멈추도록 하자. 그것도 가능하면 當代, 아니 한번으로 그치자.
그리고 누군가는 ‘본전 생각’에서 벗어나 ‘손해’를 봐야 경조사비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그러면 누가 먼저 벗어날 수 있을까? 누가 먼저 벗어나야 할까? 말할 것도 없이 사회지도층 인사들이다. 그들은 늘상 ‘경조사비 수혜층’에 서있었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비뚤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일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아니 가장 확실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경조사 갑질’을 해온 사람들에게 표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경선과정에서, 후보등록 때, 토론회 때 등 적어도 3~4차례 골라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과격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우리 역사를 조금만 들여다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옛날엔 많이 갖고, 높은 직에 있는 사람이 가난한 아랫사람들을 챙겼다. 그런데 산업화 이후 지금처럼 됐다. 세계에서 가장 낙후되고 천박하기까지 한 경조사 문화를 후대에까지 물려줄 셈인가?
한달전 쯤 어느 교회에서 있던 일이다. 맛있는 떡을 돌리는 것이었다. 담임목사 아들 결혼식 감사 떡이라고 했다. 그는 언제 어디서 혼사를 하는지(했는지) 가까운 목회자들한테까지 알리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던 한 변호사 얘기다. 그는 10여년 전 부친상을 당하고 사무실 직원과 가까운 친척에게만 알렸다. 4~5년 뒤엔 그의 아내가 親喪을 당했다. 당시 그녀는 현직 장관급 직위에 있었다. 그녀 역시 직원들에게 휴가 잠시 다녀오겠다고 알리곤 장례식을 마쳤다.
우리의 경조사문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사례 두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