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시인의 뜨락] 혁명가 체 게바라는 ‘먼 저편’ 위대한 시인이었다

21미래의 착취자가 될지도 모를 동지들에게

[아시아엔=김창수 시인, 녹색대학 교수 역임] 체 게바라(Ernesto Rafael Guevara de la Serna, 1928~1967)는 의사로 출발하여 혁명가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서 쿠바혁명을 성공시키고 볼리비아 혁명운동에 참여하여 39살에 볼리비아 정부군에 사로잡혀 총살당했다. 게바라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에는 불가능한 꿈을 꾸자!”라는 말로 사회과학적 세계 인식의 중요성과 인문학적 상상력의 가능성을 동시에 가슴에 품고 사는 혁명가였다. 사르트르는 게바라를 가리켜 “20세기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평한다.

학부 졸업논문으로 “쿠바혁명, 민주주의혁명에서 사회주의혁명으로의 전환기인”을 썼다. 1980년대는 혁명적 분위기가 대학을 뒤덮고 있던 때라서 카스트로나 게바라가 주도하여 성공시킨 쿠바혁명은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주제였다. 실제로 논문 발표에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졌던 생각이 난다.

20세기는 혁명의 시대라고 불렸다. 러시아혁명, 중국혁명, 쿠바혁명 등 수많은 혁명이 한 세기를 뒤덮었기에 붙여진 말이다. 그때는 사람들이 꿈을 꿀 수 있었다.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아니면 제3의 어떤 체제냐를 놓고 많은 지식인들과 노동자들이 변혁을 갈망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말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세계는 신자유주의의 전일적 지배로 편입되었고 21세기 전반기인 오늘날은 신자유주의의 망령에 저항하는 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런 때에 아래의 게바라의 시 ‘먼 저편’은 새로운 세계에서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질 것인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래 시 ‘먼 저편’은 게바라가 볼리비아혁명 운동에 참여하여 어느 정글에서 쓴 시다. 쿠바혁명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혁명의 기득권자로 남지 않고 게바라는 또 다른 혁명전선인 볼리비아 내전에 참가한다. 거기서 게바라는 자신의 눈물이 적들 때문이 아니라 동지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먼 길을 함께 해온 동지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고 동시에 혁명의 대오에서 동지들이 떠나갈 때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그는 혁명을 등지고 떠나가는 동지들에게 “비록 그대들이 떠나 어느 자리에 있든 이 하나만은 꼭 약속해다오. 그대들이 한때 신처럼 경배했던 민중들에게 한줌도 안 되는 독재와 제국주의 착취자처럼 거꾸로 칼끝을 겨누는 일만은 없게 해다오”라고 말한다.

그리고 게바라는 동지들이 떠나버린 빈자리에 서서도 ‘먼 저편’이 자신을 부른다고 말한다. 그에게 먼 저편은 아마, 민중들이 독재 권력의 억압에서 해방되어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가의 국민이 되는 것이었을 것이다. 아울러 그가 살아 있었더라면, 해방신학자 보프신부 형제들처럼 착취당해 파괴되어가는 생태계의 해방도 먼 저편의 영역이었을 것이다.

Viva la Revolucion(비바 라 레볼루씨온) 혁명 만세!

viva che(비바 체) 체 만세!

 

먼 저편

-미래의 착취자가 될지도 모를 동지들에게-

지금까지

나는 나의 동지들 때문에 눈물을 흘렸지,

결코 적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오늘 다시 이 총대를 적시며 흐르는 눈물은

어쩌면 내가 동지들을 위해 흘리는 마지막

눈물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멀고 험한 길을 함께 걸어왔고

또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것을 맹세했었다

 

하지만

그 맹세가 하나둘씩 무너져갈 때마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보다도

차라리 가슴 저미는 슬픔을 느꼈다

누군들 힘겹고 고단하지 않았겠는가

누군들 별빛 같은 그리움이 없었겠는가

 

그것을

우리 어찌 세월 탓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

비록 그대들이 떠나 어느 자리에 있든

이 하나만은 꼭 약속해다오

그대들이 한때 신처럼 경배했던 민중들에게

한줌도 안 되는 독재와 제국주의 착취자처럼

거꾸로 칼끝을 겨누는 일만은 없게 해다오

그대들 스스로를 비참하게는 하지 말아다오

나는 어떠한 고통도 참고 견딜 수 있지만

그 슬픔만큼은 참을 수가 없구나

동지들이 떠나버린 이 빈 산은 너무 넓구나

밤하늘의 별들은 여전히 저렇게 반짝이고

나무들도 여전히 저렇게 제 자리에 있는데

동지들이 떠나버린 이 산은 너무 적막하구나

먼 저편에서 별빛이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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