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감사와 회한’···아시아기자협회 류효선 고문 1주기에

류효선 아시아기자협회 전 고문

효선 형, 지난 6일은 형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어요. 작년 그날은 일요일이었죠. 정오께 형수님의 전화가 걸려왔지요. 받기 전에 형께 무슨 변고가 있을 것 같았는데, 들어맞지 않았으면 하는 직감이 현실이 되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고 하지만···.

효선 형님이 가신 뒤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여전히 겪고 있지요. 형이 떠난 뒤, 형님이 그토록 아끼던 아시아기자협회와 아시아엔에도 조그만 변화가 있었지요. 이사장에 구본홍 전 YTN 사장이 취임하고, 부산시와 2030엑스포 유치 기원 포럼을 개최하고, 아시아기자협회 선정 ‘AJA Award 2022’로 배우 박해일씨가 선정돼 명동 CGV에서 그의 주연작 <헤어질 결심> 관람 후 시상식을 가졌지요.

효선 형이 아셨다면 무척 좋아하셨을 겁니다. “너무 좋은데, 그렇게 젊은 감각으로 해야 해!”라고 말이죠.

우리가 처음 만난 게 1997년 8월 마지막 주말 연세대 행정대학원 남이섬 오티에서였으니 25년 정도 되더군요. 형은 당시 삼성 해외개발팀장, 저는 한겨레 기자였지요. 형은 내게 많은 걸 일러주고 떠나셨지요. 너무 고맙고, 이렇게 일찍 가신 게 너무 안타깝기만 합니다.  

몇가지 내 가슴에 깊이 박혀 있는 것들 떠올려 볼게요.

# 1999년 여름쯤이었죠. 우리가 만난 석달 후 IMF사태가 터지자 형은 삼성을 그만두고 추계예술대로 옮겨 교무과장을 거져 처장으로 근무할 때였지요. 내가 추계로 가거나 형이 한겨레 근처로 와서 식사와 산책을 하곤 했지요. 점심을 마친 후 효창공원 김구 선생 묘소 주변을 거닐며 형이 이런 말을 했지요. “상기야, 너, 나 하고 통화하고 마칠 때 어떤지 알아?” “무슨 얘긴데…” “넌 늘 네 말만 하고 툭 끊어. 오늘 오전에도 그랬어.” “······”

형, 그때 제가 얼마나 죄송했는지 형도 짐작했을 거예요. 효선 형님은 워낙 촉이 빨랐으니까요. 그런데, 어쩌지요? 20년 훨 지난 지금도 제게 아직 그 버릇이 있는 걸 느끼곤 하니 말이죠. 효선 형, 그곳에서라도 제 이 고약한 버릇 고치게 기도해 주세요.

# 효선 형은 내게 종종 비우라고 말씀해주곤 했지요. 언젠가 카톡에서 이런 글로 저를 위로 겸 경책해 주셨어요. “지금 있는 사슬을 훌훌 싸그리 털어내 버리면 생각치도 못한 새로운 것들이 보이는 것만은 확실하다네. 다시 일어선 사람들 모두가 그러했고 나도 그랬어…자네는 나보다 훨씬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 당장 아프더라도 긴호흡으로 더 크고 길게 가리라 확신하네!” 효선 형. 명심할게요.

#정말 내가 좋아하고 따르던 효선 형이 그곳으로 가신 후 형수님이 형 핸드폰을 말소하지 않아, 이따금 형과 주고받은 얘기들을 읽곤 하지요. 형은 글이나 말보다 그것들을 행동으로 옮겨서 내게 보여주며 가이드를 해주었어요. 그게 너무 고맙고, 감사하기만 합니다.

제가 새기고 있는 두 단어가 있어요.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라는 말이지요. 이 또한 효선 형이 생전 내게 남겨준 유산임을 지금 이렇게 형께 고백합니다.

효선 형님, 이 글을 맺기 전에 특별히 형께 감사할 게 있어요. 2011년 11월 아시아엔 창간 직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님이 보내주신 축하메시지를 형이 정말 쉽고 매끄럽고 번역해주신 거죠.

형의 번역으로 더욱 빛나던 반기문 총장님 축하메시지를 인용하면서 글을 마칠게요.

아시아기자협회의 AsiaN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이 지역 최초의 온라인 매체로서 AsiaN은 출범합니다. 이는 아시아가 세계경제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오늘날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지역 국가들의 지속적인 번영과 투자는 전 세계 수백만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나는데 기여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하고 역동적인 아시아의 모습은 전 세계가 새천년 개발목표를 이루어 나가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는 실업과 불평등으로부터 기후변화의 점증하는 위협에 이르기까지 더욱 복잡한 현실적 문제들과 부딪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 평화와 번영 그리고 자유와 정의를 지속적으로 확고하게 다져가는 것은 우리들이 당면하고 있는 공동의제이자 목표입니다.

AsiaN은 이러한 우리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다루어 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가 국민을 억압하고 감시에서 벗어나려 할 때, 공정하고 자유로운 언론은 이러한 잘못들을 폭로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유지하는 강력한 수단이며 사람들이 차별과 소외를 당할 때 그들이 처한 곤경을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긴급한 문제들이 산적한 이 때, AsiaN은 자유로운 아이디어와 정보의 교류를 통하여 이 지역 국가 및 사람들 간에 공통의 목표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기여할 것입니다.

저는 아시아는 물론 UN과 UN의 전 세계적인 사명에 대하여 정확하고 신속한 소식을 보도하고자 하는 AsiaN의 목표를 지지합니다. 또한 AsiaN이 최고의 저널리즘과 다양한 견해를 통하여 인류에 귀중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시 한번 AsiaN의 발전과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UN 사무총장 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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