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의 시네마 올레길] 이 남자의 ‘응징’ 방법

타이틀 – 테이큰
(Taken)

감독 – 피에르 모렐
주연 – 리암 니슨, 매기 그레이스
제작국가 – 프랑스
개봉 – 2008년

1. 고개 숙인 아버지, 이제는 무한전진

느닷없는 폭력에 당한 적이 있나요. 살면서 뼈저리게 당한 것을 되갚아 본 적이 있나요. 즉시 맞받아치지 못하고 제도적 법의 절차만 따르다 보니 약삭빠른 가해자는 법의 그물을 교묘히 빠져 나갑니다. 애꿎은 피해자만 황망하게 끙끙 속앓이합니다.

프랑스 액션물 <테이큰>은 참으로 통쾌하면서 단순무식한 복수 영화입니다. 50대 아빠 브라이언(<쉰들러 리스트> 리암 니슨이 주인공)은 전직 CIA 특수요원. 한때 최고의 프로페셔널이었습니다. 지금은 은퇴해 옛 동료들과 소일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사랑하는 딸과 함께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를 위해 은밀하면서 위험한 작전을 수행하느라 가정을 소홀히 한 나머지 아내로부터 이혼당했습니다.

딸을 키웠던 아내는 백만장자와 재혼해 보란듯이 잘 살고 있습니다. 근처에 거주하는 브라이언은 18세 딸을 가끔 만나보는 기쁨에 살고 있습니다. 전직 경험을 살려 동료들과 틈틈이 유명인 보디가드로 뛰고 있습니다.

어느 날 딸과 아내는 친아빠인 브라이언에게 딸의 유럽여행을 허락해달고 요구합니다. 미성년자는 친부의 허락을 얻어야 해외여행이 가능했습니다. 수많은 작전을 수행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아빠는 말리고만 싶습니다. 하지만 딸의 고집을 꺾지 못합니다. 유럽여행을 떠난 딸과 또래 친구는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젊은 여성만 노리는 인신매매 조직에 덜컥 납치당하고 맙니다.

납치범들이 들이닥치는 순간 딸은 휴대전화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아빠에게 다급하게 도움을 청합니다. 아빠는 차분하게 딸을 진정시키고 최후까지 납치범 인상착의를 전화기를 향해 외치라고 합니다. 딸이 남긴 마지막 통화 내용은 “ 키 180cm, 오른손에 달과 별 문신” 휴대전화를 빼앗은 괴한의 비웃는 한마디 “굿 럭(Good Luck)”뿐입니다.

2. 단순 명쾌한 이항 대립

영화는 프랑스 파리에서 만들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보다 더 할리우드적인 뤽 베송 감독(<레옹> <제5원소> 감독)이 제작을 맡고 <택시>의 카메라감독 피에르 모렐이 감독을 맡았습니다. 요즘 프랑스 영화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 따라 하기가 유행인가요. 대개 할리우드 영화는 작가주의 예술영화를 지향하지 않습니다. 거대자본으로 제작되어 물량주의 유통배급망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갑니다.

할리우드적 영화의 전통적 얼개엔 3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단순 명쾌한 이항대립. 선과 악, 탈주와 추격, 합리와 비합리, 정상과 비정상, 정통과 이단 등으로 세상을 극명하게 이분화 시켜 갈등을 유발시킵니다. 자신들이 세상의 정의를 대변하고 수호한다는 전제가 깔립니다.

둘째, 깔끔한 프로페셔널 리더십. 뭐든지 세계를 이끌어 간다는 자부심이 넘칩니다. 때론 오만함으로 변질됩니다. 문제해결을 위해선 최고- 첨단의?전문적 시스템과 스킬이 동원됩니다. 합리주의를 앞세운 미국의 리더십은 크고 깊은 것으로 묘사됩니다.

셋째, 가족주의를 앞세운 아메리카니즘(Americanism). 야만과 불법적 음모에 대해 단호하게 맞서는 영웅을 내세우면서 미국적 민주주의 가치를 확산시킵니다. 그 스토리텔링은 가족주의와 미국주의로 수렴됩니다.

프랑스 영화 <테이큰>도 이 할리우드 작법을 충실하게 따릅니다. 아빠는 단숨에 파리로 달려갑니다. “딸만 구할 수 있다면 에펠탑도 부술 수 있다”며 전의를 불태웁니다. 딸의 부서진 휴대폰 칩이 납치 현장서 발견됩니다. 휴대폰 칩에 남겨진 사진 1장을 토대로 실마리를 풀어갑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전개되는 각본은 치밀하게 짜여져 화끈한 아날로그 액션과 제대로 맞물립니다. 파리 암흑가에 서식하는 매춘 폭력조직 인신매매 현장이 차례로 드러납니다. 여행자들의 로망, 낭만적 파리는 온데 간데 없습니다. 아빠의 추적은 머뭇거리지 않고 앞을 가로막는 그 무엇이라도 박살내버립니다.

“저렇게 하면 실정법에 위배되어 범죄자가 될텐데….” 관객들 노파심은 비웃듯 신경 쓰지도 않습니다. 범죄조직과 얽혀진 프랑스 경찰 조직도 응징합니다. 프랑스 영화가 자국 프랑스에 대해 까칠하게 대접하는 시나리오가 눈길을 끕니다. 내 딸을 구출하는데 방해되는 것은 무조건 아빠에게 적이 됩니다. 빈틈없는 설계된 추격 장면과 빠른 편집이 관객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습니다.

현실에선 성폭력 범죄자가 피해자 앞에서 오히려 “감방 갔다 와서 다시 보자”고 협박하는 일도 있습니다. 되레 피해 여성이 쉬쉬하며 움츠려야 하는 어이없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통탄할 현실 분위기에서 영화 속 아버지가 감행한 사적(私的) 복수는 쾌도난마처럼 시원스럽게 다가옵니다. 물론 현실에선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영화 속에서라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복수 활극이 통쾌하게 벌어집니다. 짓이김을 더 큰 짓이김으로 응징해버립니다.

“만약 내 딸을 건들면 너는 전혀 용서받지 못해” “내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즉시 너는 죽음을 면치 못해” 이런 ‘단순무식한 아빠’의 경고가 현실적으로 작동한다면 우리 주변 어린 딸들에게 종종 벌어지는 숱한 엽기적 범죄들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응징의 반작용을 지적하는 얘기는 많습니다. 영화 <테이큰>을 보면서 응징의 순작용도 한번쯤 곱씹어봅니다. 진정한 ‘분노의 힘’은 현실에서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는지 뒤돌아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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