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70년 특별기고] 민병돈 전 육사교장 “전쟁 폐허 딛고 우뚝 선 대한민국 박수받아 마땅”
리승만 대통령의 애국심과 지혜와 뚝심 그리고 전쟁의 폐허를 딛고 꿋꿋하게 일어선 우리 위대한 국민의 용기와 근면 또한 큰 박수 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아시아엔=민병돈 前육사교장] 서울, 부산 등 대도시들의 거리가 정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시위로 연일 시끌시끌했다. 서울에서는 동대문운동장으로부터 광화문에 이르는 종로통을 군중(?)이 주먹으로 하늘을 찌르며 “정전 반대!”, “북진 통일!” 구호를 외치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군중은 모두가 학생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얼굴에는 장난기와 웃음기도 보였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놀고 싶은 모양이었다.
이를 보고 있는 길가의 행인들과 상인들은 빙긋이 웃음 짓고 있었다. 어딘가 ‘관제데모’ 냄새가 풍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일반이 이 전쟁의 정전을 원치 않는 것은 사실이었다. 북한의 6·25남침으로 시작된 이 전쟁에서 우리가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지만, 기왕에 시작된 전쟁이니 이참에 아주 “북진통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들도 국민들 사이에 퍼져있었고 리승만 대통령도 이 기회에 북진통일 하겠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곤 했다.
전선에서 밀고 밀리는 싸움이 한창이던 1951년 봄부터 외신에서 “정전회담(Truce Talk)을 할 것”이라는 뉴스가 솔솔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리승만 대통령의 북진통일 주장은 더욱 강경해 지고 있었고 이와 때를 같이하여 그의 머릿속엔 그 나름의 숨겨둔 생각이 있었다. 즉 미국이나 영국 등 강대국들이 정전하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도모한다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상정하고,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대책은 어떠한 것이어야 할지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피폐한 나라를 재건하여 부강한 나라로 만들려면 다시는 외침을 당하지 않아야 하고, 국가 안전의 토대 위에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두 가지 과업 즉 국가의 안전보장과 경제발전은 세계 최강 미국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이 중요한 과업을 성취하는 구체적인 길은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는 것인데, 경제원조는 어느 정도 가능할지 몰라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체결은 전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난제였다.
이에 리승만 대통령은, 우리의 동의 없는 정전은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나의 명령 한 마디면 우리 군은 즉각 “정전을 무효화 할 수 있는 행동도 거침없이 할 것”이라는 점을 미국 측이 인식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나는 한번 결심하면 어떠한 행동도 하는 사람임”을 행동으로 보여주기로 작정했다.
그 한 방법으로 UN군(미군)이 관리하고 있는 포로들 중에서, 남·북간의 포로교환이 있을 경우, 북으로 가지 않고 자유세계에서 살겠다고 하는 이른바 ‘반공포로들’을 물리력으로 탈출시킬 것을 결심했다. 그리고 극비리에 원용덕 헌병총사령관에게 지시하여 1953년 6월18일 기습적으로 대구, 마산, 거제 등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UN군 포로수용소들의 경비기능을 미비시키고 반공포로 2만7천여 명을 탈출(석방)시켰다. 이 사건이 보도되자 전 세계가 경악했다.
노회한 대통령은 득의만만하여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는 미국 측에서 볼 때 가당치도 않은 주장이었다. 이 일을 수습하기 위하여 주한 미국대사가 나섰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의 특사로 국무부 극동담당 차관보 로버트슨(Walter S. Robertson)이 급히 날아와서 사태수습에 나섰다.
1953년 6월25일부터 7월12일까지 경무대(현 청와대)에 들어가 14차례나 대통령과 회담했다. 여기서 리 대통령은 미국 측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약속, 원조자금 2억달러 제공, 장기간 경제원조, 육군 20개 사단으로의 증강을 위한 군비제공, 이에 상응하는 해·공군 증강 승인, 한미정상회담 개최 등 많은 것들을 약속 받았다. 그해 10월 1일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이 그의 역사상 처음으로 (신생)약소국과 체결한 조약이다. 이 조약은 우리가 안심하고 전 세계를 누비며 경제활동에 힘써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이 찬탄하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코리아를 건설한 원동력이 되고 초석이 되었다.
리승만 대통령의 애국심과 지혜와 뚝심 그리고 전쟁의 폐허를 딛고 꿋꿋하게 일어선 우리 위대한 국민의 용기와 근면 또한 큰 박수 받아 마땅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