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북한에 대한 언론의 관점들, 사실은···
세계 각국 언론은 북한을 호의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 언론에 그려진 북한의 이미지는 기괴하며 비합리적이다. 북한은 모든?주민들을 오리걸음과 수류탄 투척의 달인으로 만들어 줄 괴물의 통치로 운영되는 위험천만하며 예측 불가능한 나라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재앙 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렇게 불행한 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나쁘고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권력자에게?아첨하지 않는 북한 사진은 찾아보기 힘들다.?짐승같은 독재 치하에서 대부분의 백성들은?가난하다. 그들의 주된 이념은 군국주의다.?좀 완곡하게 말해서 ‘선군 정치’로 알려져 있지만 말이다.?이런 모습들은 실제 북한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든다.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사정은 나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은?이런 개선에 대해 잘 다루고 있지는 않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각국 언론은 북한에서 반복되는 끔찍한 기근이 가져올 어렴풋한 위협을 보도하기 시작한다. 주요 언론들은 이 이슈와 관련해 구색을 맞춘 당국의 발표를 인용해 “겨울이 끝날 때까지 최소 수십에서 수천 명의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을 것”이라고 장담을 한다.
겨울이 끝날 때쯤이면 이런 어두운 전망들은 잊혀지기 일쑤고, 그들이 예상했던 기근은?일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각국 언론들은 다시 가을이 오면 또?똑같은 예측보도를 쏟아내며 관행을 되풀이한다.
물론 많은 북한 주민들의 영양 상태가 부실한 것은 맞지만 지난 10년간 북한의 경제사정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굶어죽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남한의 한국은행은 지난 10년간 북한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4%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놀라울 것도 없고 위기가 심화된다는 신호로 보기도 어렵다.
사실 최근?북한의 의복이나 식량 사정은 꽤 나아졌다. 한때 고위층들의 전유물이었던 유선전화는 요즘 들어 도시 가구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휴대폰 사용자도 5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컴퓨터 사용 가구도 늘고 있고, 형편이 되는 집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기도 한다.
이런 북한의 나아진 변화들은 각국 주류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북한의 발전 관련 소식은 아마도 좋은 뉴스가 아닌데다 그간 확립된 고정관념과도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무시되기 마련이다.
물론 북한 소식에 정통한 ?전문가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들 역시 이런 변화상을 보도하는 것은 똑같이 꺼린다. 이들은 1980년대 후반에 거의 사멸됐지만 극히 일부만 남아 있는 통칭 레닌식 사회주의의 지원이나 한국의 민족주의 좌파 주변 그룹들의 지원을 받는다. 그들은 북한을 아직까지 살아남은 사회주의 낙원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아마 이런 식의 낙원에서는?부엌에 냉장고를 들여놓는 정도의 소비욕구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북한에서 냉장고를 사용하는 가구 수는 적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정치 상황에 관한 보도는 한결같이 우울하다. 때로 최근 몇 년 동안 정치범 수가 늘어나는 등 북한 정부가 더 억압적이 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는 그러나 상당히 오해다. 북한에 대한 유용한 정보는 불완전하고 암울한 것밖에 없다는?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사회라는 점은 분명해 보이지만 지난 20년간 북한에서 시민을 감금하거나 죽이는 등의 정치적 억압 사례는 훨씬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평가절하한 가장 흥미로운 보도 중 하나는 가장 악명높은 북한 주민 억압장치로 여겨졌던 ‘가족책임 원칙’이 조용히 폐지됐다는 점이다. 1960년대 무렵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북한내 모든 정치범의 직계가족들은 같은 주소로 등록됐고, 모든 사람들은 수용소에 보내졌다. 직계 가족 구성원은 여전히?? 같은 운명을 겪지만 지금은?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끔 이렇게 처벌받을 뿐이다.
조용히 이뤄지는 정치적 자유화의 또 다른 사례는 탈북자들에 대한 보다 완화된 처우다. 북한 주민들은 일자리를 찾거나?식량을 구하려고 불법으로 중국을 여행하고 있으며, 중국 현지에서 또는 국경을 넘는 도중에 적발되면 중국 당국에 의해 북한으로 다시 송환돼 왔다.
언론이 보도하는 사례의 대부분은 장기수들이고,?외국인이나?선교사와 긴밀히 접촉한 경우와 같은 아주 특별한 사례만이 비춰진다. 중국 당국이 탈북자들을 북으로 송환하면 북한은 이들을 보통 몇 주 정도 구금한 뒤 석방한다. 비록 아직도 가혹한 처분이기는 하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 탈북자들은 무기징역이나 수년간의 투옥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이다.
이런 일련의 변화들이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지만 이런 변화는 여전히 보도되지 않고 있다. 인권 옹호 단체들 역시 북한 인권이 어느 정도 개선됐음을 스스로 인정할 수 없었고, 그런 개선들을 인정한다면 북한 체제에 대한 압박이 높아질 수 있다고 여겨 두려워했다.
지구촌의 많은?사람들은 “북한에서는 최근까지도 지난 수십 년 간 범죄를 저지른 가족 구성원, 또는 범죄에 연루된 무고한 사람들, 심지어 아이들까지 강제노동 수용소에 보내지고 있다”고 ‘오해’하며 그들을 ‘헐뜯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그룹 역시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 북한을 둘러싼 두 가지 지배적인 서술들이 부합되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뉴스들이 보도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언론 보도가 현실과 괴리를 보이는 것은 또 있다. 바로 많은 언론들이 북한이 마약거래에 손을 대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그것이다. 1970년대 중반부터 북한 당국은 마약을 해외로 판매해왔다. 이는 전례 없는 국제법 위반이었다. 인간의 도리도 아니지만? 평양에 들어오는 실질 재정수입도?그렇게 크지 않았다. 어쨌든 이런 활동들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이미지 악화에 끼친 악영향, 그에 따른 피해는 지금까지 가능했던 모든 금전적인 이득보다 훨씬 더 무거운 것이었다.
북한 당국은 이런 판단에 따라 이미 4~5년 전 오랜기간 해왔던 불법 마약 생산을 크게?줄이거나?마무리하는 바람직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의사결정권자는 죄책감 때문이 아니라 권모술수 때문에 이런 결정을 강요받는다. 결과적으로 북한 엘리트에게는 일련의 프로그램들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았을 것이다.
지구촌의 주류 언론들은 그러나 이런 변화에 대해서도 간과했다. 필자는 몇 달 전 미국의 한 유명한 주간지와 인터뷰했을 당시 “북한은 정부 정책에 따라 더 이상 마약을 많이 생산하지 않으며 대신 민간부문 마약거래상들이?국내에서만 불법적으로 활동한다”고 밝혔다. 국가 차원에서 아편을 거래하거나 개인들이 메탐페타민(필로폰)을 취급한다고 알려진 것과는 크게 다르다. 그러나 이 주간지는 필자의 연구 결과들을 인용하는 대신 북한의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데 이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활용했다.
필자는 다행히 한 좋은 회사로부터 이 연구성과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미 국무부다. 지구촌 언론들의 이와 같은 침묵과 관련, 미 국무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이 최근 들어 마약 생산과 거래를 중단하거나 크게 축소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 2011년 3월 출판됐지만 극소수의 언론들만 관련 정보를 보도했다. 그렇다면 지구촌 언론들의 북한 관련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해서 북한은 무고한 희생자가 되는 것일까. 설마 그렇게 잔인하고 빈곤하며 항상 모든 게 기괴한 나라가 있을까. 기존의 그림이나 구도에 부합하지 않아 비록 알려지지 않거나 보도되지 않는 경향이 있을지언정 북한도 지구촌 어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나름대로 개선되고 있다. 이 점을 모두?명심해야 할 것이다.
번역 이상현 기자? coup4u@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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