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의 시네마 올레길] 당신과 한마음이 되려면…

타이틀 – 원스 Once
감독 – 존 카니 (John Carney)
출연 – 글렌 한사드 (Glen Hansard) 마르케타 이글로바 (Marketa Irglova)
제작국가 – 아일랜드
개봉연도 – 2007년

말보다 큰 음악의 감동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부르는 <If You Want Me>에 중독됐다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늦가을 소리를 내는 영화 <원스(Once_> OST 수록곡. 남자의 곱은 손이 쥔 어쿠스틱 기타가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여자는 그 옆에서 피아노 선율로 화음을 이루고 노래를 받쳐줍니다.

다른 로맨틱 영화들은 더 달콤해지고 섹시하지 못해 안달이 나는데 <원스>는 어눌하기 그지 없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러브스토리를 이끌어가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음악 속으로 함께 들어갔다가 다시 각자의 길로 표표히 떠납니다.

서른 중반 존 카니 감독은 아일랜드 영화위원회로부터 15만 달러(1억5천여만원)를 지원받아 직접 쓴 시나리오로 인디 영화를 만듭니다. 친구 뮤지션 글렌 한사드가 남자 주인공, 한사드가 소개한 체코 소녀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여자 주인공이 됩니다. 이 세 사람은 17일 동안 더블린 시내를 옮겨 다니며 이 인디 영화를 찍었습니다.

대부분 핸드헬드 카메라로 아일랜드 정경을 담았기에 프레임은 시종 흔들립니다. 조명도 없어 칙칙하고 거칩니다. 스토리를 받쳐주는 탄탄한 대사도 없고 절정으로 치닫는 두 사람간의 갈등도 없습니다. 당연히 클라이맥스도 없습니다. 배경을 다듬지 않고 주변인 통제 없이 게릴라 스타일로 촬영에 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인간시대’를 찍은 것 같습니다.

이 모든 투박함을 덮어버리는 것이 바로 영화음악입니다. 장르가 애매한 뮤직에세이 아니면 장편 뮤직비디오 같기도 합니다. 뭐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즐기고 교감하고 공감하면 됩니다. 작위적 구성으로 로맨틱 판타지를 주는 여타의 영화와 다르게 원스는 음악적 교감으로만 소통을 합니다.

존 카니 감독은 “때로는 음악이 말보다 더 커다란 감동을 줄 수 있다”며 기획의도를 밝힙니다. 얼마만큼 대화를 해야 우리는 타인과 한 마음이 될 수 있을까. 과연 언어를 통해 나는 타인에게, 타인은 내게 다가갈 수 있을까. 이때 영화 <원스>는 “음악이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음악 사이를 산책하고 음악을 줍는다”

함께 두 눈을 마주보며 진심으로 노래하고 연주하다보니 교감을 느끼고 공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삶의 차이점은 깎여지고 맙니다. 아버지를 도와 만물수리점에서 일하는 남자. 가수의 꿈을 펼치고자 저녁땐 거리로 나갑니다. 그의 가슴속엔 실연의 상처 구멍이 하나 있습니다. 낡은 기타 둘러매고 실연을 노래하는 더블린 거리의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여자는 동유럽 이민자. 고향 체코에서 어린 나이에 덜컥 결혼해 낳은 딸을 데리고 어머니와 아일랜드로 이민 왔습니다. 거리에서 연인들에게 장미꽃을 팔고 가정부 일을 합니다. 그녀는 피아노연주를 좋아하지만 돈이 없어 피아노를 사지 못합니다. 근처 악기점에 들러 한번씩 연주해보곤 합니다. 두 사람은 거리의 연주자와 행인으로 만납니다. 생면부지 두 사람은 음악으로 감응하고 음악 사이를 산책하고 음악을 줍습니다.

2007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부상했고 미국 내에서 2개 상영관으로 개봉한 뒤 서서히 스크린을 늘려 760만 달러 수익을 거뒀습니다. 한국도 1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는데 40여일 만에 1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입소문이 훌륭한 역할을 했습니다. 거친 화면 속을 가로지르는 음악에 관객들은 취합니다. 라이브 8곡이 적재적소에 배치됩니다. 현실과 괴리된 환상속의 음악이 아니라 시내 응달진 구석에서 너와 내가 어깨동무하면서 듣는 노래입니다. 관객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청춘의 애조가 흐릅니다.

현실을 잊게 만드는 노래가 아닌 자신의 현실에 안착하게 만드는 음악. 서로에게 위로를 주고 연민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 판박이 영화의 결말처럼 두 남녀는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격려해 준 뒤 각자의 길을 떠납니다. 도돌이표처럼 허무하게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든 음악을 통해 가슴 뿌듯한 뭔가를 채운 뒤, 밝은 얼굴로 이별합니다.

ONCE. 한 때 한 때가 모여 우리 삶을 이룹니다. 한 때가 한 시절로 익어가고 한 시대가 되고 한 생애를 이룹니다. 영화가 주는 환상 속을 헤매다가 극장을 나설 때 우리는 현실에 내려 쪼이는 햇볕에 몸서리칩니다. 환멸감을 털고 나서야 제 정신으로 돌아옵니다. 원스(Once)는 영화관을 나선 우리를 참 편하게 해줍니다. 입가에 미소 한 조각 달고 나옵니다.

If You Want Me ….. Marketa Irglova

Are you really here or am I dreaming
I can’t tell dreams from truth
For it’s been so long since I have seen you
I can hardly remember your face anymore
When I get really lonely and the distance calls
its only silence
I think of you smiling with pride in your eyes,
all over that sighs
If you want me, satisfy me
Are you really sure that you believe me
When others say I lie
I wonder if you could ever despise me
when You know i really try To be a better one to satisfy you
for you’re everything to me
And I do what you ask me
If you let me be free
If you want me satisf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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