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크리스마스, ‘허허실실’ 태국

태국에 와서 태국 진출 한국기업가와 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분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바로 ‘허허실실(虛虛實實) 태국’이라는 표현이었습니다.?어느덧 방콕에 1년 정도 살다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공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처음 태국을 여행하거나 거주하게 되면 어딘지 한국보다 빈 구석이 많아 보입니다. 도로시스템도 좁은 골목에는 인도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고 전깃줄은 흉물스럽게 거리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길거리 노점상도 많아 혼잡하고 음식 냄새며 쓰레기 냄새들로 가끔 인상을 찌푸리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 거주하다 보니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주요 국가의 명절들을 모두 즐기고 있었습니다. 중국설, 추석, 할로윈, 크리스마스 등 매우 국제적입니다. 쏭끄란, 러이크라통 등 태국의 명절은 물론입니다.

왠지 중심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좋게 해석하면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방콕이다보니 국제적인 것 같기도 했습니다.

특히 12월 들어 낮기온 30도에도 방콕 시내 주요 명소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화려하게 해놓는 것을 보고, 국민의 90% 이상이 불교신자인 불교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화려한 장식들을 하는지 그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제가 가 본 세계 그 어떤 도시의 크리스마스 장식보다 화려하게 느껴졌습니다.

주변 태국인들에게 물어보니 태국 사람들은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데다 불교신자라고 해서 크리스마스에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관광국가다 보니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족시키려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집계약을 할 때에도 계약서 등의 관리가 철저하고, 일반 거래에서도 청구서를 발송하고 자금을 이체하면 대부분 영수증을 보내줍니다. 말로 대강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지만 태국에서는 의외로 문서화가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습니다. 저희 아파트 삼륜차 운전기사는 틈틈이 운행일지를 기록합니다. 또 지상철에는 절대로 음식을 가지고 탈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2차대전 초기에 태국은 일본편이었지만 막판에 대세가 미국에 유리하게 돌아가자 미국편에 서서 전투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고 승전국 대열에 올라 승전국들 모임인 포츠담회담에 참석했고, 한반도 문제에 관여해 판문점 중립국 감시국으로 봉사하기도 했습니다. 또 8000여 명의 육해공군을 한국전쟁에 파병하여 한국전 참전국이 되었고, 한국 대통령과 관계기관에서는 태국?참전용사에 보은하고자 많은 기부와 봉사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뭔가 허술한 듯 보이는 태국인, 사실 내부를 들여다보면 매우 실속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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