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야곱, 다시 벧엘’…”나의 벧엘은 어디이고, 언제이고, 또 무엇인가?”

창세기 35장

“우리가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자 내 환난 날에 내게 응답하시며 내가 가는 길에서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께 내가 거기서 제단을 쌓으려 하노라 하매”(창 35:3)

어릴 적 살았던 동네에 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을 다시 찾는다는 건 익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경험하는 일입니다.

야곱은 20년 전 자기 인생에 남겨진 흔적을 찾아갑니다. 하나님이 벧엘을 다시 찾아가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벧엘은 야곱이 형을 피해 도망 나오던 길에 하룻밤을 묵었던 곳입니다.

야곱은 거길 어떻게 찾아갈 수 있었을까요? 그 시절에 네비게이션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길에 표지판이나 이정표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벧엘이라는 지명도 야곱이 임의로 붙여놓은 것입니다. 20년 전에 단 하룻밤 잠을 청했던 길바닥을 무슨 수로 찾아갈 수 있었을까요? 잠 잘 때 베개 삼았던 돌을 가지고 표시를 남기긴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1m짜리 돌을 베고 자지는 않습니다. 양손으로 가뿐히 들 수 있는 돌이었을 것입니다. 그 돌로 남긴 표시 정도면 20년이라는 세월 속에 흔적이 다 지워지고도 남습니다.

그러나 야곱의 가슴 속에 남은 흔적은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야곱은 머릿속으로 벧엘을 수도 없이 그려보았을 것입니다. 벧엘의 길바닥에서 잠을 자던 날은 자기 인생의 가장 밑바닥이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외롭고 불안하고 막막했던 인생의 밑바닥에 하나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그 하나님을 어떻게 잊겠습니까? 그곳에서의 기억은 너무나도 선명해서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이 항상 뇌리에 맴돌았을 것입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는 음성을 기억하며 외삼촌 라반의 말도 안 되는 갑질을 견뎠습니다. 품삯도 못 받고 억울하게 일을 하면서도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겠다’는 하나님의 언약을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고향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는 말씀을 떠올리며 눈물과 함께 그리움을 삼켰습니다.

지금 야곱은 그곳으로 돌아갑니다. 마음이 가장 가난했던 때로 돌아갑니다. 벧엘로 올라갑니다. 삶에 주렁주렁 걸려 있던 복잡한 장신구들을 다 떼어버립니다. 우상을 버리고 새 옷으로 갈아 입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도 각자의 벧엘이 있습니다. 나의 벧엘은 어디이고 언제이고 또 무엇인가요? 그리고 어떤 말씀 구절이 나에게는 벧엘인지 생각해 봅니다.

야곱의 가슴 속에 남은 흔적은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야곱은 머릿속으로 벧엘을 수도 없이 그려보았을 것입니다. 벧엘의 길바닥에서 잠을 자던 날은 자기 인생의 가장 밑바닥이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외롭고 불안하고 막막했던 인생의 밑바닥에 하나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그 하나님을 어떻게 잊겠습니까? 그곳에서의 기억은 너무나도 선명해서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본문에서) 사진은 벧엘-타작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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