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성이 읽고 밑줄 긋다] 세잔의 사과…”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추석이면 떠오르는 ‘세잔의 사과’

추석이다. 차례상에 가지런히 놓인 음식들을 보면 세잔의 정물화가 떠오른다. 특히 사과. 본질을 보고자 했던 화가, 현대회화의 문을 열었던 화가 세잔.

세잔의 사과 ; 현대사상가들의 세잔 읽기, 전영백, 한길아트, 2008

p.20
서로 소통할 수 없는 사람들을 그린 인물화, 먹지 못하는 과일을 표현한 정물화, 그리고 접근할 수 없는 장면을 보이는 풍경화라 할 수 있다.

p.24
자신의 감정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화가의 고집스런 심적 억압. 여기서 화가가 대상을 ‘무관심하게 그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한번 생각해볼 만하다.

p.81
세잔의 인물들에게서 개별적인 감정 표현이 제거된 것과 그의 색채가 보유하는 정서의 과잉 사이에는 역설적인 관련이 있다. 세잔의 색채는, 멜랑콜리아의 작용처럼 시각 기호가 갖는 객관적 의미나 내재적 뜻이 비워진 다음, 넓어진 그 미적 공간에서 독특하게 공명(共鳴)한다고 볼 수 있다.

p.132
그림의 구성이 서사적인 합리성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200
이러한 근본적인 미적 체험을 D.H. 로렌스는 세잔의 ‘사과성'(appleyness)이라 불렀다.

p.234
로렌스는 세잔이 평생 추구했던 목표는 클리셰를 배제하고 ‘사과성’을 얻는 것이라 했다. 들뢰즈 또한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여기서 우선적인 문제는 클리셰의 배제이다.

p.257
사물의 본질에 직접 개입해 들어간다는 것과 표면적인 표현 양식이 구상인가 비구상인가 하는 문제는 별개인 것이다.

p.361
역설적이게도 그의 그림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그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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