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중국, 북핵 ‘만능해결사’ 아니다

중국의 ‘무대응’ 대북 전략

지난 3월 9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관이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예상된 일이었지만 질문 중 하나는 북한에 관한 것이었다. 중국은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대해 지지를 선언한 참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결의안 지지 등에 고무된 미국과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잠시나마 중국이?구원자로 나서 북한의 위험한 국제적인 행동을 다룰 새롭고 효율적인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는 가망없는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이들은 곧 환상에서 깨어나야 했다.?양제츠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제재가 안보리가 취할 조처의 끝이 아니며, 관련사안을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도 아니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적 수사를 풀이하면 “우리가 제재에 찬성하긴 했지만 이를 엄중히 여기지는?않을 것이며 북한에 지나치게 강한 압박을 가할 생각도 없다”는 것이다.

이 발표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는 다소 논란거리가 있다. 중국은 북한의 행동을 좋아하진 않지만 여전히 현상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세계 언론은 중국을 북한의 ‘최고 동맹’이라고 부르곤 한다. 하지만 이는 지난 수십년간 중국과 북한 사이에 유지되어 온 상당히 복잡하고 불안한 관계를 그저 단순화시킨 것이다.

‘깨질 수 없는 북-중 관계’라는 흔한 수식어구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인식은 ‘건방지고 예측 불가능하고 무모하지만 그럼에도?지정학적·전략적 고려 때문에?참고 때로는 조심스럽게 대해야 할 이웃’이었다. 그래서 양측은 관계의 우호적인 면을 보여주려 애를 많이 썼지만 때로 실제 관계는 불신과 긴장으로 가득찼으며, 또 항상 그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가장 중요한?원조 제공국이자 교역 상대였다. (중국과의 무역은 북한의 전체 해외 교역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중국은?종종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해 왔지만, 전반적인 제재의 형태로 실제적인 압력을 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해 왔다. 북한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데?대한 중국의 완고한 저항은 국제제재가 북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데 실패해 온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여러 징후가 포착됐다. 작년 8월, 중국은 대형 광산회사인 시양그룹(西洋集團)과 파트너인 북한정부 사이의 분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판단하면 시양그룹은 북한인 피고용자들에게 속았다.?시양그룹이 북한에 광산을 건설하자 북한 정부당국은 광산에 대한 모든 권한을 차지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계약조건을 바꿨고, 중국 근로자들을 추방하기까지 했다.

이 사건은 아주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 북한과 거래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고통스럽게 깨닫고 있듯이, 그런?식의 ‘적대적 기업인수’는 북한만의 약탈적 자본주의에서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엔 중국이 침묵하는 피해자가 되지 않는 길을 택했다. 시양그룹은 매우 비판적인 성명을 발표했으며, 이런 흔치않은 행동에 정부의 사전 승인이 있었다는 점에는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12년 8월, 또 다른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정은의 외삼촌이자 북한의 최고 실세인 장성택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추가 원조를 요청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그들은 현재 수준의 원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확인만을 받은 채?빈손으로 돌아갔다.

2013년 1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북한의 2012년 12월 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지지했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 외무당국에는 특히 놀라운 일이었다. 북한은 3차 핵실험을 단행하겠다는 위협으로 대응했다.

중국의 이번 반응은 눈에 띄게 적대적이었다. 중국 관영매체는 북한이 감히 또 한번 핵무기 실험을 한다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원조를 삭감해야 한다는 점을 암시하기까지 했다. 북한 편에 서왔던 중국의 많은 학자들도 방송을 통해 북한의 행동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중국의 반대와 숨겨진 위협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12일 3차 핵실험이 일어났다. 잠시 동안 미국과 세계 각국 관계자들은?결국 마지막 순간이 왔으며, 중국이 명시할 수는 없지만 뭔가 의미있는 방식으로 동맹국을 벌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어떻게 보면 그런 희망은 현재 미국 정치권이 갖고 있는 생각에도 반영돼 있다. 지난 20년간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은 대북 제재나 협력 두가지 중?어느 것도 북한의 행동에?기대했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이로 인해 점점 커진 무능력감은 미국 관료들이?다른 대안을 찾거나 외부로부터 도움을 구하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이들에게 북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중국이 구세주로 여겨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3차 핵실험 이후 일어난 일은 그런 기대가 잘못됐다는?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중국 외교부가 분개를 표시했고,?또 다른 안보리 결의안을 지지할 테지만, 중국이 북한의 행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데 필요한 조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관영 신화통신은 핵실험 직후 현상황은 북한에 핵 이외의 대안을 주지 않는 일본, 미국의?제국주의적 압박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련의 사건에 실망했겠지만 중국 입장에서 보면 이는 특별히 놀라운 일도 아니다. 중국이 정말로 북한의 행동에 대해 화가 났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지만, 일반적으로 절대권력, 특히 소수 독재층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에서는 감정이 대외정책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미국 내 중국 비난세력이 말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결코 북한의 핵 야욕을 묵인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공식 인정한 5개 핵보유국 중 하나이며, 그 배타적 특권그룹의 일원이다. 당연히 중국은 새로운 회원이 가입하기를 원치 않을 것이며 북한의 핵무장과 그 확산이 불러올 수 있는 전략적 결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핵 보유는 중국에겐 악몽과도 같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 경제에 중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중국이 원한다면 북한 경제를 몇 주 안에 정지시켜 버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경제가 붕괴되고 추가적인 기근에 내몰릴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그런 극적인 과정은 아마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겠지만, 동시에 북한 사회의 해체, 법과 질서의 붕괴, 무정부상태와 혁명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분명히 중국이 지금 원하는 바가 아니다.

붕괴에 직면한 북한은 수백만 명의 난민을(이들 중 일부는 무장하고 군사교육을 받은 군인일 것이다) 국경을 통해 중국으로 내보낼 것이다. 이런 위기는 핵 기술과?재료의 사적인 밀수로 이어질?수 있다. 또한 중국 군대의 개입을 초래하거나, 북한과 남한의 통일로 인해?친미적이고 민족주의적인??민주 국가와 국경을 맞대는 상황으로 발전할?수도 있다. 중국이 통일 한국과 공존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항구적인?현상유지를 선호할 것임은 분명하다.

만약 중국이 정치적 안정을 해치지 않으면서?북한이 비핵화를 고려하게 만드는 방식으로?대북 압박 수위를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다면, 이 노선을 따를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이처럼 정교한 압력 조절은 불가능해 보인다. 북한 지도부는 작은 압력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극단적인 압박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한 고위 외교관리가 몇 년 전 개인 자격으로 필자에게 얘기한 대로다. “중국은 북한을
다룰 수단이 없고, 다만 망치를 갖고 있을 뿐이다. 중국은 원한다면?북한을 마비시킬 수는 있겠지만, 북한의 행동을 세밀히 조종할?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은 ‘핵을 보유한,?위험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분단된 한반도의 북한’과 ‘핵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불안정하고 통일 가능성이 있는 한반도의 북한’ 사이에서 내키지 않는 선택의 기로에 직면해 있다. 두 경우 모두 중국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지만 현재로서 후자가 더욱 그렇다. 의심의 여지없이, 중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다시 한 번 차악(次惡)의 이성적인 선택을 했다. 하지만 이번 선택은 마지못해 이뤄졌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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