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수 프로당구협회 총재 “당구는 가족스포츠···한국을 쓰리쿠션 메카로 만들겠다”
[아시아엔=김남주 <서울대총동창신문> 기자] 지난 5월 7일 김영수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프로당구협회(PBA) 초대 총재에 취임했다. 국내에서 프로 종목의 출범은 1968년 남자골프(여자는 1978년), 1982년 야구, 1983년 축구, 1997년 농구, 2004년 배구에 이어 당구가 6번째다. 프로당구협회 PBA 투어는 세계 최초 캐롬(3쿠션) 프로리그이기도 하다. 김영수 총재는 2004~2008년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총재를 맡아 프로농구의 중흥을 이끈 바 있다.
‘PBA 투어 파나소닉 오픈’ 개막을 일주일 앞둔 5월 27일 서울 방이동 한국청소년문화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최근 당구의 재미에 푹 빠진 이혜숙 서울대총동창회 상임부회장이 대담자로 함께 했다.
-2년 전부터 당구를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150 정도 치고 있는데, 총재님 실력은 어느 정도이신지요.
“아이쿠, 저보다 낫네요.(웃음) 대학 1학년 때 친구 어머니가 당구장을 하셨어요. 그때 공짜 당구를 좀 쳤지요. 고시 공부 때문에 계속하지는 못했고요. 100 정도 수준입니다.”
-초대 총재에 취임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당구가 그동안 세 번 프로화를 시도하다 실패했습니다. 이번에 프로화를 추진한 분들이 여러 번 저를 찾아 왔어요. 문체부 장관, 한국프로농구연맹 총재,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 등의 경력이 초대 총재로서 당구계의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고민이 많았지요. 새로운 일에 뛰어들 나이는 아니잖아요. 대한당구연맹의 반대도 심하고, 다른 프로협회 총재처럼 예우를 받는 것도 아니고요. 추진 위원들을 한 명 한 명 만났습니다. 마케팅에 능한 분들이 많더군요. 당구 전문채널인 ‘빌리어즈TV’도 인수했고요. 상당한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프로를 꿈꾸는 당구인들의 오랜 염원을 외면할 수도 없었고요. ‘그래, 새로운 시작, 출발점에 힘이 돼 줘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말씀하셨듯이 대한당구연맹의 반대가 심한데, 어떻게 해결해 나갈 생각이신지.
“문체부 장관할 때 농구가 프로화됐는데 아마추어 단체와 갈등이 심했습니다. 선수를 뺏기면서 조직도 와해될 거라 생각한 거지요. 배구도 그런 문제가 있어 농구가 프로화된 지 10년 후에야 프로리그가 만들어졌죠. 당구계도 마찬가지로 갈등이 있어, 대한당구연맹과 세계캐롬연맹에서 프로 투어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3년간 연맹 주최 대회 출전권을 막았습니다. 대한당구연맹에 등록된 선수가 400여 명인데 그중 상당수가 이번 1회 PBA 투어 개막전에 참가합니다.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거지요. 왜 우리는 골프, 축구, 야구 선수처럼 될 수 없나 그런 불만이 크기 때문에 당구의 프로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봅니다. 프로당구협회에서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아마추어 육성사업에 돌려 대한당구연맹과 함께 좋은 선수들을 육성해 윈-윈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지요. 아마추어에게는 프로가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스포츠가 프로가 되면 투어 외에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럿 생긴다고 했다. 그중 하나가 스포츠 토토다. “한국프로농구연맹 총재 할 때 스포츠토토 수익만으로 매년 80억원 정도를 받았습니다. 당구가 처음부터 이렇게 받을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정착이 되면 당구 스쿨도 만들고 아마추어 단체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번 PBA 투어 개막식에는 몇 명이나 참가합니까.
“국내외 프로 128명이 총상금 4억원(우승 상금 1억원)을 놓고 겨룹니다.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세계 3위) 등 외국 선수와 국내 상위 랭커인 강동궁, 이미래 등이 출전합니다. 64강에만 진출하면 상금 100만원이 확보됩니다.”
-당구 스타인 캄보디아 새댁 ‘스롱 피아비’ 선수도 출전하나요.
“아쉽게도 그 선수는 출전을 못 했어요. 최근 베트남 대회에서 예선 탈락했습니다. 이 선수 때문에 캄보디아는 당구 바람이 불었다고 하는데, 초심으로 돌아가 실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다음 대회에는 특별 시드를 주는 등 출전 방법을 찾도록 해야죠.”
-올해 대회를 몇 번 개최할 계획이신지.
“내년 시즌까지 26개 대회를 생각하고 있어요. 이중 남자 1부 투어 8개, 2부 투어 10개, 여자 LPBA 투어가 8개 정도 될 것 같습니다. 1회는 파나소닉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고 8개 회사 정도가 의향을 비쳤습니다.”
-당구장에서 ‘큐 스포츠’라는 잡지를 가끔 보는데, 국내 당구 시장 규모가 꽤 큰 것 같습니다.
“당구 용품 시장 규모가 2조 정도 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당구장만 약 2만2,000개고 하루 180만명 정도가 당구를 즐깁니다. 세계 캐롬(3쿠션) 용품의 80%가 한국에서 소비될 정도로 압도적 저변을 갖췄죠. 저희는 당구 전문 채널 빌리어즈TV도 있고요. 유명 프로 선수가 등장하면 당구를 못하는 시청자들도 재미있어 할 겁니다.”
-외국 상황은 어떻습니까.
“당구가 영국에서 시작된 스포츠입니다. 영국 등 서양에서는 포켓볼을 많이 즐기죠. 또 우리처럼 당구장이 있는 게 아니라 개인 집이나 바에 당구대를 설치하고 즐기는 문화죠. 4구나 3구 게임은 아시아나 유럽 일부 국가에서만 인기가 있어 프로화가 안 된 측면이 있죠.”
-요즘 은퇴한 남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당구장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벌써 몇 년 전부터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회에서 당구 바람이 불어 등산 모임 못지않게 인기가 높습니다. 경제적이고 무리하지 않는 운동이라 은퇴한 분들이 하기에 너무 좋죠. 내기를 해도 부담이 없고요.”
-당구장에서 담배가 사라지면서 문화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저같이 중년의 여성들도 사위, 아들과 당구 하고 싶어서 오는 경우가 있어요.
“과거 건달들이 담배 피우고 짜장면 먹으면서 시간 보내던 공간에서 완전히 탈바꿈했죠. 포켓볼만 하던 여성들도 많이 찾아 4구를 즐기고요. 주 52시간 근무제로 스포츠 인구는 늘어날 겁니다.”
-시기적으로 좋은 때 프로협회를 창설한 것 같습니다.
“무르익었다고 할 수 있죠. 우리가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취임사에서 두 가지 포부를 밝혔습니다. 첫 번째는 ‘당구의 가족스포츠화’. 가족 모두가 즐기기에 당구가 참 좋습니다. 특히 주의가 산만한 아이들이 집중력을 키울 수 있고 격렬하게 하는 운동이 아니라서 고령자 및 여성 분들에게도 적합합니다. 스포츠를 통해 부부간, 부모와 자녀 간의 유대감이 높아지면 사회적 안정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그런 사회적 기여까지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대한민국을 3쿠션 메카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3쿠션에 우리나라 선수들이 뛰어나고, 저변이 탄탄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러한 믿음으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프로협회를 출범시켰고요. 우리가 프로 투어 대회를 몇 번 잘 치르면 세계 선수들이 더 많이 참가할 것이고 글로벌 기업들의 협찬도 이어질 겁니다. 3쿠션 불모지인 아프리카 등에도 전파하다 보면 올림픽 종목으로 지정될 수도 있고요. 다행히 중국, 일본이 3쿠션 인구가 많아서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 외 프로당구협회가 생기면서 새로운 일거리도 창출될 거라 보고 있습니다. 당구용품 산업 쪽에서 인력 수요가 늘 뿐 아니라 선수, 티칭 프로 등의 길이 새로 생기면서 당구만 잘해도 안정적인 삶이 가능해지도록 만들어야죠.”
-서울대총동창회에서도 동문 당구대회를 열어야겠는데요.
“좋지요. 우리가 도와줄 수도 있고요. 그런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