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미안> 100주년 <내 삶에 스며든 헤세> 펴낸 전찬일 평론가

전찬일 평론가

명사 58인의 ‘헤세앓이’···‘피, 땀, 눈물’로 기획·발간

[아시아엔=김남주 <서울대총동창신문> 편집장] “열다섯, 외롭고 가난한 소년의 가슴에 어느 날 헤세가 걸어왔다. 헤세를 읽으며 보낸 그 겨울밤의 맑고 시린 바람 소리는 지금도 내 안에 살아 있다.” (4쪽. 박노해 시인의 ‘헌시’편 중)

소설 ‘데미안’ 출간 100주년을 맞아 명사 58인이 헤르만 헤세를 소환했다. 책 <내 삶에 스며든 헤세>(라운더바우트 출간)에 강은교 시인, 박노해 시인, 이외수 소설가, 이해인 수녀, 김주연 평론가 등 문학인부터 박상설 캠프나비 대표, 오거돈 부산시장,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권헌익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등 58명의 명사들이 헤세와의 만남을 진솔하게 펼쳐 놓는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내 삶에 스며든 헤세

이들의 글 속에는 헤르만 헤세의 명성을 드높인 소설 <페터 카멘친트>(1904)를 비롯해 <수레바퀴 아래서>(1906), <데미안>(1919), <싯다르타>(1922), <황야의 이리>(1927), <나르치스와 골드문트>(1930), 그리고 헤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유리알 유희>(1943) 등 여러 걸작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 작품에 빠졌을 무렵의 후일담, 밑줄 그었던 문장들과 청소년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이유 등을 작품의 줄거리와 함께 소개한다. ‘헤세 문학 입문서’로도 손색없다.

<내 삶에 스며든 헤세>는 영화평론가 전찬일 <아시아엔> 문화예술 기획위원이 지난해 8월 경향신문에 기고한 ‘내 인생의 책’에서 시작됐다. 전 위원은 총 5권 중 첫번째 책으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제시했고 그 원고를 기점으로 잠복해 있던 헤세앓이가 다시 시작됐다.

원고가 나간 이후 주변에서 자신 못지않게 헤세앓이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는 순간 ‘2019 데미안 프로젝트’를 전격 기획 추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9개월 만에 58인의 ‘헤세앓이’를 뚝딱 지어냈다.

헤르만 헤세

지난 6월 20일 서울 사당역 인근 커피숍에서 만난 전찬일 평론가는 “우리 시대 화두로 평화, 자연친화, 자아탐구를 들 수 있을 텐데 헤세는 한 세기 전 이 모든 가치를 구현했던 작가”라며 “이러한 헤세의 가치를 널리 알리자는 취지 아래 책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헤세는 1877년생으로 고전 시대와 20세기 넘어와 모던 시대를 거쳐 1962년까지 살았던 작가다. 1차 세계대전 때 반전을 주장했다가 고국 독일에서 외면당하고 남들과 다르게 안주하지 않고 노마드적인 삶을 살다 갔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중고등학교 아이들 장래희망 1위로 ‘부동산 임대업자’가 뽑혔다는 기사를 보고 너무 씁쓸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돈돈돈이다. 이번 출간은 데미안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다. 헤세의 가치(평화, 자연, 자아탐구)를 전달하는 운동을 여행, 북콘서트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확장해 나갈 생각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이 책은 아이디어에서 출간까지 9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500페이지 분량에 참여한 인사만 58인. 보통 사람이라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다. 더구나 전찬일 평론가는 돈 한 푼 없이 시작했다. 글을 써준 명사들의 고료는 어떻게 했을까.

“방탄소년단의 ‘피, 땀, 눈물’이란 노래가 있다. 이 책은 정말 피, 땀, 눈물로 만들어졌다. 고료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58인에게 원고를 받기까지 얼마나 힘들었겠나. 진심과 열정밖에 없었다. 지인들이 십시일반 도와주고, 책을 먼저 구입해 줘 2,000부 인쇄 비용을 마련했다. 현재 1,000부는 나간 상태다. 출판사도 신생 출판사라 마케팅 할 여유가 없다. 일부 필진과 내가 1대1 마케팅을 열심히 하고 있다. 수익이 나는 대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심을 갖고 만들었고, 내용이 좋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본다.”

전찬일씨는 영화·문화 콘텐츠 비평가다. 서울대 학부 및 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1989년 주간신문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래 음반 기획 및 매니지먼트 일을 거쳐 1993년부터 지금까지 영화 비평가 길을 걸어왔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했고,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프로그래머, 마켓 부위원장, 연구소장 등으로 동 영화제에 몸담았다.

2019년 7월 현재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초대 회장, EBS 영화선정 위원, 금강역사영화제 집행위원 겸 객원 프로그래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총동창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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