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란코프 교수가 본 北·中

최근 중국과 북한의 국경 지역에 경제특구가 개발된다는 소식은 다시 한 번 북-중 관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이 집중되는 계기가 되었다.

북한 경제에 있어서 중국의 독보적인 위치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과 연결되면서 온갖 추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남한의 보수 세력 중에서 북한 정권이 이미 중국의 단골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남한의 진보 세력 중에서도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물론 진보 세력은 현재의 우파 정권 때문에 북한이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다.

남북 교류협력은 2008~2010년 사이에 냉랭해졌고 이에 중국이 북한의 사실상 가장 큰, 그리고 여러 가지 실질적인 이유로 인해 거의 유일한 교역 상대국이 됐다.

북한의 대중 교역량은 작년 한 해 약 34억 달러를 기록했고 이는 남한을 비롯한 다른 여러 교역국을 전부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이다. 중국은 또한 바깥 세상의 투자, 기술, 정보 등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다.

북한을 출발하는 거의 모든 항공편과 열차가 중국으로 향한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을 통제한다는 루머는 많이 과장된 것이다.

지난 수 십 년간의 북한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를 통해 평양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아니 불가능한 일이다.

북한과 소련과의 관계를 잘 살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소련이 북한에서 차지했던 교역량은 현재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교역량과 비슷했지만 소련은 그 어떤 공산 정권과 비교해서도 최소한의 영향력만 북한에 행사했다.

1968년에 있었던 푸에블로호 사건은 이 같은 모순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 주는 예이다. 미국의 푸에블로호가 나포되었을 때 미국 정부는 분명 소련의 재가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금은 그러한 추정이 틀렸다는 것이 다 밝혀졌지만 당시의 소련 외교통들은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대치 상황에 소련이 휘말리지 않기 위해 24시간 내내 비상 근무했다.

그리고 그들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기함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별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소련이 북한에서 갖는 엄청난 경제적 기여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같은 모순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은 북한 정권이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가 신봉해 마지 않는 경제성장에 대해서 그리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도 경제성장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우선 순위는 정치적 안정이다.

북한에서는 선거 결과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특별히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국민들의 불만에 대해서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북한 정권은 중국이든, 한국이든, 소련이든, 혹은 미국이든 외국 열강이 북한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적 요구를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북한의 상황을 외면할 경우 심각한 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동시에 그들의 요구를 그냥 무시한다.

그같은 무시에 북한 주민들은 고통을 받겠지만 북한의 세습 정권은 주민들의 문제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한 고위 외교 인사가 최근에 어느 사석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중국은 북한을 움직일 수 없다. 중국이 가지고 있는 것은 망치이지, 지렛대가 아니다.”

사실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북한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북한과 관계된 모든 교역과 원조를 폐쇄하기에 충분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막대한 사회?경제적 재앙이 뒤따를 것이다.

체제가 붕괴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의 정권 붕괴를 환영할 이유는 없다.

중국 정부는 분명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그들은 핵으로 무장했으나 안정된 북한보다 불안하고 붕괴 상태의 북한이 훨씬 더 큰 위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은 북한의 정치적 안정을 크게 위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이미 목격했듯이 북한 정부가 좋아하지 않는 민감한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북한의 상황이 아주 나빠져서 붕괴에 이를 때 ?언젠가 그런 순간이 오겠지만? 과연 중국이 어떻게 나올는지는 미지수다.

만약 북한을 휩쓰는 대격변 같은 어떤 중대한 위기가 닥친다면, 중국이 긴급원조를 할까? 군대도 파견할까? 아니면 김정일 일가와 그 추종자들의 말로를 그냥 지켜보면서 중국 국민들의 세금을 한 푼도 쓰지 않을 것인가?

현재로서는 이 같은 질문에 답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당분간은 중국이 북한에게 어느 정도의 지원과 함께 교역 특혜를 지속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너무 위험한 몇몇 북한의 행동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하겠지만 말이다. 그 불만은 북한 정권이 무시할 가능성이 크지만 말이다.

불행히도 중국은 북한의 정책을 중국에 맞게 변경하거나 조정할 능력이 없다.

그러므로 중국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끔 설득할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