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서해바다 ‘황홀한 낙조’ 보며 행복 찾기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서녘하늘을 수놓는 황홀한 낙조보다 아름다운 광경이 또 있을까? 낙조의 장엄함을 느끼기 위해 가끔 서해바다를 찾은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한 해 농사의 마무리는 가을추수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리도 울고 천둥소리 무서리가 내리는 아픔 속에 성숙의 아름다움이 있음을 우리는 익히 경험했다. 태어나서 점점 자라 새내기 인생을 배우고 사랑의 정열을 불태웠다. 그 모든 과정을 마치고 겨울을 지내고 바람 불고 파도치고 태풍이 몰아치는 캄캄한 밤을 지냈다. 이렇게 삶의 고비고비 많은 일들을 이루고 인생의 한 획을 긋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그런데 생명과학 발달은 인간수명을 30~40년을 연장시켰다. 그러나 해넘이처럼 멋지고 아름다운 제2인생의 마무리를 어떻게 하여야 할지에 대하여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우리사회는 웰다잉 준비교육이 거의 없다.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잘못된 사고방식에 빠져있다.

인간은 누구나 한정된 자기수명을 살다가 간다. 죽음이란 인간이 한정된 시간을 견디고 또 다른 세계로 이사를 가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인생은 내가 원해서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 내가 원하지 않아도 죽음은 찾아온다. 그래서 “혼인집보다 상갓집을 찾는 자가 더 지혜롭다”는 말이 있다.

요즈음 자살자가 양산되고 자살 충동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 슬픈 현상은 이대로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일이다. 그 이유는 죽음에 대한 준비교육이 부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OECD 국가 중 노인자살율도 1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노인인구가 크게 증가하는 시대일수록 삶의 지혜가 무엇이고 노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새로운 감각과 인식이 필요하다. 노년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자세는 노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그러한 삶의 마무리로써 죽음 또한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언제나 여행 떠날 준비를 하고 사는 일은 무엇일까?

임종은 사람마다 다르다. 죽는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온 전부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모두 놓아두고 떠나는 것이므로 영혼의 성숙이나 사랑의 실천이야말로 웰다잉의 가장 핵심이다. 사람의 성숙도는 어른스러우냐 아니면 여전히 아이처럼 미숙하거나 잘못되어 있느냐의 차이다. 내가 누구인지 알게 하고, 생명의 신비에 감격하고, 인생 고통의 의미를 터득하면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생의 마무리를 잘 하는 방법은 무얼까? 우선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마음을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서를 써보기도 하고 인간답게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또한 죽음과 삶의 치유를 위한 명상을 하는 것이야말로 죽음 준비의 첫 단추를 끼는 일이다. 지금 이 자리가 꽃자리임을 잊으면 안 된다.

조선 중기에 형성된 선비 계층의 5멸(滅)이라는 사계(死計)문화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큰 교훈이 된다. 훌륭하게 나이 드는 일은 고도의 삶의 기술이다. 노년이 해야 할 마지막 도전은 죽는 연습이다. 생전에 얼굴을 화장하고 몸을 치장하듯 죽음에 어떤 화장을 하고 치장을 하며 떠날 것인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은 멋진 노년의 재미다.

중국 송(宋)나라 학자 주신중(朱新仲)의 가르침에 ‘인생 5계’라는 것이 있다. ‘사계오멸(死計五滅)’은 언젠가 찾아 올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관한 계획이고, 인생 5계는 평생을 경영해 갈 다섯 가지의 계획이다.

첫째, 인생 5계(人生五計)로 제1계는 생계(生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인가에 관한 계획이다. 제2계는 신계(身計)로 어떻게 신체를 유지해 갈 것인가? 건강의 관리 유지에 관한 계획이다. 제3계는 가계(家計)로 어떻게 가정을 끌어갈 것인가? 가족의 화합과 유지에 관한 계획이다. 제4계는 노계(老計)로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노후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계획이다. 마지막 제5계는 사계오멸(死計五滅)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 죽은 이후에 관한 계획이다.

둘째, 사계오멸(死計五滅)가 있다. 즉 멸재(滅財)는 편안하게 죽으려면 미련과 집착을 가져오는 재물을 놓고 가라. 멸원(滅怨)은 편안하게 죽으려면 이런 저런 원망의 마음들을 풀고 가라. 멸채(滅債)는 편안하게 죽으려면 크고 작은 빚들을 를 청산하고 가라. 멸정(滅情)은 편안하게 죽으려면 정든 사람과 물건들에 관한 정을 정리해라. 마지막 멸망(滅亡)으로 편안하게 죽으려면 죽어서도 죽지 않고 사는 길을 찾아 가라는 가르침이다.

범상한 사람들은 현세에 사는 것만을 큰 일로 알지만 지각이 열린 사람은 죽는 일도 크게 안다. 잘 죽는 사람이라야 잘 나서 잘 살 수 있으며, 잘 나서 잘 사는 사람이라야 또한 잘 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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