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시인의 뜨락] 칠레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 ‘시가 내게로 왔다’

%eb%8b%a4%ec%9a%b4%eb%a1%9c%eb%93%9c[아시아엔=김창수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칠레의 민중시인으로 레닌평화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맑시스트로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일상의 언어로 표현하였다.

바슐라르는 “시는 순간의 형이상학”이라고 하였다. 순간을 포착하는 것, 그것은 누구나 하고 살지만 그것이 경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말로 튀어나올 때 그것을 우리는 시라고 한다. 시는 어떤 극적 체험이나 전환의 경계 지점에서 불쑥불쑥 불을 토하듯 뿜어져 나온다.

시가 태어난 때와 자리는 아무도 모른다. 시는 그렇게 태어난다. 시는 아마 인류 역사가 시작 되었을 때부터 태어나지 않았을까? 불이 발견되기 전 즉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시절에 아마 당시의 인류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을 때 “와, 봄이다!”라고 외쳤을 것이다. 그 외침이 바로 시다.

그렇게, 말은 평범하지만 체험은 극적인 것이 시가 된다. 그래서 누구나 시를 느끼고 말하고 산다. 그러나 아무나 시를 쓰지는 못한다. 그것은 인간이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우주적 운율을 물질문명이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네루다에게도 시는 불쑥불쑥 찾아왔는가 보다. “언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른다···날 부르고 있었다···느닷없이···갑자기 보았다. 하늘이 걷히고 열리는 것을.”

시는 네루다에게 그렇게 왔다. 내게도 그렇다. 모든 시인에게 시는 그렇게 온다.

 

시가 내게로 왔다

그러니까···.

시가 날 찾아왔다. 난 모른다.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선지. 강에선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목소리는 아니었다. 말(言)도, 침묵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거리에선가 날 부르고 있었다.

밤의 가지들로부터 느닷없이 타인들 틈에서

격렬한 불길 속에서 혹은 내가 홀로 돌아올 때

얼굴도 없이 저만치 지키고 섰다가 나를 건드리곤 했다.

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입술은 얼어붙었고, 눈 먼 사람처럼 앞이 캄캄했다.

그때 무언가 내 영혼 속에서 꿈틀거렸다.

열병 혹은 잃어버린 날개들,

그 불에 탄 상처를 해독하며

난 고독해져 갔다.

그리고 막연히 첫 행을 썼다.

형체도 없는, 어렴풋한, 순전한 헛소리,

쥐뿔도 모르는 자의 알량한 지혜.

그때 나는 갑자기 보았다.

하늘이 걷히고 열리는 것을

혹성들을 고동치는 농장들을

화살과 불과 꽃에 찔려 벌집이 된 그림자를

소용돌이치는 밤을, 우주를 보았다.

그리고 나, 티끌만한 존재는 신비를 닮은, 신비의 형상을 한,

별이 가득 뿌려진 거대한 허공에 취해 스스로 순수한

심연의 일부가 된 것만 같았다.

나는 별들과 함께 떠돌았고

내 가슴은 바람 속에서 멋대로 날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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