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35년의 인연‥투병 중 부하 보살피는 예비역 장군

2017년 10월 초 민병돈 장군 자택 뜰에서

“010-8783-3xxx로 전화해서, 수술 잘 됐는지 알아봐줘.”
“누구죠? 장군님이 직접 하시기 곤란한가 보죠?”
“김00 내 오래 전 부하인데, 몹시 상태가 안 좋아 수술해야 한다고 들었어. 내가 하면 어려워 할 것 같아.”

지난 10일 점심식사 도중 민병돈 장군은 내게 김00 예비역대령전화번호를 건네며 당부하는 것이었다.

사정은 이랬다. 35년 전 특수전 부대장이던 민 장군의 직속 부하였던 김 대령이 ‘중병’을 앓아 수술해야 하는 상황을 알게 된 민 장군이 수술비에 보태라고 1000만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그는 수술비가 훨씬 더 나올 것이라며 “혹시 부족할 텐데, 내가 전화하면 김00이 ‘괜찮습니다’라고 할 것이 염려되니 내 대신 전화해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민 장군은 내게 재삼재사 “꼭 전화해 용태도 확인하고 수술비 모자라면 주저말고 얘기하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닷새 뒤인 지난 15일 김00에게 전화해 신분을 밝힌 뒤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29일 수술 일정이 잡혔습니다. 제 목소리 들으시는 것처럼 아주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의사 선생님들도 기적같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장군님께는 수술 후 소식 전하겠습니다.”

김 대령의 목소리는 민 장군 우려와 달리 무척 씩씩했다.

“장군님 형편도 어려우신데 저에게 1000만원이나 보내주셨어요. 아마 대한민국 육군에서 처음 있는 일 아닐까 합니다. 군에서도 제게 큰 스승 같은 분이셨는데, 제대한지 30년 다 지나서까지 이렇게 은혜를 베풀어 주시니···.”

육사 15기와 28기로 13년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88올림픽을 앞둔 1987년 특수전사령부 부대장과 특공대대장으로 함께 근무하며 더할 나위 없는 신뢰를 쌓아온 관계였다고 한다.

두 사람 다 ‘뼛속까지 군인정신’으로 충일하며 한 사람은 당시 전두환 정부의 계엄령선포 계획을 무산시키고, 또 한 사람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테러 훈련으로 군 내부의 롤 모델로 평가받았다.

필자가 1993년 처음 만난 이후 줄곧 지켜본 민 장군은 베트남전쟁 파견에서 돌아와 1970년대 중반 마련한 목동 단독주택이 전 재산으로, 군 안팎에서 ‘참군인’으로 존경받고 있다.

지난 봄 미수를 지난 민 장군은 “김00은 진짜 군인이야. 부인이 오래 아팠고, 집도 어려운 친구 돕느라고 없어진 걸로 알아. 그런 부하들 도와주는 게 선배들 몫 아닌가” 하며 빙그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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