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성이 읽고 밑줄 긋다] 박민규의 ‘자서전은 얼어 죽을’
‘2010 이상문학상 작품집’ 중
박민규 <자서전은 얼어 죽을>
p.317~318
올해로 마흔두 살이 되었다. 지극히 간단한 생활을 하지 않고선 읽고, 쓰는 시간을 얻을래야 얻을 수 없다. 지난 몇 년은, 즉 아무 일 없이 읽고 쓰는 생활을… 그런 습관을 마련하려 애쓴 시간이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나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워야만 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볼일을 만들지 않는다.
화를 내지 않는다.
겸손해진다(시간 외에도 많은 것을 절약해준다).
생깐다(경조사들!).
그래요, 당신이 옳아요 라고 말한다.
양보한다.
손해를 본다(정말 많은 것을 절약해준다).
피치 못할 일들이 그래도 가끔 생기지만, 덕분에 내 삶은 지극히 간편해졌다. 그런, 느낌이다.
*정직성 작가가 최근 제1회 에트로 미술대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