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책] 김성찬 ‘자뻑’···고스톱판이 때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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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올 여름처럼 무더웠던 작년 8월 저녁 어스름, 朋友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워낙 술을 좋아하는 경수는 “성찬이 만나기로 했으니 같이 가자”고 한다. 그렇게 해 우리는 광나루 인근 호프집으로 들어섰다.

광나루 강만 건너면 우리 유년을 함께 했던 천호초등학교가 닿을 듯했다.

그가 시를 쓴다는 얘기는 진작부터 듣고 있었다. 그는 왼손으로, 나는 오른 손으로 술을 따르고 부딪쳤다. 꽤 많이 마셨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술기운까지 더해 이열치열 지경이다. 그는 여름인데도 긴팔 잠바를 입고 있었다.

11시 넘어 끝난 술자리, 우리는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지하로 같이 들어갔다. 그가 준 시집을 꼭 쥔 채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바라보며···.그는 천호동행, 나는 군자동행.

집에 와 그의 시집을 펼쳤다. 첫장에 자신의 이름과 뜻 모를 그림을 그려놨다.

시인 김성찬은 이름 옆에 괄호를 열고닫고 ‘김하루’라고 적었다. 그가 원주 출신인 줄도, 2005년 ‘나래시조’ 신인상을 받은 줄도 그의 시조집을 읽으며 알았다.

제목을 보니 고스톱 꽤나 쳤고 제법 돈도 잃어봤을 것 같다. 돈 잃고 성질 부렸을 것 같진 않다. <자뻑>이라고 이름 지은 것은 뭐 튀려고, 그래서 책 몇권 더 팔려고 그랬을 것 같진 않다.

늘 습관대로 표지를 읽고 맨 뒷표지로 넘어갔다.

시조 두편이 있다.

 

달빛도 이길 수 없는 빨간 입술 사랑일 땐

확 펼쳐 다 태우리 잉걸불 치켜들리.

시와 나 배꼽이 닮았다. 집없는 불장난 (시조 3)

 

난 아직 세월 떠돌이 횅한 옷을 계절 싣고

한 발짝 앞서가는 놓친 시간을 잡아끈다.

넘치게 인생을 낭비한 죄 시속에 숨어 산 죄 (자뻑 1)

 

그를 처음 만난 날 읽으며 밑줄 그은 시조들을 다시 읽어보니 2년 하고도 석달이 지난 지금도 느낌이 그닥 다르지 않다. 내 정신세계가 멈춰지고 있는 건가, 감정이 일관되고 정직한 건가, 잠시 헷갈린다.

前略

매듭만 여러 번 풀린

학벌 낮은 도시 낙오자는

대학로

조각상 붙잡고

샅바 싸움이

한창이다 (학벌 2014)

 

前略

묘비명

이렇게 써달라.

껄, 껄, 껄 웃다 간다. 고 (불량유전자)

 

김성찬의 <자뻑>(책만드는집)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그리고 그보다 좀더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한권에 9000원.

함민복은 시집 한권이 우동 한그릇 값이라 했던가?

김성찬 시인의 이 시집이 그의 또다른 이름 ‘하루’처럼 하루 딱 한권씩 1년 열두달 쉬지 않고 팔렸으면 좋겠다. 1년 365일, 365권···. 읽다 재밌어 고스톱 치다 ‘자뻑’ 하고 다음 판, 아니면 다다음판에 다시 거두어 들이며 (02)3143-1585를 찍는다. “거기 책만드는집이요? 김성찬이 쓴 그거 ‘자뻑’ 있소? 10권만 지금 냉큼 배달해주쇼.” 이런 주문 쇄도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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