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성이 읽고 밑줄 긋다]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젊은 회화작가 정직성 씨가 ‘읽고 밑줄 친’ 책의 부분들을 발췌해 싣습니다. 가끔 작가의 평도 곁들입니다. 정직성 작가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공간’에 집중하며 독특한 자기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화가입니다. 2012년 올해는 ‘독서의 해’ 입니다. 정 작가가 발췌한 글이 독서심(讀書心)을?자극해주길 소망합니다.?
골목에 관한 책들을 검색하다가 발견해 내 손에 들어온 책. 40여 년간 골목을 찍어온 사진작가 김기찬 씨와 시인 황인숙씨가 함께 만든 책이다. 앞부분에 김기찬 씨가 쓴 ‘작가의 말’ 부분을 보니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 발췌해본다.
“골목의 세계는 결코 변방의 세계가 아니다. 골목 안에는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다 들어가 있다. 그 안에는 사람들이 있고 가족이 있다.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언니, 동생과 집과 담장이 있으며 기쁨과 슬픔이 상존한다. 골목 안에서 사람들은 꽃을 가꾸고 짐승을 키우기도 한다. 이런 작지만 애잔한 풍경들은 들여다보고자 하는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다.
(…)
대개의 사람들은 골목에 대해서 추억에 덧대어지는 감상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그것은 골목을 정말 골목으로밖에 보지 않는 일이다. 그것은 골목을 좁게 가두는 일이다. 골목은 무한히 넓고 깊은 세계다.” (p.9)
사실, 내가 그림으로 그리고자 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사람들이 ‘추억 혹은 감상’으로 접근하는 골목의 무한한 세계를 어떻게 현재진행형의 시각으로 펼쳐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나의 화두다.
김기찬 씨 역시 이런 지점을 명확히 꿰뚫고 있는 것 같아서 책을 읽으면서 반가웠다. 글과 사진 공동작업이라는 측면에서도 참 흥미로웠다.
참, 골목에 대한 흥미로운 책 한권 더. <서울, 골목길 풍경>(임석재 지음, 북하우스,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