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버이날, “아버지, 이젠 힘내세요! 제가 늘 곁에 있을게요.”

<사진=뉴시스>

저 길 끝에서 피곤한 밤손님을 비추는 달빛 아래 힘없이 걷는 발걸음 소리, 소주보다 더 쓴 것이 아버지의 인생살이였을지도 모른다. 변변한 옷 한벌 없어도, 번듯한 집 한채 없어도, 내 몸 같은 아내와 금쪽같은 자식을 위해 이 한몸 던질 각오로 살아온 세월이다. 애당초 사치스런 자존심은 버린 지 오래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5월8일은 어버이날, 필자는 어제 미리 당겨서 오랜만에 우리 부부와 둘째 사위와 딸 그리고 돌잡이 손자 녀석과 모처럼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생전 먹어보지도 못한 멕시코 요리로 포식도 했다.

그러나 그런 호강을 하면서 문득 저 혼자만 이런 행복을 누려서 될 것인가 하는 상념에 빠져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5월 5일 경남 사천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남매가 재산을 나눠 가지려고 아버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다. 그런데 수사하는 경남 사천경찰서는 이들의 어머니 A(61)씨도 존속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했다고 한다.

A씨는 이미 구속된 아들(33)·딸(35)과 남편(68)의 재산을 나눠 가지려고 공모한 뒤 지난 1일 오전 6시께 집 마당에 있는 남편을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아들은 아버지를 전기충격기를 사용해 넘어뜨리고 가스분사기를 얼굴에 분사한 뒤 각목 등으로 마구 때렸고, 딸은 철근으로 폭행에 가담했다고 한다.

부인 A씨는 현장에 있었지만 마음이 바뀌어 직접 폭행하지 않았으며 범행을 만류하고 112에 아들 등을 가정폭력범으로 신고했다. 세상에! 아무리 재산이 목적이라도 이것이 인두겁을 쓴 자식들이 한 일이라니 가슴이 다 철렁내려 앉는다.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어르신보호전문기관 2곳(서울시남부어르신보호시설, 서울시북부어르신보호시설)에서 지난해 어른 학대실태를 5일 발표했다.

서울시는 어르신학대 관리현황 조사를 통해 응급상황에 놓인 어르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실태 조사를 통해 노인 학대예방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어르신 보호전문기관 2개소에 접수된 신고건수 976건 중 학대로 판정된 사례어르신은 420명으로 월 평균 30~40건 접수됐다. 그중에 관련기관 등의 관심으로 신고된 사례가 38.3%로 가장 많고, 피해자 본인이 신고한 사례가 17.4%로 그 뒤를 이었다.

학대행위자의 경우를 살펴보면 총 학대행위자 482명(행위자 아들, 딸, 며느리 등) 가운데 아들이 197명으로 40.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그리고 배우자 82명(17%), 딸 74명(15.4%) 순으로 나타나 가족 내 갈등이 학대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학대유형별로는 3년간 신체적 학대(35.7%)와 정서적 학대(36.9%)가 가장 많았다. 그리고 방임(13.6%)과 경제적 학대(10.3%)가 뒤를 이었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학대사례는 신고접수와 함께 현장으로 바로 전문가가 출동해 폭행가족으로부터 어르신을 격리시키고 응급환자에게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시는 4월부터 일시보호시설에서 보호(최대 4개월)한 후 재학대 위험으로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학대피해 어르신들은 일시보호시설에 모신다. 그러니까 잔류를 원하는 어르신의 경우에는 학대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보호 기간을 연장하며 심리 상담치료 등 정서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요양시설 내에서 일어나는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2012년 하반기부터 ‘노인복지시설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현재 각 자치구에서 인권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는 학대받는 어르신의 생활여건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전문가 상담을 통해 사후관리까지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시민에게 어르신 보호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어른 학대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복지시설 이용어르신을 비롯해 부양자, 일반시민, 청소년 등 총 8897명을 대상으로 인식개선 예방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어르신 학대 전문상담전화(1577-1389)를 운영해 24시간 응급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의사, 변호사, 경찰공무원, 관련학과 교수 등 전문인으로 구성된 사례판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어느 부모나 세상에 태어나 한 생 멋지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특히 아버지는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며, 떳떳하고 정의롭게 또한 사나이답게 보란듯이 살고 싶었을 것이다.

남자보다 강한 것이 아버지라 했다. 나 하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세상살이였다. 오늘이 어제와 같을지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란 희망으로 하루를 걸어온 아버지다.

어쩌면 저 길 끝에서 피곤한 밤손님을 비추는 달빛 아래 힘없이 걷는 발걸음 소리, 소주보다 더 쓴 것이 아버지의 인생살이였을지도 모른다. 변변한 옷 한벌 없어도, 번듯한 집 한채 없어도, 내 몸 같은 아내와 금쪽같은 자식을 위해 이 한몸 던질 각오로 살아온 세월이다. 애당초 사치스런 자존심은 버린 지 오래다.

하늘을 보면 생각이 많고 땅을 보면 마음이 복잡한 것은 누가 건네준 짐도 아니건만 바위보다 무거운 업(業)보따리다. 그렇다고 무겁다 한들 내려놓을 수도 없다. 힘들다 한들 마다할 수도 없는 짐을 진 까닭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소리가 없고, 소리가 없으니 목이 멜 수밖에 없다.

용기를 잃은 것도, 열정이 사라진 것도 아니건만, 쉬운 일보다 어려운 일이 더 많아 살아가는 일이 너무나 버겁다. 그 무엇 하나 만만치 않아도 책임이라는 말로 인내를 배우고 도리라는 말로 아버지 노릇을 다할 뿐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한없이 고독한 사람이다. 아버지는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이기에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약해도 울어서도 안 되는 존재다. 그런 아버지의 눈물을 누가 알까? 그런 아버지에게 노인 학대라니?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도 있다. 어버이날에 효도는 고사하고 늙으신 부모의 눈에 눈물이니 흐르지 않게 해주길 바라는 세태가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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