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보수파는 북한 인권상황 개선 인정 못할 것”

북한전문가 란코프 교수 특별인터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거가 어느새 50일 가까이 지나고 있다. 김정은 부위원장의 정권 인수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북한문제 전문가의 목소리가 궁금한 시점이다.

AsiaN은 북한문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를 지난달 13일 그의 연구실에서 인터뷰했다. ‘란코프 칼럼’을 AsiaN에 연재하고 있는 그는 좋은 차를 대접하겠다며 주전자에 끓일 물을 올리고 기자 일행에게 다가왔다. 그는 앉자마자 열정적으로 북한의 ‘마약생산’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의 한국어는 아주 정확한 편이었다.


“북한에서는 마약을 많이 생산했고 특히, 아편을 많이 생산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요즘에 많은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편 생산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나온 보고서를 보거나 간접적인 징후를 봐도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감소라기보다 완전히 마약을 생산하지 않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신 개인 생산이 많이 활발해졌습니다. 원래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요.”

-마약, 어떤 것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양귀비를 말하는 것인가.
“양귀비를 개인적으로 생산하지는 않는다. 화학 마약이다. 북한에선 ‘빙두’, 과학명은 메타페타민이다.”

그는 메타페타민에 대해 좀더 자세히 설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서는 특권층한테 이 마약을 “의무적으로 분배하듯 주었다”고 했다. 또 미국 영국 독일 군대에서는 피로회복제처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남한 보수파, 북한 인권상황 개선 인정 못할 것”

주전자의 물이 끓자 그는 다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화제가 다시 차(茶)로 옮겨갔다. 자스민 차를 대접하며 그는 “더 좋은 고급차는 차를 너무 좋아하는 한 제자가 모두 마셔버렸다”며 미안해했다.

“사실 저는 차를 많이 좋아합니다. 중국 영국 인도 등에서 다양한 차를 많이 사다 놨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내가 (차에 대해서) 사실상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 면에서 돈을 아끼면 안 됩니다. 하나는 차, 또 하나는 빵.”

러시아 주식인 ‘빵’과 식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화제는 동아시아와 유럽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그는 80세인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란코프 교수는 “어머니는 연세가 드셔서 혼자 사시면 안 된다”며 “주말마다 어머니를 모시고 나가 질 좋고 비싼 빵을 많이 사서 냉동실에 저장해둔다”고 했다. 아내와는 이혼했으며 조만간 7살 딸이 한국에 올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북한의 인권문제, 마약, 식량문제 등 3가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남한 내 언론매체들의 북한보도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말이었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조선일보 한겨레 민족21 등 어디서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문제는 김일성 시대, 김정일 시대를 지나며 많이 좋아졌습니다.”

북한 정치범가족 연대책임 지금은 대부분 완화돼

그의 이어지는 설명. “김일성 시대 정치범이면 그 사람 뿐 아니라 같은 주소로 등록을 받은 모든 가족들은 무조건 수용소로 갔다. 소위 말하는 15호, 22호 관리소다. 조건은 일반 수용소보다 좋으나 그래도 수용소이기는 마찬가지다. 97년이나 98년부터 북한은 이와 같은 가족책임 또는 집단책임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지금도 남아있긴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이고 원래는 의무적이었다. 원래 정치범은 가족들도 모두 수용소로 가야했다. 지금은 중(重) 정치범일 경우에만 수용소로 간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언론에서 보도가 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남한의) 보수파는 북한 인권상황이 좋아지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반면 진보파는 가족에게 연대책임을 지운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란코프 교수는 평양을 방문한지 3년 정도 지났다고 했다. 지금 상황에서 갈 수 있는지 확신은 못한다고 했다. 대개 갈 때는 베이징을 통해 간다고 했다. 모스크바 노선이 없어졌기 때문이란다. 그는 평양 방문 때는 꼭 단체로 간다고 한다. 왜 그럴까, 나름 짐작이 간다. 그는 북한체제에 대해 종종 강하게 비판하는 러시아 학자로 분류되고 있다.

-평양에서 공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물론 나를 싫어할 거다. 하지만 겪어 보니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배경을 많이 못 보는 것 같다. 혼자서는 (평양에) 가본 적이 없다. 2004년 이후 집단으로 갔는데, 그들은 감시를 잘하는 것 같았지만 신경을 잘 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

북한체제 교체는 중하급 엘리트만이 할 수 있어?

그는 북한의 정권교체가 체제교체에 불가피하다고 했다.
“정권교체는 체제교체의 불가피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일 가족 뿐만 아니라 고급엘리트는 물러나야 합니다. 이와 같은 정권교체를 이룩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북한을 바꿀 수 있는 세력은 북한 국민들입니다. 그들뿐만 아니라 중급 하급 엘리트들 힘도 필요합니다.”

그는 “북한 국민들에게 3대 세습으로 이어지는 체제보다 더 좋은 체제가 있다는 사실, 체제만 바꾼다면 ‘더 잘 살 수 있다’는 의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심리전’이라는 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심리전은 전쟁의 목적을 갖고 있어서 그 목적이 완전히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교류’입니다. 제 생각에 개성공단 ‘초코파이’는 수류탄보다 더 무서운 무기입니다.”
그는 ‘햇볕정책’과 관련해 “대체적으로 지지했다”며 “그 이유는 ‘교류’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교류는 한편으로는 김씨 가족의 독재정권 기반을 보이지 않게 파괴시킬 것”이라고 했다.

북한 개방?개혁의 딜레마, 동독처럼 체제 붕괴 가능성

란코프 교수는 북한의 개혁, 개방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그는 “한마디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북한은 개혁과 개방을 시작할 수는 있지만 성공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중국식 개혁과 개방이 초래할 결과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중국에서처럼 급격한 경제성장보다는 동독처럼 체제붕괴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왜냐? 남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북한의 경제성장의 길을 가로막는 기본 장애물은 남한이 전례없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남한이 없었더라면 벌써 1970년대 말 개혁과 개방을 시작했을 겁니다. 김일성에게 마오쩌둥이나 호치민의 공산주의 사상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아주 현실주의, 실천주의가 강한 국가주의자였습니다. 그의 목적은 강성대국이었고 등소평보다도 더 고양이가 ‘흑묘이든 백묘이든’ 상관이 없었습니다. 물론 남한 때문에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시작한다면 불가피하게 남한에 대해 많이 배울 것은 분명합니다.” 그는 “개혁 개방을 통해 북한주민들 생활이 많이 좋아질 경우에도 주민들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들이 진짜 중국처럼 살게 된다 해도 불만족스러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비교대상은 남한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북한 개혁파의 비극입니다. 개혁 개방이 세계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성공을 이룩한다고 해도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이를 주도한 개혁세력은 감옥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인터뷰 이상기 기자 ?winwin0625@theasian.asia
정리·사진 최선화 수습기자 sun@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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