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뜨락] 오늘 2016 마지막 촛불 켜며 신동엽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아시아엔=김창수 시인, 한빛고교 교장 역임] 신동엽은 질곡에 빠진 한국 근현대역사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굴절된 역사에 억눌려 신음하는 민중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을 담은 시상을 펼쳤다. 아울러 민중들이 반드시 역경을 딛고 일어서리라는 믿음과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는 우리 민족이 지금까지 겪어 온 구속과 억압의 상황을 직시하고 그와 같은 상황을 극복하여 자유 쟁취의 의지를 북돋는 작품이다.

핵심 시어는 ‘하늘’과 ‘먹구름, 그리고 ’쇠 항아리‘다. 하늘은 박정희 군부독재정권이 사라진 자유를 상징한다. 먹구름’과 쇠 항아리는 민중이 진짜 하늘을 볼 수 없게 하는 방해물을 상징한다.

시인이 살았을 당시까지 맑은 하늘은 1894년 갑오동학 농민혁명, 1919년 기미독립운동, 1960년 4·19혁명에서 잠깐 빛났을 뿐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 더해 1980. 5. 18 광주민중항쟁과 87년 6월 민주항쟁 그리고 오늘 2016년 시민 겨울항쟁을 이어오면서 드디어 시인의 꿈의 성취를 목전에 두게 되었다. 역사발전의 꿈은 이렇게 세대를 이어오면서 완성되는 것이다. 오늘 저녁 6시 2016년 광장에서 겨울항쟁의 대미를 장식하자!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 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저녁

네 마음 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

을 알리라

아침저녁

네 머리 위 쇠 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아모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