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뜨락] 김남주 꿈꾸던 ‘새싹’, 지는 잎새 쌓이니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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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김창수 시인, 전 한빛고 교장, 전 지혜학교 교장, 녹색대학 교수] 김남주 시인은 80년대 한국 민족문학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사회변혁운동의 이념과 정신을 온몸으로 실천한 전사(戰士)이다. 그는 10년을 감옥에서 보내는 등 반독재 투쟁에 앞장선 혁명 시인이었다. 그는 옥중투쟁에서 얻은 지병으로 1994년 2월 13일, 마흔 아홉의 나이로 그 생을 마감했다.

1987년 6·10 항쟁 때 신촌 사거리에서 서울역까지 백만 민중이 함께 걸으며 ‘독재타도! 민주쟁취!’를 외쳤던 생각이 난다. 그 자리에 함께 해 본 사람은 안다. 생각으로 역사발전에 참여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역사의 현장에 서본 경험이 우리 자신의 신념을 지켜주는데 엄청난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시절이 하수상하다. 그러나 지금은 시인의 말처럼 “지는 잎 새가 쌓인” 가을의 끝자락이다. 이 즈음에 우리는 민족시인 김남주가 꿈꿨던 ‘화로’와 ‘새 싹’과 ‘환희’를 함께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87년 체제를 넘어서 2016년 체제 즉,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실질적 민주주의, 주민 자치의 시대를 꿈꾼다.

 

지는 잎새 쌓이거든

당신은 나의 기다림

강 건너 나룻배 지그시 밀어 타고 오세요

한줄기 소낙비 몰고 오세요

당신은 나의 그리움

솔밭 사이 사이로 지는 잎새 쌓이거든

열두 곁 포근히 즈려 밟고 오세요

오세요 당신은 나의 화로

눈 내려 첫눈 녹기 전에 서둘러

가슴에 당신 가슴에 불씨 담고 오세요

오세요 어서 오세요

가로질러 들판 그 흙에 새순 나거든

한아름 소식 안고 달려 오세요

당신은 나의 환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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