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뜨락]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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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김창수 시인, 한빛고교·지혜학교 교장 역임] 황지우는 1973년 유신반대 시위에 연루되어 강제입영을 당하였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는 한 평생 민주주의를 간절히 기다렸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마중물로 살았다.

오늘 한국의 현실에서 시인이 그토록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너’는 누구일까? 우리는 지금 ‘너’를 기다리고만 있는 것인가? 아니다! 이미 우리 안에, 광화문 광장과 전국 각지의 사람들 마음속에 이미 ‘너’는 와 있다. 다만 우리가 계속 광장으로 나가는 것은,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너’, 실질적으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우리 자신이라고 확인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간절한 기다림은 수동성을 넘어 적극적 능동성이 된다. 지난 토요일 광화문에 서서, 밀려드는 사람들의 뜨겁지만 평화로운 파도를 보았다. 그 파도는 이제 며칠 안에 구체제를 녹여 새로운 체제를 창조해 갈 것이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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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는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은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 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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