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더이상 북한과의 거래는 없다
지난달 나온 북한 소식들은 특이사항이 없는 것 같다. 한달 전 북한 대변인은 “북한은 앞으로 핵실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사실 지난 4월 중순 미사일 발사 이후 모두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핵실험은 없었고 북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앞으로도 한동안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금껏 북한이 일반적으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핵실험을 해온 것을 생각하면 의외의 일이다. 2006년-그 당시에는 미사일 발사가 알려지지 않았지만-에도 그랬고, 2009년 4월 ‘인공위성’으로 가장된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에도 5월 핵실험이 따랐다. 그래서 최근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모두가 이 같은 순서를 예상했다.
실제로 핵실험을 예고하는 단서들도 있었다. 인공위성 사진에는 핵실험지로 보이는 장소에서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금은 그런 계획은 없다고 부정하는 북한관계자들도 4월 말에는 가까운 시일 내 핵실험 계획을 시사하는 듯했다.
핵실험을 위해 준비해온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바로 알 수?있을 것 같지 않다. 평소보다 강한 중국의 압력 때문이거나 북한 기술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기술적 난관에 부딪혔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기대했던 실험이 왜 진행되지 않았는지-적어도 연기됐는지-에 대한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며 내보인 성명서가 더 중요하다. 평소와 다른 이 솔직한 태도는 한 가지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즉 북한 정부는 현재 평양이 평화를 원하고 있고 외부 세계, 특히 미국과의 협상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만약 북한 책략가들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싶었다면 다음번 폭발일정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9일 북한과 미국은 ‘윤달 협정’을 체결했다. 협상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24만 톤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북한은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이 협정은 그후 2주도 못 가 북한이 3월 중순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는 ‘평화적 우주 연구 인공위성 (물론 인공위성의 95%는 장거리 미사일과 구분하기 어렵다)’을 발사하면서 깨졌다.
이것은 평양 정책준비 과정의 문제점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이상한 결정이다. 북한은 어렵지 않게 협상을 이번 여름 이후로 미루고 장거리 미사일 테스트를 한 다음 식량을 지원 받을 수 있었다. 순서를 잘 맞추기만 하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북한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풀지 않았고 이것은 미국과 북한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재 북한은 전보다 더 믿을 수 없는 거래 상대다. 이런 경우에는 더 이상 참여를 전제로 협상을 할 수가 없다.
미국 내 상황은 선거 정치로 더 복잡해졌다. 올해는 선거가 있는만큼 현 미대통령은 국가안보에 대한 공화당의 비판을 반기지 않고 있다. 선거전 북한과의 거래는 그런 비판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지금까지의 거래들이 성공적이었다면 미국은 아마 지금처럼 위험부담을 기피하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부끄러울 정도로 빠르게 무너진 ‘윤달 협정’은 북한과의 거래가 자주 정치적 빚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것은 꽤 오래전부터, 특히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평양과의 거래로 도박을 해온 크리스토퍼 힐 이후 미 국방부가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거래는 실패했고 평양은 또 한 번의 핵실험을 강행했으며 그 결과 힐 대사의 경력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평양에서 지지를 얻기 시작한 평화를 위한 전주곡을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많은 미국 사람들이 북한과의 회담이 상황의 악화를 막는 역할을 한다고 믿는 것을 감안한다면 결국 바뀔지도 모른다. 또 그들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내년 대통령선거가 끝날 때까지 전해지지 않을 확률이 크다.
이 모든 것은 북한과의 외교 과정 중 그저 하나의 실패로 보일 수도 있다. 끝나지 않은 ‘핵 회담’의 드라마 중 또 하나의 에피소드로. 하지만 이번 회담의 실패는 평양이 아직 감지하지 못하는 더 큰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매번 깨지는 약속 이후 작게는 미국, 크게는 국제사회가 북한과 또 다른 거래를 하는 것을 점점 더 꺼리고 있다. 주기적으로 책임자를 바꾸는 민주주의의 특성상 그들이 북한과의 거래가 부질없음을 인지하는데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릴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그들도 이를 깨닫게 될 것이다.
현재 미국의 전반적인 여론은 점점 더 회의적이고 냉소적으로 되어가는 추세이다. 이는 북한의 입장에서 나쁜 징조다. 지난 20여년간 북한의 정책가들은 바깥 세상과 꾸준히 거래를 하고 깨면서도 그에 따른 처벌을 면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약속이 깨짐에 따라 그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오래된 습관들이 새로운 상황에 부적합해지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번역 임현정 인턴기자 news@theasian.asia
*원문은 아시아엔(The AsiaN) 영문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www.theasian.asia/?p=2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