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 원흉 이토 저격 안중근 의사 추모우표 나온 사연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안중근 의사가 1909년 만주 하얼빈역에서 일제의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날이다. 그리고 꼭 넉달 뒤인 1910년 3월 26일 안중근 의사는 려순감옥에서 사형이 집행됐다.
이토 히로부미는 메이지 신정부의 초대 내각 총리대신을 지내는 등 근대일본 건설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우리에겐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원수이지만 일본인들에겐 위대한 지도자요,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이를 반영하듯, 일본에서는 이토를 추모하는 기념우표가 발행되기도 했다. 바로 2009년 그의 100주기를 맞아 고향인 고향인 히카리 시와 하기 시에서 발행된 것이다. 이는 은 한국, 중국 등 과거 일본 식민지배를 받았던 이웃국과의 외교관계와 국민감정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토 히로부미 공 몰후(歿後) 100년 기념우표’가 그것이다.
그럼 안중근 의사의 이토 저격을 기념하는 우표가 우리나라에서 나왔을까? 그렇다. 우정사업본부는 안 의사 순국 100년이 되던 2010년 3월 26일 ‘안중근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우표’ 2종이 250원 가격으로 각 80만장씩 160만장 발행됐다.
그런데, 당시 기념우표 발행에는 육사교장을 지낸 민병돈 장군의 제안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9년 10월 일본에서 이토 기념우표가 발행됐다는 소식을 들은 민병돈 전 육사교장이 2010년 2월 어느날 우정사업본부에 전화를 걸어 안중근 의사 추모우표 발행 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안 의사 순국일을 모르며 추모우표 발행계획도 세우지 않았으며, 필요 예산도 마련된 게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추모우표 발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민 교장은 동아일보(2010년 3월 2일자 게재)에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제하의 글을 기고했다. 민병돈 교장은 기고문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몹시도 춥던 겨울이 가고 3.1절 행사에 뒤이어 26일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현대사의 영웅 안중근 대한의군 참모중장의 순국 100주기가 되는 날이므로 추모우표 발행 등 거국적 추모행사를 거행할 때이다. 그런 자세가 지난날의 이때를 그냥 지나친 점을 뉘우치면서 이 나라 후손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기고문이 나가고 24일 후인 2010년 3월 26일 안 의사 순국 100주년 기념우표가 발행됐다. 우정사업본부는 안중근 우표 발행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체포 후 사형이 집행되는 마지막날까지 안 의사는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그의 죽음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오늘, 안중근 의사는 그의 유묵에 남겨진 말처럼 자랑스러운 대한의 아들로 민족의 가슴속에 살아있다.”