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의 시네마 올레길] 연애의 진수 ‘마주한 연인과의 솔직한 대화’

영화 타이틀 –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감독 – 리처드 링클레이터
주연 –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제작년도 – 1995년

연애할 때 최고의 기쁨은 바로 대화

잊지 못할 한 여름밤의 추억을 품고 있는가. 남몰래 가슴에 담아둔 젊은 날의 로맨스. 문득 어느 순간 목젖을 타고 올라오는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추억들. 그리웠던 잔상 하나가 잔잔하게 가슴을 흔들며 물결을 만들어낸다.

<비포 선라이즈>의 두 주인공. 에단 호크가 미국 청년 ‘제시’로, 줄리 델피가 프랑스 여대생 ‘셀린느’로 캐스팅된다. 2000년대 초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던 한국 젊은이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환상은 바로 이 영화에서 연유한다. 개봉 이래 <비포 선라이즈>는 여행을 떠나는 젊은이들을 위해 헌정된 영상 가이드인 셈이다.

20대 청춘은 미지의 세계를 꿈꾸며 오늘도 주어진 행로를 거부하며 자기만의 길을 찾아간다. 새로운 만남과 예기치 못한 인연을 은근히 기대하며 열차에 오르고 빈 옆자리를 바라본다. 바로 ‘낭만의 힘’이다.

<비포 선라이즈>와 9년 후에 제작된 속편 <비포 센셋>은 충격과 감동을 주는 대중적 영화가 아니다. 주목할 만한 사건 하나 없이 끝없는 두 주인공의 대화만으로 영화 전편을 이끌고 간다. 풋풋하고 투명한 젊은 커플의 진실한 이야기 하나만을 내세운다. 2000년대 최고의 로맨티시즘 전형으로 떠오르지만 끈적거리는 러브신 하나 없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대화의 미학’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을 찍듯이 시종 담담하다. 화려한 메이크업, 특수효과, 감각적인 편집 모두 생략했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대화의 미학’이다. 젊은 남녀가 있는 그대로 펼쳐내는 소곤거림이다.

대화는 사람이 향유할 수 있는 최고의 소통행위가 아닌가. 당신은 진정 대화가 가능한 관계들을 맺고 있는가. 세상에 이런 저런 첨단 디지털 미디어가 철철 넘쳐난다. 자고나면 첨단 커뮤니케이션 기기들이 뽐내며 들이닥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마주보며 나누는 따뜻한 대화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가슴이 뻥뻥 뚫리도록 속 시원한 대화는 자꾸만 메말라 간다. 세월이 흐를수록 생생한 대화가 사라져간다.

열차에서 처음 만난 셀린느를 꼬시는(?) 제시의 말을 살펴보자. 제시의 설득에 빙그레 웃으면서 설득 당해주는 셀린느를 눈여겨보길. 둘 다 마음에 진실이 와 닿았기 때문에 비엔나 로맨스가 시작된다. 여러분을 제시와 셀린느, 두 젊은이가 엮어내는 대화의 향연으로 초대한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14시간을 함께하며 낭만의 밤을 빚어내는 그들의 발걸음을 가만히 따라간다.

우리는 통하는 게 있는 것 같아. 맞지?

어느덧 유럽횡단 열차는 비엔나에 가까이 왔다. 셀린느는 부다페스트의 할머니댁을 방문하고 파리로 돌아가는 여정. 미국인 제시는 마드리드의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유레일패스를 타고 비엔나로 가는 길. 제시와 셀린느는 객실에서 처음 만나 열차 휴게실에서 많은 대화를 나눈다. 여행경험과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길 주고받는다.

제시 = 정신 나간 생각이라는 것은 아는데, 너한테 물어보지 않으면 이 생각이 평생 날 쫓아다닐 것 같아.
셀린느 = 뭔데?
제시 = 너랑 계속 얘길 하고 싶어. 네 상황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엔 우리는 통하는 게 있는 것 같아. 맞지?
셀린느 = 그래.
제시 = 좋아,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 우리 같이 내려 비엔나 구경하자.
셀린느 = 뭐?
제시 = 가자, 재미있을 거야.

이때 제시의 얼굴엔 수줍음이 활짝 번진다.

셀린느 = 내려서 뭐 할건데?
제시 = 몰라. 내가 아는 건 난 내일 아침 9시30분발 호주항공을 타야 돼. 가진 돈이 없으니 호텔비도 못 내고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닐 거야. 니가 있으면 훨씬 더 재미있을 거야. 만약 이 녀석 싸이코네 싶으면 다음 기차 타고 가면 되잖아.

열심히 말하는 제시에 비해 셀린느 표정에선 쉽게 ‘예스’가 나오지 않는다.

제시 =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자. 10, 20년이 흘렀다 치자. 너는 이미 결혼을 했어. 그런데 결혼 생활이 옛날만큼 재미가 없어졌어. 그래서 남편을 탓하며 옛날에 만난 모든 남자를 떠올리는 거야. 그때 그 남자를 선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상상을 하는 거지. 그 남자 중의 하나가 나야. 이때 니가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 이 시기로 돌아와, 놓친 게 없나 생각해보는 거야. 놓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넌 물론이고 네 미래의 남편도 크게 감사하게 될지 누가 알겠어. 난 낙오자에다가 의욕도 없고 따분한 놈이니···. 넌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이고 따라서 행복한 거야.

제시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는 셀린느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진다. 셀린느는 미소가 가득한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

셀린느 = 가방 가져올게.

연인은 마주보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

두 사람은 비엔나역을 벗어나 시내 구경에 나선다. 왠지 둘 사이엔 아직 초면의 어색함이 흐른다. 전차의 맨 뒷좌석에 앉아 제시가 진실게임을 하자고 한다. 타인에게 느꼈던 첫 번째 성적인 감정에 대해서, 사랑에 빠졌던 경험에 대해서, 세상의 어떤 일이 자신을 화나게 했는지에 대해서, 죽음과 환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둘은 묻고 답하면서 급속도로 서로를 느껴간다. ‘자신을 화나게 하는 것’에 대한 셀린느의 대답을 통해 스물세 살 프랑스 여대생 셀린느의 캐릭터가 짐작이 된다.

셀린느 = 난 낯선 무리가 말을 걸 때 화가 나. 거리에서 심심풀이로 모르는 여자에게 미소 짓는 남자들 말이야. 또 여기서 3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싫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아무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라. 어떤 사람은 신경도 안 쓰지. 또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는 대중매체도 싫어. 잘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파시즘의 새로운 형태라고. 나는 외국에 나가는 것도 싫어. 특히 미국은 진짜 최악이야. 내가 검은색 옷을 입거나 화를 내거나 뭔가 말을 할 때면 미국 사람들은 “역시 프랑스인이야, 너무 귀여워” 이럴 땐 너무 싫어.

레코드점에 들어가 감상실에서 LP앨범을 얹고 노래를 즐긴다. 다뉴브 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놀이공원 회전관람차에 올라 둘만의 공간에서 첫 키스를 나눈다. 노천카페에서 저녁 식사. 손금 보는 여인이 다가와 그들의 인생에 조언을 해준다. “모든 것은 별이 폭발해 만들어진 우주먼지 Star Dust입니다. 두 사람은 별입니다. 잊지 마세요”

셀린느는 자신은 종종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는 노파같은 심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제시는 늘 13살짜리 꼬마라고 여겨져 어떻게 해야 어른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다뉴브 강가를 거닐 때 무명 시인이 다가와 즉석에서 시를 지어주겠다면서 마음에 들면 적선하라고 한다. 두 사람이 띄운 시의 주제는 밀크셰이크. 거침없이 연필로 쓱쓱 써내려가는 젊은 거리 시인은 담배를 들고 연신 담배를 피워댄다. 한편의 시를 완성한 다음 하얀 노트를 부욱 찢어 건네준다. 낭만적인 시 구절이 가득하다. 동전 몇 푼이 건네진다. 서로가 웃는다.

침묵하는 사랑은 없다, 대화하는 사랑이 있을 뿐

클럽에 들어가 맥주 한잔을 놓고 핀볼게임을 하며 얘길 계속한다.

제시 = 나는 사랑이라는 것을 혼자가 되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탈출구라 생각해. 사랑이 완전히 이타적이라는 말은 재밌어. 사랑만큼 이기적인 것도 없어.
셀린느 = 너는 방금 누구랑 헤어진 것 같아. 상처받은 지 얼마 안 된 사람처럼 보이는데…

제시 = 고백할게. 좀 더 일찍 말했어야 하는데 말이야. 봄 내내 마드리드로 날아갈 경비를 모았지. 여름을 여자친구랑 함께 보내려고. 작년부터 여자친구가 마드리드에서 그 한심한 미술사공부를 하고 있거든. 오랜만에 만났는데 첫날부터 자기 스페인 친구들을 부르는 거야. 이틀 동안 둘만 있는 것을 피하더군. 차이며 끝났어. 결국? 미국으로 돌아가는 제일 싼 비행기표를 알아보게 된 거야. 비엔나서 출발하는 거라 유레일패스를 산거야. 누군가에게 차였을 때 제일 못 견디겠는 게 뭔지 알아? 내가 찬 여자들을 거의 생각 안하듯 날 찬 여자도 날 거의 생각 안 할 거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야. 날 찬 여자도 슬퍼할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 하지만 현실은 안 그래. “야, 차고 나니 속 시원하네” 이런다고.

진득함이 묻어나오는 대화

두 사람은 비엔나 뒷골목을 걷는다. 친숙해진 그들의 대화에선 진득한 삶의 고민도 묻어나온다.

셀린느 = 난 내가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것에, 또 남자에 내 인생을 걸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야하는 것에 의무감을 느껴.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게 아주 큰 의미인데도 말이야. 난 늘 그런 것을 비웃어 넘기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행동하는 모든 게 사실 좀 더 사랑받기 위한 것인데···.

제시 = 난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는 꿈을 꿔. 어렵지는 않은 것 같아. 하지만 어리석게 느껴지기도 해. 그게 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 속박되는 게 두렵다거나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존재여서가 아냐. 그건 자신할 수가 있지.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을 가장 알고 싶어. 좋은 가장이 되는 것보다 내가 무엇을 월등히 잘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

셀린느= 어떤 할아버지 밑에서 일 한 적이 있는데 자신은 평생 동안 일과 출세만 생각하고 살았대. 그런데 52세가 되고 보니, 문득 자신은 아무것도 베풀지 않고 살았다는 게 느껴진거야. 그 분 인생에 타인을 위한 시간은 없었어. 울먹거리면서 그 얘길 하시더라고. 있잖아, 이 세상에 신(神)이 있다면 그 신은 너나 나나,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이에 존재한다고 믿어. 신비한 마술이 있다면 그건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 나누려는 시도 안에 존재할 거야. 그 시도가 성공하는 일이 거의 없지만···.? 대답은 그 시도 안에 존재할거야.

설득 당했어. 사실은 같이 내리고 싶었어

대화를 나누다 골목길 벤치에 앉는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진지한 두 사람의 얼굴을 비춘다. 조용히 말없는 미소를 나눈다. 밤이 깊어간다. 심야 레스토랑은 여전히 붐빈다. 한쪽에 자리한 제시와 셀린느은 아주 재미있는 놀이를 한다. 전화를 걸고 받아주면서 진실을 고백하는 놀이.

셀린느 = 8시간 후에 파리에서 나랑 점심 먹기로 약속했던 내 단짝 친구한테 전화할거야. (엄지와 새끼손가락으로 통화하는 흉내를 낸다) 오늘 점심약속을 못 지킬 것 같아 미안해. 기차에서 만난 남자랑 비엔나에서 내렸거든. 여긴 비엔나야.
제시 = (셀린느의 단짝 친구 역할을 하며)?너 미쳤어?
셀린느 = 아마 그럴지도 몰라.
제시 = 왜 같이 내렸어?

셀린느 = 설득 당했어. 사실은 같이 내리고 싶었어. 그전에 짧게 대화를 나눴는데 너무 멋있었어. 맘을 뺏겼어. 열차 휴게실에서 자기 얘길 하는데 증조할머니 유령을 봤다는 거야. 뒤뜰에서 햇빛을 보며 물을 뿌렸을 때 나타난 무지개 너머로 할머니가 나타났다는 거야. 그때 홀딱 반했어. 아름다운 꿈을 가슴에 품은 꼬마 애를 상상해봐. 난 덫에 걸렸어.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 빛나는 파란 눈에 분홍빛 입술. 넘 좋아. 키는 큰 편인데 좀 덤벙대. 고개를 돌린 날 쳐다보는 그 애 눈빛이 좋아. 키스할 때 사춘기 소년 같아. 시간이 지날수록 걔가 점점 좋아져.

제시 = 흠, 그래. 나도 예감이 좋구나. 그를 다시 만날 거야?
셀린느= 그 얘긴 아직 안 해 봤어. 이젠 너 차례야.

이번엔 제시가 전화를 거는 시늉을 낸다.

제시 = 하이, 프랭크.
셀린느 = (제시의 친구 역할을 하며)?잘 지내? 마드리드는 어땠어?

제시 = 형편없었어. 결국 리사랑 일이 터지고 말았어. 그래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나봐. 하지만 기뻐 날뛸 것 같은 일을 만났어. 유럽에서의 마지막 밤에 누굴 만났어. 우린 모두 서로에게 악마이자 천사라는 말이 있지. 얘는 말 그대로 ‘보티첼리의 천사’야. 모든 게 다 잘될 거라고 얘기해주는 천사 말이야.

셀린느 = 어떻게 만났어?
제시 = 비엔나 가는 열차 안에서. 그 애는 똑똑하고 열정적이고 아름다워.

청춘을 구가하는 두 사람이 서로 빤히 마주보며 전화통화 흉내를 내며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 보이는 장면은 참 인상 깊다.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솔직한 속내가 뚝뚝 흐른다. 다시 길을 나서는 두 사람. 비엔나의 여름밤은 두 사람을 위해 펼쳐진 실크카펫처럼 부드럽다.

제시 = 마치 꿈속의 세상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야.
셀린느 = 우리 시간의 주인이 된 것 같아. 우리의 우주 같아. 난 네 꿈속에, 넌 내 꿈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야.
제시 = 진짜 멋진 건 우리가 함께 보낸 이 밤이 꼭 존재해야 되는 건 아니라는 거지.
셀린느 = 맞아. 그래서 초현실적인 것처럼 느껴지나봐. 아침이 오면 우린 모두 호박으로 변하려나···.

두 사람 이대로 헤어진 다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 의문에 서로의 심정을 토로한다.

셀린느 = 우리에게 오늘밤 뿐이라고 해도 나쁘진 않아. 주소를 주고받더라도 편지 한통 전화 몇 번 하다가 점차 사그라지고 말지.
제시 = 왜 사람들은 관계가 영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추측도 망상도 없애고 그냥 오늘밤을 멋지게 만드는 거야.

두 사람은 서로 동의하듯이 두 손을 맞잡는다. 셀린느는 조금 우울해진다. 슬픈 표정이 언뜻 스친다.

셀린느 = 지금 너랑 있는 게 행복해. 지금 너랑 있는 것이 내겐 중요해. 멋진 아침이 오고 있어.
제시 = 이런 아침을 또 맞이할 수 있을까.

근처 성당에선 벌써 새벽미사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잔디 위에 누워 초롱초롱한 별들이 박힌 밤하늘을 바라본다. 촉촉한 그들의 대화는 촉촉한 둘 사이의 몸짓에 함께 섞인다. 날이 환하게 밝아온다. 아침 비엔나 거리를 걷는다.

어느 주택가에서 하프시코드 연주 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진다. 둘은 연주를 즐기며 서로 마주보고 선다. 따로 똑같이 마음속의 카메라 마음속의 필름에 ‘찰칵’ 새겨놓는다. 키스를 나누며 깊은 포옹을 한다. 꼭 껴안는 두 사람의 표정에 아침 이별이 파르르 파고든다.

파리행 열차는 출발 직전

승차를 안내하는 방송이 이어진다. 만 14시간을 함께한 두 젊은이의 목소리는 흥분한 듯 떨린다. 안절부절 못하는 두 사람은 서로 합창하듯 말을 꺼낸다.

“우리 다시 만나자. 5년 후? 1년 후? 6개월 후?? 맞아! 맞아! 6월 16일 어젯밤부터 6개월 뒤야. 비엔나역 9번 승강장. 바로 여기야. 6개월 후 저녁 6시! 전화나 편지는 왠지 우울해.” 두 사람은 일사천리로 의견일치.

열차의 출발 기적이 울린다. 작별의 입맞춤이 애절하다. 제시는 공항 가는 버스 속에서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 제시의 얼굴은 피곤하지만 행복을 만끽하는 표정. 파리행 열차 차창에 기댄 셀린느는 책을 펴들었지만 바깥 풍경만 바라보고 있다. 조용히 눈을 감는 셀린느의 입가에서 미소의 향기가 번진다.

그 후 9년의 세월이 흐른다. 파리에서 재회한 제시와 세린느. 이제 그들은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30대 남녀. 낭만과 현실을 교차하는 두 사람의 절절한 대화가 속편 <비포선셋>(Before Sunset, 2004)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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