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北 김정은, 한국 새정부에 ‘원조 재개’ 기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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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별이었던 김정일이 갑작스럽게 숨진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간 북한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고 무엇이 예상됐었나? 이 시점에서 지난 1년을 한번 돌아보자.

솔직히 권력교체기였던 올해 특별히 큰 사건이 있던 것은 아니다. 몇가지 놀라운 점은 있었지만 두 번째 세습에 의한 권력교체는 원활하게 이뤄졌다. 지난해 12월17일 김정일 사망 이후 셋째 아들 김정은이 그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점은 명백했다. 사실 김정일이 생전에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화하지는 않았다. 분명 김정일은 좀 더 살?것으로 생각했을 것이고 그때까지만 해도 아들의 위치를 공식화할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다.

공식화가 없었다고 해서 지금 달라진 것은 없다. 김정일 사망 직후, 북한 지도층에서는 김정은이 김일성 일가의 세 번째 권력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의심의 여지 없이 행동했다. 그의 권위에 도전하는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고, 권력승계는 김정일 사후 몇 주 만에 빠르게 이뤄졌다.

1년 전 많은 사람들은 김정은의 권력 행사를 원로그룹이 지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지 김정은이 어리기 때문만이 아니라 새로운 독재자에게 필요한 행정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군사부위원장이 된 2010년 9월 이후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와 고모부 장성택, 북한군 최고사령관인 리영호가 후견인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처음에는 이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최근 김경희는 좀처럼 모습을 비추지 않고 있으며, 건강악화설이 돌고 있다. 리영호는 7월 중순 모든 직위를 내려놓은 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반면 장성택은 이 ‘섭정’ 정권에서 중요한 존재로 부상했으며, 김정은의 가장 가까운 조언자가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리영호의 갑작스런 경질은 군에서 당으로의 권력이동을 나타낸다. 김정일 장례 기간 동안 김정은을 포함한 지도부 8명이 관을 호위했고, 검정색 링컨 운구차량이 평양거리를 지나갔다. 왼편에서는 군부 고관들이, 오른편에서는 관료들이 호위했다. 이 장면은 장군 4명 모두 내년에 권력을 잃을 것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들 중 셋은 흔적 없이 사라져 투옥됐거나 처형 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한 명은 운좋게도 덜 중요한 보직으로 이동됐다. 반면 김정은을 포함한 비군부 세력은 새로운 정권에 완전히 안착했다.

최고 군부관료들뿐만 아니라 지위가 낮은 장군들도 일부 영향을 받았다. 평양에서는 몇몇 장군들이 처형당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는 많은 군 사령관들이 주요 직책에서 축출되는 것을 지켜봤다.

현재 북한에서 진행하고 있는 군 조직개혁은 아직까지 정책노선에 많은 충돌을 가져오진 않고 있다. 축출된 장군들은 강경노선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상식적인 주장이 아니라서 사실 여부는 판단이 쉽지 않다. 어쨌든 적어도 북한 권력구조에서 군부세력의 약화는 외부에 드러나는 북한 정책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이 김정일 없는 1년간 북한 정책이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변화는 여름에 일어났다. 김정은은 ‘중국 노선’이라 불리는 기존 국가 노선의 변화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지난 6월28일, 김정은은 농업분야를 1970년대 말 중국에서?했던 것처럼?변화시켰다. 이 계획으로는 수확량의 30%를 농민들에게 배분하며, 마을에서 가족 단위 생산이 가능했다. 동시에 산업 경영, 심지어 은행체계에 대해서도 변화가 논의됐다. 이는 단지 소문이 아니었다. 9월 중순경 몇몇 외교관들은 이 계획을 비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10월 초, 어떤 이유로 이 계획은 취소 혹은 연기됐다. 대신 북한은 김정은이 7세 때 이미 명사수였으며, 훌륭한 운전사였다는 등 김정은의 위대함과 군사적 능력을 찬양하는 선전을 시작했다.

이는 북한이 결코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아직까지?변화가 무산된 것은 아니다. 김정은을 포함한 평양지도부에는 아마 정책변화에 반대하지 않는 주요 인물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당분간은 평양노선이 원상태로 복귀해 북한이라는 전차가?김정일의 노선을 충실히 따를 것으로 보인다.

북한 지도부는 중국 의존도가 늘어나는 것이 마음 편치 않을 것이다.?가능한 빨리 미국이나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도움을 받고 싶어할 것이다. 미국과 한국에서의 대선은 북한과 한미관계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미국의 경우 이런 기대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진 않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변하게 돼 있다.?북한의 로켓 발사 성공은 북한이 더 발전된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세계에 보여줬다. 따라서 대북 제재, 유엔 결의안 등?보여주기식의 의미 없는 행동과?일상적인 조치들이 끝나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독점하기 위해 협상을 고려할 것이다. 이는 적어도 북한의 정책결정자들이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북한은 남한의 변화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한국 유권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거나 고작해야 성공하지 못한 실험으로 생각했다. 그 결과 남한에 들어설 새 정부는?현 정부에 비해 대북 유화책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 2002~2007년 햇볕정책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만큼의 규모는 아니겠지만, 남한은 북한에 대한 조건없는 일방적 원조를 다시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 내년에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북한은?변덕스러운 나라다. 느닷없이 뜻밖의 변화가 나타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극적인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독재 정권의 권력 이양에서 늘 그래 왔듯 몇몇 장군들과 고위 인사들은 사라질 것이고, 이들이 반사회주의나 첩보활동으로 공개 비판받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미국, 특히 남한의 원조를 기대한다면, 포격이나 도발, 혹은 소규모의 군사 행동이 있을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그래왔고, 그러한 방식으로?전 세계에 북한의 존재를 드러내 왔다. 원조 지연에 대한 북한의 분노를 보여줄 것이고, 또 다른 핵무기를 시험할 적당한 기회도 노릴 것이다. 물론 온건한 변화도 있을 것이다.

극적인 변화의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지만 아직 북한에서는 조짐이?보이지 않고 있다. 적어도 필자에게는?보이지 않는다. 당분간 우리는 기존과 같은 북한의 모습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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