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그 많던 중국 내 탈북자는 어디로 갔나

지난 2월 필자는 북한 관측통들이 많이 찾는 조중접경지역인 중국?옌볜 조선족자치구를 찾았다.

옌볜을 찾는 사람들은 이 지역에 숨어 있는 탈북자들을 만나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다. 필자 역시 탈북자와 인터뷰하기 위해 그곳을 찾았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999년 이 지역에서 불법체류하던 탈북자 수는 15만~20만명으로 추산됐다. 4년 전 왔을 때는 그 숫자가 상대적으로 줄었는데, 지금은 사실상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하는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나 사정을 알만한 그 지역 주민들 얘기로는,?옌볜에 숨어 있는 탈북자들은 다해 봐야 1만명이 넘지 않는다고 한다. 2000~8000명 정도로 추정할 수 있는데, 사실상 4000~5000명 정도가 아닐까 한다. 국제 언론에서 보도되는 탈북자?숫자보다는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 수치에는 지난 15~20년간 이곳으로 넘어와 중국 현지인과 사실혼 관계에 들어간 북한 여성들은 포함돼 있지 않다. 수천명이 될 지?모를 그 북한 여성들은 우여곡절 끝에 위조된 중국인 신분증을 얻어?중국 시민권을 얻었다.?또 신분노출을 피하기 위해 탈북자 집단과 거리를 둔 채 중국 주류사회에 동화되기 위해 노력하고?있다.

이렇게 볼 때 최대 예측치를 적용한다면?지난 15년간 연변지역 탈북자들은?95%나 급감했다.?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가장 큰 이유는 국경통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중국과 북한은 1949년부터 아주 최근까지 양국간의 긴 국경선을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은 채 유지해왔다. 마오쩌둥 치하의 중국과 김일성 치하의 북한은 불법 체류자가 발각되지 않고 지낼 가능성이 거의 없을 정도로 효율적인 경찰국가였다. 두 나라 정부간의 협정에 따라 국경을 넘은 사람은 곧바로 송환됐고, 위대한 지도자 마오쩌둥과 김일성의 적으로 낙인 찍혀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

1980년대 중국의 정치 사회적 변화는 국경을 넘은 북한인들의 삶을 훨씬 쉽게 해줬다.?중국의 자본주의는 탈북자들에게 직업과 주거지를?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탈북자들에 대한 북한당국의 처벌도 단기 수감에 그치는 등 약화됐다. 이에 따라 옌볜 지역은 상대적으로 넘기 쉬운 국경지역이 됐고 중국으로 넘어간 탈북자들이 15만~20만명은 족히 넘을 것이다.

상황은 2008년부터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북한은 보안과 경계 근무를 강화했다.?국경 부근 순찰을 늘린 것은 국경수비대가 탈북자들의 뇌물에 잘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탈북자들을 막기 위한 선전과 선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남한이 더 이상은 지옥도 아니며 부유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도 인정했다. 하지만 탈북자들이 남한으로 간다고 주류 사회에 편입할 수는 없으며 이등시민으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탈북했다가 다시 돌아온 인민들을 내세우며, ‘위대한 지도자의 품’으로 돌아온 경위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탈북자 문제를?심각하게?받아들인 북한당국이 정책과 설득을 통해 탈북을?막으려 노력하면서 실제로 탈북자 수는 크게 줄었다.

중국쪽 변화도 있었다. 과거 많은 언론들이 중국은 국경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믿을만한 소식통에 따르면??주요?도시를 제외하고는 보안을 위한 철조망이나?국경을 지키는 경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더이상은 그렇지 않다. 중국은 2010~2012년 조중접경 지대에 철조망을 설치하고?CCTV와 동작감지기도 추가했으며, 경비대원들을 추가로 배치했다.?이제는 국경을 넘으려면 예전보다 더 큰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여전히 국경지역에서 경비대를 매수할 수는 있지만 비용은 엄청나다. 2005년 50달러 정도였다면 지금은 1000달러에서 많게는 3000~4000달러는 들여야 국경을 넘을 수 있다. 경비대들이 탈북을 눈감아 주면서 감당해야 하는 위험비용인 것이다.

내부 사정도?달라졌다. 지난 15년간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국의 고용 수요는 줄었다. 영양실조는 여전하지만 굶어죽는 사람들은 더 이상 없다. 사람들이 생계유지가 가능해지면서?국경을 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변화도 주목할만 한데, 탈북자들은 주로 국경근처에서?옌볜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조선족에게?직업과 숙식 등 도움을 받아 왔다.?그런데 이 조선족 대다수가 ‘지원에 대한 피로’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먼 친척뻘인 탈북자들을 도와주는데 열과 성을 다하지 않고 있다. 세대가 바뀌면서 탈북자들을 더 이상 도와주지 않는 것이다.

중국으로의 대규모 탈북은 1960년대가 끝이었고 북한에 친척들이 있던 사람들도 이제?나이가 들거나 세상을 떠나고 있다. 다음 세대 조선족들이 자신은 알지도 못하는 사돈의 팔촌 탈북자들을 돕는 데까지 그들의 재산을?쓸 것 같지는 않다. 이유야 어찌됐건 이제 탈북자 시대는 적어도 당분간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원문은 아시아엔(The AsiaN) 영문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www.theasian.asia/archives/65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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