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박근혜정부 복지정책, 통일한국 대비해야

‘국가연합’이 통일이후 전환기 유력 대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제사회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 언론은 박 당선인이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점을, 다른 언론은 그가 독재자 박정희의 딸임을 주목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면서 한국이 경험하게 될 가장 크고도 중요한 변화는 다름 아닌 복지 확대다. 한국을 유럽 스타일의 복지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 당선인으로 첫 걸음을 떼면서 자신의 공약을 지킬 것을 거듭 다짐했다.

복지 공약의 주요내용을 보면 취학 전 어린이 교육을 무상화하고, 대학 등록금을 고소득층 자녀의 경우 30%, 나머지는 50% 인하하고, 방과후 무상교육을 대다수 학부모에게 제공하고, 의료보험 부담금을 더 낮추고, 노령연금을 대폭 인상하도록 하고 있다.

조만간 국민의 세금부담을 크게 높일 수밖에 없는 야심찬 프로그램이다. 현재 대다수 한국인은 복지 확대를 위해 세부담 증가를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자세로 보인다. 많은 국민들이 미국식 첨단 자본주의보다 스웨덴식 사회민주주의를 선호하는 듯하다. 그러나 막상 세율이 뛰기 시작하면 국민들은 마음을 바꿀지도 모른다. 그 시점이 아직 멀리 있을 뿐이다.

이처럼 드라마틱하지만 한국 정계와 사회에서 간과되고 있는 변화의 와중에 더욱 놀라운 일은 남한의 새로운 복지정책이 통일한국(남북통일로 탄생하게 될 국가를 상정할 경우)의 미래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복지혜택을 받을 자격은 무엇보다 개인의 소득에 따라 결정되며,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그런데 남북한 간의 엄청난 소득격차를 감안할 때 통일 이후 북한인의 절대다수가 곧 남한에 도입될 모든 복지혜택을 누리게 될 것임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동시에 북한 주민들은 복지 시스템을 지탱할만한 상당한 액수를 세금의 형태로 지불하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새 복지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나온다. 복지 수혜자 수가 갑자기 두 배로 늘어나는데 그 재원을 지불하는 사람 수는 고정돼 있다면 그런 프로그램은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 그렇다고 한국 국민들이 통일 이후 사회복지가 크게 축소되는 것을 받아들일 것 같지도 않다. 세계 역사는 일단 복지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유권자의 힘과 기득권 때문에 그것을 후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폭발적인 복지 확대는 예민한 관찰자의 눈에는 한반도 통일 이후 통합적 단일국가의 가능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된다. 통일국가가 탄생한다면 두 코리아가 통합적 행정, 사법, 재정 시스템을 유지하고 고유의 세제와 통화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실제로 북한체제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남한의 급진 좌파에 널리 퍼져 있다. 이들은 김일성 사회주의 주체사상에 숨겨진 장점이 있으며 그것이 통일 이후에도 온존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들은 또 한반도 통일을 이루는 유일한 길은 남북 정부간 협상을 통한 연방 결성뿐이라고 믿는데, 이는 수십 년이 걸리는 점진적 과정일 수 있다.

필자는 위 두 가지 생각에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 국가 사회주의는 세계적으로 전반적인 실패로 귀결됐고, 특히 북한식 사회주의는 완벽한 실패에 가깝다. 북한 사회주의의 감춰진 장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찾으려면 정말로 강력한 현미경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점진적 통일론 자체는 바람직한지 모르지만 결코 현실적이지 않다. 한반도에 통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격변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북한 정권의 붕괴로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가연합은 김일성 왕조와 남한 정부 사이의 협상을 통해서가 아니라 현재의 북한 정부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부로서는 후자의 방식이 치명적으로 위험하다고 볼 것이므로 분단 현상유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연합은 사회·경제·정치적으로 워낙 다른 남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불가피한 체제일 것이다.

통일이 가까운 장래에 일어난다 하더라도 두 코리아 간의 현격한 경제·사회적 격차는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가장 교육수준이 높은 남한은 지식경제와 첨단산업에 기반한 복지사회로 발전한 반면 마오쩌둥 시대 후기 중국의 선진지역과 유사한 경제를 갖춘 북한은 당대 문명세계의 현실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연합제는 통일 이후 발생할 많은 문제를 경감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연합체제는 북한주민이 남으로 이주하는 것을 통제하고, 남한의 탐욕스러운 부동산업자, 투기꾼(사기꾼은 물론)들이 북한주민들의 순진성과 경험부족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러 북에 몰려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국가연합은 서로 크게 다른 지역 사정을 고려한 사법제도를 보장하기도 한다.

북한에 복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시스템은 남한의 그것과 똑같을 필요는 없다. 혜택의 범위가 다르고 소득 기준과 기초 생활여건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다. 복지의 우선순위도 다를 것이다.

국가연합은 잘사는 남이 못하는 북을 몰염치하게 착취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실은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 즉 불량한 남쪽 형제들로부터 북쪽을 보호하는 장치가 될 필요가 있다. 또 북한의 의사결정을 그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 물론 북한에는 훈련된 인력이 충분치 않다. 그러나 장차 북한 정치인과 유권자들은 실수의 대가를 치러야 하고 그런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국가연합이 항구적 체제일 필요는 없다. 국가연합은 남북한이 경제·사회적 격차를 메우는 데 필요한 한시적 조처이며, 가능한 한 짧은 기간 동안 작동하는 것이 좋다. 전환기가 지나면 두 코리아가 단일국가 또는 연방국가로 살아갈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국가연합제는 훌륭한 전환 장치이다. 시간이 가면서 두 코리아의 상이함과 격차가 더욱 벌어질수록 국가연합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원문은 아시아엔(The AsiaN) 영문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theasian.asia/archives/59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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