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자랑스런 서울대사학인’ 정용욱 서울대교수·김유열 EBS 사장·이태호 평화군축센터 소장

김유열 EBS 사장(오른쪽)과 서울대사학과총동문회 안병용 회장

서울대사학과총동문회(회장 안병용 변호사)는 7일 정용욱 서울대 국사과 교수(국사과 1979년 입학), 김유열 EBS 사장(동양사학과 1983년 입학), 이태호 평화군축센터 소장(서양사학과 1986년 입학) 등 3명을 ‘2025자랑스런 사학인’으로 선정, 시상했다. 

정용욱 교수

다음은 김유열 수상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소감 글이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한 후 모교를 방문해본 적이 없다. 더 정확히는 촬영 목적으로 캠퍼스에는 갔었으나 학과 근처를 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선생님도 선배도 찾지 않으며 살아왔던 것 같다. 왜 그리 잊으려 했는지 모르겠다. 졸업장도 사진도 앨범도 거의 없앴다.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멋을 부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졸업 후 30년이 넘어 한 선배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2025 자랑스런 서울대 사학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동문회 한번 나가본 적이 없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사람에게 뭐 이렇게 큰 상을 주는지…

동양사학과는 늘 내게 거대한 산이었다. 촌놈에게는 버거웠던 것 같다. 내게는 동사과가 늘 자랑스러웠다. 잊고 싶고 다시 찾아가지는 않았지만 내게는 너무도 큰 영향을 주었다. 너무도 훌륭한 선생님들을 만났다. 재학 중 따로 면담 한번 해본 적 없었지만, 졸업 후 한번도 찾아뵙지는 못했지만, 존경심을 잊어본 적은 없다.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고인이 되신 민두기 선생님의 논문지도 시간의 한 마디가 평생의 지침이 되었다고. “제군들은 비록 학부생이지만 학자다. 학자는 논문을 쓸 때 조금이라도 새로운 것을 말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쓰려면 누가 무슨 논문을 썼는지 모두 조사해야 한다. 비록 학부생이지만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면 5개국어로 번역하여 국제학술지에 실어줄 것이다.”

그래서 당시 우리 모두는 일본어, 중국어, 영어, 불어 등으로 된 관련 논문이나 문헌을 찾아 발표를 해야했다. 마치 학자처럼. 그 말씀이 감동되어 1924년 진형명이란 중국 군벌에 대한 논문을 쓰기 위해 4학년 2학기 대부분을 취업 준비도 하지 않은 채 4년 내내 거의 가보지 않은 중앙도서관 마이크로 필름실에서 가당치도 않은 중국어 실력으로 당시 신문을 읽으려 끙끙대며 보냈다. 덕분에 실업자 생활을 좀 했었다.

그 후 기자 생활을 몇 년 하고 EBS PD가 되었다. ‘전 세계를 조사하여 남들이 말하지 않은 것’을 지침으로 취재하고 기획하고 제작하려 노력했다. 기자 재능도, PD 재능도 스스로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지침 하나는 지금까지 잊은 적이 없다. 새로운 일을 할 때면 나의 지침이 되었다. 그나마 기획자로서, 연출자로서, 경영자로서 의미있는 일을 했다면 모두 이 때의 가르침 때문이다.

다시 찾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동양사학과를 이제 졸업하는 기분이다. 상이 아니라 졸업장처럼 느끼는 것은 왜 일까? 채무자가 빚을 갚은 심정이랄까. 한번도 해보지 못한 과격한 언어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라고. 선생님, 선배님,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제대로 먼저 찾아보지 못해 미안하다. 아직도 나의 동양사학과는 자랑스럽고 거대하다.

이태호 평화군축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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